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③재난지원금 지급, ‘숙의국회’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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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③재난지원금 지급, ‘숙의국회’로 풀어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 승인 2020.04.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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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21대 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과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 19 대응과정에서 높은 국정지지율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효과와 함께 국난이라는 외부의 적에 대해 내부가 결집하는 ‘국기결집효과’로 중도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에 지지를 표출해 나온 결과다.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방역 의지와 범국가적 방역 체제가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 세계적 호평과 함께 중도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로 결집했다.

그렇다면 선거이후 정치권과 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선거과정에 드러난 정당간, 지지층간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면서 화해와 혁신을 향한 21대 민생국회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선거캠페인중 소통부족 커

특히 지나온 선거과정을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미진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는 선거과정은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이전에 토론과 숙의를 통해 후보자와 정당이 추구하는 다음 국회 및 정부의 국정 운영의 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며 조정하여 합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 여당의 국회운영과 정부의 국정운영과정은 선거과정에서 미진했던 주요정책에 대해 국민과 공감하고 숙의과정을 통해 서로의 이익과 선호 및 정체성을 변형하고 조정하여 합의해 가는 절차를 밟는 게 필수적이다.

보통 숙의민주주의적 선거과정의 꽃은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로 통한다. 숙의투표란 유권자가 투표하기 전에 정책현안의 주요쟁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비교 속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뿐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간 그리고 후보자와 후보자간 상호적 숙의라는 의사소통의 시간을 가진 후 이를 바탕으로 투표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코로나19라는 국난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접촉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선거캠페인이 진행되지 못했다. 게다가 네거티브 캠페인이 만연해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의 충분한 공감과 소통을 기초로 협의하고 약속하는 과정없이 일방적인 주장이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다가 막판에는 막말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흘러가서 유권자의 소외와 정치불신을 강화시켰다.

대의민주주의 정치과정은 크게 선거과정과 국정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지만, 일단 선출된 이후에는 국민이 다음 선거 때까지 집권세력에게 국정과정의 모든 것을 위임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과 한계를 가진다.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대의적 정통성과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항상 잔존할 수밖에 없다.

라서 이러한 선거과정과 선거후 국정과정의 부조화에서 기인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진행하지 못한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에 입각한 ‘숙의투표’(deliberative voting)를 보완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쟁점사항에 대해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반대당 지지자들까지 참여하도록 적극적인 토론과 숙의의 공론장을 활성화해 정책과 공약 및 국정과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력을 높여 갈등을 줄이면서 참여의 효능감을 키워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선거승리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승리가 과연 민주당 자신의 노력이나 정책성과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보수정당에 대한 염증에 따른 중도유권자들의 이탈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해내고 향후 새로운 정치를 향한 혁신과 통합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4·15 총선이 끝난후 개최될 예정인 4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19사태에 대응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15 총선이 끝난후 개최될 예정인 4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19사태에 대응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 패권적 태도 보여선 안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해왔거나 공약한 여러 정책이 국민 대다수에 의해서 공감되고 지지될 때 그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부여받고 향후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집권 여당이 매우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경쟁자들에게 오만한 이미지나 정책주도의 성과에 대한 패권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럴 리 없겠으나 “이겼으니 혼자 간다”거나 “적폐청산이 민심이다”라는 생각이 국정기조가 된다면 한국 정치는 다시 도돌이표가 된다. 21대 국회도 오랜 진영논리와 적대적 공생관계로 인해 지난 20대 국회처럼 대립과 갈등의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명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책임감'과 '겸손'을 강조하며 내부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4월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항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항상 보고 있는 어항 속에서 투명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정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총리도 ”열린우리당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국민 앞에 조금이라도 오만이나 미숙, 성급함이나 혼란상을 드러내면 안 된다“며 "항상 겸손하며 안정감, 신뢰감,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낙연 전 총리도 ”새로운 의제를 선정할 때는 그것이 경제와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실현가능한 것인지 등을 고려해 신중하고 지혜롭게, 우선순위와 완급을 가렸으면 한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화두로 꺼낸 이유는 뭘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확보했으나, 야당에 대한 적대적 태도, 질서 없는 개혁 추진, 당내 계파 갈등에 골몰하다 정권을 내줬다는 아픔을 상기하자는 취지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입법’이 급진적으로 무질서하게 추진돼 논란만 일으키고 좌초된 일을 꼬집은 언급으로 보인다.

그리고 둘째는 전날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승리를 자축하며 ”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경계하자는 취지이다. 열린우리당이 당시 추진했던 4대 입법 가운데 하나인 국가보압법이 무질서한 논란 끝에 좌초되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경계로 보인다.  

이낙연 전 총리는 ”국정 과제들은 구체적 성과를 내도록 차분하면서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전방위적인 경제 위축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한 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이해찬 대표도 ”코로나 국난 극복과 경제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선거기간 중에 드린 약속대로 최대한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급 위한 추경, '협치'로 돌파해야

민주당은 4월 18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처리에 미래통합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오는 20일 정부 시정연설 청취를 위한 국회 본회의 외에 구체적인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가 답보 상태인 점을 지적,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다행히도 여야가 오는 2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관련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청취하기로 17일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여러 사정상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다.

그나마 이번 선거는 최악의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수렁 속에서 건진 것이 있다. 그것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지급방식을 선별지급에서 보편지급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가 넓어진 것이다.

물론 보편지급에 소요되는 자금을 추경안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종전의 예산안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긴급재원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먼저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해서 충분한 대화와 토의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야가 숙의민주주의관점에서 협치로 운영하는 ’숙의국회‘를 기대한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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