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타운'에서 배우는 참여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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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협동조합 성공의 길'] '타운'에서 배우는 참여의 기술
  •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 승인 2019.09.15 10: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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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참여만으론 부족...주도적 참여해야 '효능감'
토크빌, 미국 독립 당시 2천명규모 '타운' 운영방식 소개
타운 주민들 19개 자치 관리직에 참여, 역할 수행
협동조합 운영에 자치 제도 실험해 볼만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주인이 운영주체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 규모가 있는 협동조합의 현실에서 협동조합의 운영주체는 사실상 경영진과 직원이다.

주인인 조합원이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운영에 적극 참가하도록 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이다.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운영에 적극 관여하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자치이다. 자치(Autonomy and Independence)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이 밝힌 협동조합 제4원칙이다.

방관자인가 주인인가

조합원에 의한 자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가로부터의 독립을 확립하는 것이 협동조합 정체성확립에 중요한 일이었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협동조합은 국가의 정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협동조합에게 있어 국가로부터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조합원의 참여에 의한 자율적 운영 관리이다. 조합원의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협동조합운영에 대해 내가 말해보았자 무엇해라는 좌절감에서 비롯된 조합원의 방관자적 태도를 바꿀 방법은 없을까.

불만스러운 협동조합운영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운영의 핵심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는 기존 제도와 협동조합 임직원들의 관행이 주요하다.

지난 2015년부터 농협 조합장선거가 전국 동시에 실시됐다. 조합장을 뽑는 선거 참여만으로 협동조합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상 '효능감'이 커지진 않는다. 사진= 엲연합뉴스
지난 2015년부터 농협 조합장선거가 전국 동시에 실시됐다. 조합장을 뽑는 선거 참여만으로 협동조합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상 '효능감'이 커지진 않는다. 사진= 엲연합뉴스

사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선거나 대의원 선거 참여만을 통해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과정 참여의 효능감을 가질 수 없다. 조합원들이 대표이사 후보자들에 의해 정해진 의제를 놓고 선거에서 후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제설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조합원들이 참여해야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즉, 조합원들이 조합운영 방향에 대한 선호를 형성하는 초기 과정에 참여하여 의제를 설정하고 그 의제의 실행과정에 참여케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전에서 찾는 방관자 문제 해결책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할 때 주목해야 할 고전이 있다. 1835년 발간된 토크빌(Tocqueville)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라는 책이다. 프랑스의 젊은 법관이었던 토크빌은 미완성의 프랑스 대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프랑스가 미국 대중민주주의에서 주목해야 할 것 중의 하나로 시민들의 결사체 즉 자발적인 모임을 들었다.

특히 결사체의 하나로 타운(town)을 예로 들고 타운의 ‘자치’에 주목했다. 1835년 당시 매사추세츠 주의 타운은 평균적으로 2천명의 주민이 거주했다. 당시 타운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대의원이나 원로들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평의회 같은 것도 없었다.

토크빌이 책에서 말한 타운의 특징을 몇 가지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타운규모인 프랑스의 코뮨에는 단 한 명의 단체장(長)이라는 행정관이 있지만, 타운에는 무려 19명의 행정관이 있어 행정기능과 권한이 철저히 구조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타운의 주민들은 이 19개의 직책(보안관, 과세 사정관, 징세관, 출납관, 서기관, 적빈자 관리관, 교육위원, 도로 감찰관, 선임관 등)들을 맡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

타운의 법률은 이 19명의 관리들 각자의 행동영역을 정해놓았다. 이 영역 안에서 그들은 전권을 가지고 자기 직분에 따르는 업무를 처리하며 타운의 다른 어떤 권위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이 직책들 대다수는 가난한 시민들도 손해보지 않고 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과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중앙정부가 관리들을 마을에 파견해 국세를 거두지만 타운에서는 주민인 징세관(collector)이 국세를 거둔다.

미국의 타운은 자신들의 권력을 주정부(state,국가)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운들 자신이 누리던 자주권의 일부를 주정부에게 양도했던 것으로 보며, 타운의 주민들 중 타운 고유의 일에 주정부가 개입할 권리를 인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고 토크빌은 말한다.

타운의 주민은 타운이 강하고 자주적이기 때문에 타운에 애착을 갖는다. 타운의 주민은 함께 힘을 모아 타운을 이끌고 가기 때문에 타운에 관심을 갖는다. 주민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타운에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타운을 사랑한다고 토크빌은 말한다.

주민은 타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여한다. 자신의 힘이 미치는 이 작은 공간에서 주민은 사회를 통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은 이러한 형식들에 익숙해지고, 이러한 형식들의 기본정신을 이해한다.

주민은 질서를 존중하는 취향을 얻고, 권력균형에 대한 이해력을 지니게 되며 마침내 자신의 의무의 본질과 자신의 권리의 범위에 대해 명료하고 실질적인 개념을 얻게 된다고 토크빌은 관찰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구 연방하원의원이 지역 및 정치현안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질의 응답하고 있다. 행사장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주민들이 적극 참석, 자치 정신이 실현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구 연방하원의원이 지역 및 정치현안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질의 응답하고 있다. 행사장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주민들이 적극 참석, 자치 정신이 실현되고 있다.

대표1인 아닌 조합원 다수가 참여하는 '자치'

협동조합의 주인이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토크빌이 관찰한 타운에서 찾아보자.

먼저 경영책임을 지는 사람 한 명을 뽑고 다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 아니라 조합 사업운영의 세세한 영역을 나누고 혼자 혹은 조합직원과 함께 직책을 맡을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다.

선출된 조합원 다수가 직책을 맡는 분산된 운영구조가 외부에서 볼 때 복잡할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사업이 조합원과 밀착되어 있다면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내부자 입장에서는 영역이 구분되어 있고 권한만 확실하다면 일상적 업무 처리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조합원이 1천명 이하의 규모(조합원이 아닌 가족을 포함하면 실제 이해관계자는 2천명 이상) 이면 가능한 모든 조합원이 순서를 정해 한번씩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해 자신이 언제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 참여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 조합의 운영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실제 직책을 맡게 되어 자신의 협동조합을 통치할 경험을 하게 되면, 왜 이런 규정과 절차를 정했는지 규정의 취지를 잘 이해하게 되어 조합의 규정을 잘 지키려는 의식이 향상될 것이고 한편으로 의제설정에서 집행까지 참가하게 되어 자신의 효능감이 높아지게 되어 더욱 조합운영에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장치들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조합원의 참여를 통한 자치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토크빌 당시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중앙집권의 경험이 길고 오래된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의 운영에서부터라도 자치를 시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민주시민이 여러 수준의 자치를 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협동조합에서의 자치경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김진수 농협대 교수는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 기조실, 농업경제기획부에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농협대학교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결사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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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열 2019-09-16 21:38:11
협동조합의 현실과 조합에서의 자치의 중요성을 인식 할 수있게하는 좋은내용 잘 읽었습니다

류재호 2019-09-16 17:15:31
협동조합의 기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현실 2019-09-16 15:16:16
자치의 기본 요건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하는 글이네요. 협동조합의 자치를 경험한 시민이 많아져야 민주주의가 성숙할 것 같습니다. 매회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