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협동조합 성공의 길'] 새로운 협동조합의 멤버들, 9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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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협동조합 성공의 길'] 새로운 협동조합의 멤버들, 90년대생
  • 김진수 농협대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
  • 승인 2019.10.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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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김진수 농협대 교수]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웨일북스)’라는 책이 화제다. 필자가 산 책은 무려 1판 113쇄다. 출판된 지 1년도 안된 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대단하다. 어찌 보면 진부한 담론인 세대구분이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필자도 강의실에서 20대들을 대하기에 새로운 특성을 가진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변화를 조금은 느끼고 이들의 특성(스마트폰 과몰입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어떤 행동들)을 살피는 편이긴 하다. 솔직히 남을 살피는 재주가 없어 꼰대 점검표를 출력해서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은 참으로 유용하다.
 
협동조합의 중추가 될 미래세대

앞으로 이들이 협동조합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세력인 것은 확실하다. 현재 협동조합의 리더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협동조합 사업현장과 대학에서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이들과 대화하고, 이들에게 앞 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며, 기술 인구 기후변화 등의 메가트렌드가 만들어낼 미래를 함께 전망하고 상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 언급된 내용 중 협동조합에 시사점이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90년대생들이 앞으로 협동조합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세력이 되리라는 건 확실하다. 협동조합의 리더들은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이들과 대화해야 할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일대일 소통에서 일대다(多) 소통

먼저 소통방식의 변화다. 모바일 메신저가 주된 소통수단인 90년대생들에게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일대다의 방식으로 변화했다. 만약 20명이 있는 단체 카톡방이라면 빠른 대화속도를 따라가기 위한 이모티콘과 줄임말을 적극 사용한다.

현재 많은 판매협동조합들이 카카오톡이나 밴드를 조합원에 대한 기획상품 안내나 특가상품 안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체 카톡방(group talk)은 협동조합의 단체행동(group action)에 적합한 소통방식이다.

단순히 판매촉진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20대들을 위한 협동조합 사업 전반에 대한 참여확대를 위해 단톡방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속되는 관심사별로 세분된 단톡방 개설은 구성원간의 관계 축적, 정보 축적을 통해 협동조합의 다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실명의 단톡방이 가지는 한계가 있긴 하다. 제한적인 용도로 최근 대기업에서는 ‘블라인드’라는 익명 사내게시판을 개설하고 최고경영진이 직접 게시판 내용을 점검하여 젊은 세대의 가감 없는 비판을 노출시켜 사내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참고할 만하다.

호갱 NO NO!

소통방식 다음으로 90년생의 협동조합 친화적인 특성은 소위 호구를 뜻하는 ‘호갱’ 혹은 ’흑우’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80년생들만 해도 발품을 팔지 않고 어느 누구보다 좀 비싸게 구입을 했다고 해서 호갱 취급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이 20대가 된 2010년대에 어떤 상품을 조금이라도 비싸게 주고 구입하는 행위는 ‘호갱이 되었다’ 며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는다.

그리고 90년대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한 행위는 대부분이 공동구매이다. 공동구매는 본질상 곧 협동조합적 단체구매행동이다. 공동구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면 많은 협동조합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구매에 참가하는 이 세대들은 협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일시적으로는 이미 경험하고 있기에 협동조합의 이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90년대생들의 행위 동기는 자아실현보다는 심미적 욕구, 인지적 욕구 충족일지 모른다. 때문에 이들 신세대들이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협동조합들이 꼰대노릇을 하지 말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금강산도 식후경'은 이전 세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인간의 동기가 작동하는 순서를 잘 보여준다. 식욕이 채워져야 심미적 욕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 속담은 매슬로우 욕구 단계의 한국버전이라 할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는 5단계(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시작하였으나 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 사이에 인지적 욕구(cognitive needs)와 심미적 욕구(aesthetic needs)를 추가하여 7단계로 수정되었다.

4단계까지는 결핍에 따른 충족이 필요한 하위 욕구이다. 조금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은 있지만 인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를 요즘 식으로 풀면 ‘덕질’이 아닐까 한다.

책의 저자는 매슬로우의 5단계와 7단계를 이야기하며 ‘먹방’과 ‘맛집투어’를 즐기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가 자아실현욕구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 생각에 맛집투어를 하기 위해 먹방을 보거나 먹방에 나온 음식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90년대생들의 행위동기는 자아실현보다는 심미적 욕구, 인지적 욕구 충족이 아닐까 한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먹방투어를 하기 위해 90년대생들이 먹방을 보는 것은 이전 세대의 성취 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산업화 초기 형성된 협동조합들도 생리적 욕구 즉 먹고 사는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긴급히 제도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는 1949년 농지개혁법을 제정하여 자영농을 육성하고 이후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되었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신체적인 위협이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로서 의료보험 등으로 제도화되어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도입되어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이 실시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의료보험이 있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욕구를 가진 세대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애니메이터, 작곡가, 화가, 가수 , 사진가, 수집가 등 다양한 심미적, 인지적 욕구를 가진 신세대들이 활동할 때, 네덜란드 청년 반 고흐가 미술협동조합을 만들었듯이 우리의 신세대들도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협동조합들이 노력해야 하겠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만 의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기존 협동조합들이 먼저 나서서 젊은 세대들에게 협동조합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주고, 협동조합간 협동의 형태로 공연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 김진수 농협대 교수는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 기조실, 농업경제기획부에 근무했으며 2012년부터 농협대학교 협동조합 경영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결사의 자유의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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