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한국관광, 등돌리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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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한국관광, 등돌리는 외국인들
  • 김성혜 기자
  • 승인 2015.06.24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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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일본에 관광객 유치 역전, '유커' 방일 80% 이상 급증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썰물이다.

한동안 한류 등에 기대 상대적 호황을 누렸지만 그 약효가 급감하고 있는데다 메르스 여파까지 겹치고, 근본적으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프라 및 투자 부족이라는 원인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일본에 7년 만에 추월당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의 통계로, 메르스 여파에 따른 관광객 이탈이 반영되는 6월 이후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753만7,8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9% 증가했다.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592만4천683명)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본 관광객이 한국 관광객을 넘어선 것은 2007년(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 834만6,969명,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644만8,240명)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 올해 외국인 관광객 1,3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국 관광은 위기다.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한국이 일본에 역전당한 것은 세계 관광시장에서 최대 '큰 손' 역할을 하는 중국인의 일본 방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중·일 갈등에 따른 반일감정 등 이유로 연간 최소 100만416명에서 최대 131만4,437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엔화가 크게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의 발길이 일본으로 급격히 몰리면서 지난해 중국 관광객은 전년보다 83.2% 급증한 240만9,158명에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612만6,865명)의 39.3%에 불과했으나, 중국인의 방일이 가속화하면서 올 들어 5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171만6,400명으로 이미 지난해(240만9천158명)의 71.2%에 달하고 있다.

일본이 엔화 약세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유커 등에 대해 비자 면제를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가가치세 환급 정책도 한몫했다.

여기에 반일감정에 덜 민감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1980년대 출생 세대 중국인을 일컫는 이른바 '바링허우'(80後)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본 쇼핑관광이 크게 증가한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거리상 가까운데다 관광 콘셉트도 쇼핑관광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경쟁 관계에 있다"며 "엔화 약세 장기화에다 메르스 직격탄까지 맞은 우리나라로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에서 일본에 더욱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메르스 여파로 한국 관광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 11일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를 타고 제주를 찾은 유커 등 3,700여명이 제주시내로 가기 위해 부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국 CNBC는 23일(현지시간) HSBC투자은행의 보고서에 6~8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중국인의 한국 관광 감소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광·여행업계에서는 매년 한국 관광에 나서는 중국인들 중 6~8월을 택하는 사람을 약 35%로 추산하고 있다.

CNBC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개인부담 없이 메르스 보상보험에 가입시키는 등 마음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면서도, 그런 정책들이 효과를 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HSBC 보고서는 이에 비해 6~8월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80∼1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메르스 불안뿐 아니라 지난 1년 간 한국 원화에 비해 약 10% 평가절하된 일본 엔화 가치도 중국 관광객이 한국보다 일본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한국을 7년 만에 추월했다는 소식을 접한 온라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akik****'는 "일본은 당장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지속적으로 꾸준히 투자하고 한국은 눈앞의 작은 이익만 쫓다가 대어를 놓치는 나라"라며 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아이디 'mylo****'는 "미래의 한국 관광 암울하다. 정책도 없고 볼 것도 없고 바가지 극성이고 물가 비싸고. 누가 비싼 돈 쓰고 우리나라 오나? 관리 안 하고 못 하는 정부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문화 인프라의 중요성을 꼽는 의견들도 많이 나왔다. 'iwis****'는 "언제까지 관광을 한류, 연예인에 맡겨놓을 심산이지? 메르스 지나도 안 돌아온다"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밖에 'bski****'는 "7년 동안 이기고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하다"고 비꼬았고, 'mist****'는 "솔직히 우리나라가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지만 저라도 당연히 일본 가겠음"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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