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②정치권이 선거의 뉴노멀 ‘중도부동층’을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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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②정치권이 선거의 뉴노멀 ‘중도부동층’을 잡으려면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전임연구원
  • 승인 2020.04.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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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부동층, 문재인·민주당에 압승안겨
'타락한 진영의식' 거부한 '뉴노멀', 정치혁신 경쟁 기대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전임연구원] 이번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의 ‘슈퍼여당’으로 사상초유의 압승을 했고, 미래통합당은 참혹하게 패했다.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 중 절반가량(121석)이 몰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85%에 달하는 103석을 휩쓸었다. 서울 49석 중 41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민주당은 경기에서도 총 59석 중 51석, 인천 13석 중 11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경기 7석, 인천 1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민주당은 충청권역 28석 중 20석을 가져갔고, 통합당은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충청권역은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14석, 민주당이 13석을 차지한 지역으로 매 선거 때마다 승패를 결정하는 선거표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위기에 중간평가 유보...'문대통령의 압승'

이런 역대급의 민주당 압승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 4월 16일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했고, 이것이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으로 쏠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박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간 ‘오만, 독주, 무능’만 보여줬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능력을 보여줬고 이게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일단 위기 극복이 우선이라 유권자가 중간평가를 유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교적 잘하고 있으니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며 “뒤집어 이야기하면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으로 잘못하면 실망감이 더 커지고 민심 이반도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민심에 긴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이 민주당 압승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핵심적으로, 1위와 2위 순위가 3%p 범위내에서 초접전을 벌인 박빙지역이 많았던 수도권과 충청권역에서 선거의 뉴노멀(새 질서)인 ‘중도부동층’이 미래통합당 지지에서 대거 이탈하여 민주당의 손을 결정적으로 들어줬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는 게 적절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라기보다는 한방이 있는 ‘중도부동층의 압도적 승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잘해서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미래통합당이 압도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는 게 더 시사점이 있다.

즉, 보수재건에 실패하고 품격없는 미래통합당의 구태와 막말 등에 실망한 ‘중도부동층’이 코로나19 위기속 방역모범국이라는 세계적 호평으로 국격을 높인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이끌려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초방빅지역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결정적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이런 압도적인 선거결과는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조국사태’에서 이탈한 많은 중도유권자들을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대응을 통해 다시 문재인 정부의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외부의 적에 가까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방역 의지와 범국가적 방역 체제가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 중도층 민심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로 결집한 결과다.

특히 외신과 많은 국가 정상들이 ‘한국, 방역모범국’ 평가를 하면서 정부는 물론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도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난극복을 위해 ‘실력’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주당의 전략이 적중했다.

4·15총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압도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4·15총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압도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중도부동층, 국기결집효과에 이끌려 '스윙보트'

이번 압도적인 선거결과를 중도부동층의 승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로 보는 것은 유권자들이 전쟁과 재난 등 국가위기로 인한 두려움에 지도자를 신뢰하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국기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로도 설명이 된다.

‘국기결집효과’는 미국의 정치학자 존 뮬러(John Mueller)가 지난 1970년대에 만든 정치학 용어다. 깃발 주변으로 흩어진 병사들을 다시 모은다는 뜻으로 전쟁이나 국가 위기 사태 때 국가 지도자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기결집효과’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과거 9·11테러, 이라크전쟁, 사담 후세인 체포 등의 사건이 있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로 기록적으로 오른 것도 ‘국기결집효과’로 설명된다.

이런 ‘국기결집효과’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외교·안보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위기상황이 극복되기를 열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표출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시사점은 미래통합당의 ‘정권심판론’과 ‘방역실패론’과 같은 네거티브 선거캠페인 전략과 대조적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데 있어서 ‘중도부동층’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보는 이유는 선거자료에서 나오는 간단한 추론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에서 33.84%(944만1520표) 득표율로 19석을 얻어 33.35%(930만7112표)의 득표율로 17석을 차지한 더불어시민당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지역구에서 실제 확보한 의석이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으로 더블스코어가 나올 수 있었는가하는 의문점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중도부동층의 표심이 미래통합당에서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얻은 표의 차이는 8.4%포인트였으나, 의석수가 2배로 차이가 난 것은 중도부동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1등한 후보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 제도가 작동되는 수도권과 충청권역의 초박빙 승부지역에서 결정적으로 중도부동층이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탈하여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윙보터라고 불리는 중도부동층은 요즘 선거의 뉴노멀(새 질서)이다. 중도부동층은 고정된 지지정당 없이 매 선거마다 이슈를 ‘따져서’ 투표하는 까다롭고 예민한 유권자를 말한다. 중도부동층의 성향은 극단적인 이념성향보다는 생활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하거나 상식의 선과 품격을 중시한다.

이런 중도부동층의 성향은 ‘문재인 정권심판론’이나 ‘문재인정부 방역실패론’, ‘공천파동’, ‘세월호 막말’ 등으로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정체성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용과 상식을 중시하는 중도부동층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방역실패론’이나 ‘정권심판론’과 같은 극단적인 진영논리로 무조건 들이받는 품격없는 미래통합당의 구태를 시대착오적인 비상식으로 바라본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부동층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다음선거에서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변덕스런 진짜 ‘뉴노멀’인 중도부동층은 과거의 관행대로만 투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통합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진영상업주의'에 빠진 조중동 보수언론과 결별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진=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진영상업주의'에 빠진 조중동 보수언론과 결별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진= 연합뉴스

'선승구전'할 방법을 찾아라...'진영상업주의' 언론 멀리해야

그래서 필요한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위태롭지 않기 위해서는 부동층이 많은 중도유권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도유권자들이 이념에 따라 편을 가르는 좌우 극단의 진영논리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은 여러 선거경험을 통해 입증이 됐다. 선거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평소 진영논리를 탈피해서 중도수렴과 중도확장으로 중도유권자 지지층을 두껍게 잡아놓는 게 상책이다.

손자병법에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이란 말이 있다. 미리 이겨 놓고 싸운다는 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23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과를 올린 핵심 전략이 선승구전이다. 이미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들어 놓고 전투에 나선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정치권이 중도유권자를 획득하여 ‘선승구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영대결구도를 생산하는 주범인 정당과 언론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진영논리의 구태를 청산하고 중도수렴과 중도확장을 놓고 혁신경쟁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당들은 민심에 기초한 합리적 경쟁보다는 이념편향성에 기대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즐겨왔고, 언론은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이에 편승하거나 부채질하며 진영상업주의를 만끽해왔던 게 사실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의뢰로 4·15총선 공식선거운동 직전인 지난 3월 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9.3%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라고 꼽았다. 그리고 ‘국회의 여야 대립’이라는 응답자가 전체 27.9%로 뒤를 이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 절반 이상이 언론과 국회 때문에 대한민국이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민심은 무섭고 매섭다.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는 오래 갈 수 없는 법이다. 새롭게 구성되는 21대 국회가 시대착오적인 진영의식에서 벗어나서 민생과 경제회복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과 언론부터 변화해야 한다.

정당과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국회를 비판했던 내용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가 국민 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하면서 “다음 총선을 통해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다 얘기하는데 그러면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 하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하여튼 일하지 않는 이런 것은 안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 21대 국회를 앞둔 정당과 언론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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