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①중도층은 왜 180석 ‘슈퍼여당’을 만들어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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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①중도층은 왜 180석 ‘슈퍼여당’을 만들어 줬을까?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4.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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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전임연구원] 21대 총선이 끝났다. 정치권의 이후 과제는 무엇일까? 4·15 총선에서 드러난 선거결과의 민심을 파악하여 성찰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새로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민생정치에 전념하면서 다음선거에서 선거승리를 겸허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총선이 끝난 다음날 정치권의 표정을 살펴보면, 패배한 야당과 승리한 여당은 대조적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저는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 요청한 것이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4·15총선 승리와 관련해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4·15 총선결과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며 “위기 극복에 힘주셔서 감사하며, 자만하지 않고 국민 목소리 귀 기울이겠다”고 하였다.

우선 각 당이 얻은 총선 성적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더불어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5석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을 합하면 180석이고, 집권당의 반대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의석을 합하면 103석이다. 집권당과 반대당의 의석차이는 무려 77석이나 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석 숫자로 드러난 총선 민심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여당 180석대 반대당 103석으로 여당의 압승에 따른 야당의 참패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둘째, 다당제와 내각제에 친화적인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대통령제와 친화적인 양당제구도를 타파하려고 했던 정의당이 6석, 국민의당이 3석을 얻어 추락 직전으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셋째, 조국 전법무장관의 부활을 꾀하며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임하며 어부지리를 노렸던 열린민주당이 막판 3석에 그쳐 약진의 기세를 꺾었다는 점이다.

이런 민심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다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을 내걸었던 미래통합당을 심판하고, 반대로 ‘야당심판론’을 내걸고 문재인 정부와 함께 코로나19라는 국난극복을 강조했던 민주당에게 사상초유의 단독 과반의석의 힘을 압도적으로 밀어줬다는 점이다.

둘째, 다수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의 꼼수를 심판하고, 다당제를 열어달라”고 외쳤던 연동형 선거법을 추구했던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을 모두 심판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권자들은 다당제의 다양성보다는 안정적이고 책임있는 국정수행을 위해 대통령 직선제와 친화적인 양당체제를 구축하도록 거대양당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셋째, 다수 유권자들은 지난해 ‘조국사태’에서 내로남불과 국론분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조국 전장관의 부활을 명분으로 정치세력화를 도모했던 열린민주당을 심판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민심을 한마디로 종합해보면, 다수 유권자들은 다당제가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국론분열을 우려했으며, 또한 반대당인 미래통합당의 견제가 ‘지나친 국정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수 유권자들은 소수당과 반대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나 ‘내부총질’과 같은 과도한 견제가 당면한 코로나 19 문제의 극복과 경제위기의 성공적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국회의석을 가진 ‘슈퍼여당’을 만들어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수 유권자들은 180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소수정당과 반대당의 과도한 견제나 방해를 받지 않고, 추경예산안의 신속한 국회통과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보다 빠르게 수급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런 압도적인 지지를 정치적인 투표참여로 연결하여 직접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석은 1990년 3당이 합당해 만든 민주자유당(전체 299명 중 218명)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달성한 절대숫자다. 이로써 민주당은 개헌안 의결을 제외한 예산안 등 일체의 입법권을 틀어쥐게 되었다. 

또한 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국회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는 의결정족수(180석)를 여당 단독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민주당이 가진 180석은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도 24시간 내 강제 중단시킬 수 있고,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도 있는 의석수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누가 180석의 ‘슈퍼여당’이 되도록 도왔을까?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 핵심은 중도유권자층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간단한 추론 때문이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와 투표결과를 볼 때, 중도유권자층이 이전과 다른 투표행태를 통해 두 당의 격차를 매우 크게 벌렸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은 153석-179석을, 미래통합당은 113석-136석을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결과는 미래통합당에겐 예측의석 중 최저치가 나오고 민주당에겐 예측의석 중 최대치로 나와서 민주당 180석대 미래통합당 103석이란 엄청난 의석차이를 벌렸다.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결과 값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런 결과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도유권자층이 아니면 도저히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없다고 보인다.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은 보수와 진보가 박빙으로 경합하고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역에서 중도유권자층이 30석 이상 정도로 민주당쪽에 표심을 집중해서 승리를 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인다. 이런 중도유권자층의 변화된 투표행태는 전통적인 것에서 볼 때, 아주 예외적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층과 진보층의 유권자들은 호남권역에서 진보성향의 민주당에게 몰표를 보냈고, 영남권역에서 보수성향의 미래통합당에게 몰표를 줘서 승패를 갈라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몰표투표행태는 나타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중도유권자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된 수도권과 충청권역은 영호남권역과 다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진보성향의 민주당과 보수성향의 미래통합당이 박빙으로 경합하는 지역이 30개 이상으로 많기에 중도유권자들의 표심이 전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면서 결정적인 승패를 갈라왔다. 

즉, 지금까지 수도권과 충청권역은 중도유권자층이 어느 한 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 보다는 50대 50이라든가, 60대 40 등으로 견제와 균형이 되는 방향으로 승패를 갈라 와서 두 당의 승패가 30석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에서 중도유권자층의 태도는 달랐다. 수도권과 충청권역에서 중도층유권자들이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 대거 이탈하여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서울지역권만보더라도 강남지역과 용산구 8석을 제외한 모든 경합지역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지역 총49석에서 35석을 얻었으나 이번에는 41석을 획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엇이 중도유권자층을 미래통합당에서 민주당 지지층쪽으로 이동하게 만들었을까?

이것은 극단적인 이념성향보다는 생활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하거나 상식의 선을 중시하는 중도유권자층의 성향에서 나온다. 이런 중도유권자층의 성향은 ‘문재인 정권심판론’이나 ‘문재인정부 방역실패론’, ‘공천파동’, ‘세월호 막말’ 등으로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정체성과 충돌한다. 

실용과 상식을 중시하는 중도유권자층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방역실패론’이나 ‘정권심판론’을 진영논리로 무조건 들이받는 미래통합당의 구태를 시대착오적인 비상식으로 보았다. 

그리고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막말을 해왔던 차명진 후보를 공천한 것 그리고 금도를 넘어선 계속된 막말, 이런 막말을 제어하지 못하는 당의 변화하지 못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중도유권자층이 이런 것에 매우 예민하기에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 이탈하여 민주당 지지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19 대응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와 무능 그리고 막말 인사에 대한 무대책 등이 다수의 중도유권자층이 민주당 지지로 대거 갈아타게 하거나 투표소로 향하게 함으로써 투표율을 66.2%로 28년 만에 최고치로 경신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이 의석숫자로 이겼다고 해서 중도유권자층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무조건 잘했다고 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미래통합당보다는 낫다는 의미에서 차선책으로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는 비례대표 의석수 순위에서 나온다. 만약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아주 잘해서 투표했다면, 지역구에서 163석을 획득한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미래한국당 의석수보다 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에는 중력의 법칙이 있듯이, 선거제도와 정당체계에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하나의 경향적 법칙이 있다. 학술적 용어로 말하자면, 대통령제에 부합하는 소선거구제 다수제는 집권당과 반대당으로 양당제를 구축한다는 ‘듀베르제의 법칙’과 양당제는 선거승리를 위해 더 많은 중앙의 중도유권자에 어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다운스의 중도화법칙’(중도화전략, 중도수렴화)이 그런 것이다. 

이런 법칙들을 오랜 경험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거스르는 판단과 행위는 결국 실패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을 거스른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 거의 다 패배했고 실패했다. 한국 정당의 문제는 ‘양당제’가 문제가 아니라 ‘극단적 양당제’가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안은 ‘다당제’가 아니라 ‘중도수렴의 온건한 양당제’로 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분단 속 대통령 직선제에 부합하지 않는 다당제 추구세력과 중도수렴의 양당제를 추구하지 않는 좌우 극단세력을 심판함으로써 ‘듀베르제의 법칙’이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시사점이 크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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