엔비디아, ARM 인수...반도체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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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RM 인수...반도체 지각변동 오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14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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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에 ARM 인수
일부는 엔비디아 주식으로 지불..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주요 주주로 등극할 듯
미·중 갈등에 따른 규제 및 영국 노동당 반발은 변수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400억달러에 암홀딩스(ARM)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엔비디아 회사.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400억달러에 암홀딩스(ARM)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엔비디아 회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개발회사인 암홀딩스(ARM)를 미국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에 매각한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이날 NHK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그룹은 비전펀드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ARM의 모든 주식을 엔비디아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400억달러(약 4조2000억엔, 약 47조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016년 당시 비전펀드와 함께 총 320억달러(약 3조3000억엔, 약 38조원)를 투자해 ARM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번 매매를 통해 4년만에 약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게 됐다. 

반도체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 미칠 듯

NHK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총 매매금액 중 215억달러는 엔비디아 주식, 100억달러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ARM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그룹은 엔비디아 지분 6.7~8.1%를 보유해 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은 영국 및 미국 등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까지 18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WSJ은 "엔비디아가 400억달러를 투자해 ARM을 사들인 것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시에 소프트뱅크그룹의 또 다른 큰 베팅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반도체 업계에서 엔비디아의 입지가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함으로써 인텔이 과거 누리던 시장 포지션을 엔비디아가 대체하게 된다"며 "엔비디아가 과거 실패를 경험했던 스마트폰 업계에도 다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비디오 게임 등에서 사용되는 그래픽 칩 분야의 선두업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WSJ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엔비디아는 연간 19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애플과 중국 화웨이를 포함한 고객층도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ARM은 반도체 업체에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를 판매한다. WSJ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의 약 90%를 구동하는 프로세서 및 많은 다른 종류의 모바일 칩에 ARM의 설계도가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CPU 및 GPU 로드맵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이 신문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위험을 수반한다"며 "삼성전자, 애플 등과 같은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경쟁 업체가 ARM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중립적인 공급업체로서의 매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에 영국 노동당 반발은 '변수'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수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자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WSJ는 "엔비디아가 인수한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는 중국의 규제 조사 장기화로 인해 4월에서야 마무리됐다"며 "퀄컴은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 세미콘덕터를 인수하려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발된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반발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큰 상황에서 영국인들의 일자리 축소를 우려한 노동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 측은 "핵심기술을 가진 영국 기업들이 이권을 노린 해외기업들에게 인수되는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RM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영국 내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려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며 "ARM의 본사가 위치한 케임브리지 부지를 확장해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계약이 영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영국 정부는 관련 조사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소프트뱅크 그룹은 ARM 매각을 통해 악화된 재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ARM의 성장에 따른 이익도 예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업과 펀드 운영을 복합적으로 해 온 소프트뱅크그룹은 ARM 매각을 통해 투자가 본업임을 확실히 했다"며 "중요한 투자사업이 정체해있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 그룹이 순수한 투자회사로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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