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빚투'에 대응하는 마이크로닷 가족의 처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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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빚투'에 대응하는 마이크로닷 가족의 처세술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4.10 1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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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 문화평론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연예계에 ‘빚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계기를 촉발시킨 마이크로닷과 그의 부모.

물론 20여 년 전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한 것은 마이크로닷이 아닌 신씨 부부다. 부모의 잘못을 자식인 마이크로닷에게 덮어씌우는 건 명백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악용한 연좌제의 전형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 부모의 사기행각에 대해 사실무근을 주장했던 당당함에서 피해자들의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자 사과를 하고 방송활동을 중단, 이내 잠적해버린 마이크로닷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행태가 아닌가. 

사건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이 지나 8일 자진 귀국한 신씨 부부는 자신들의 뉴질랜드 행을 IMF때라 어쩔 수 없었다는 치졸한 변명으로 대신했다. 이거야말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IMF 시절 힘들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그 시기 대학생이었기에 늘 등록금 걱정으로 힘들어하셨던 부모님 모습에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들 어려웠지만 금모으기로 힘을 보탰던 시절,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가족 이기주의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했던 자들이 내뱉은 말은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언젠가 TV에서 보여준 19억원이 넘는 뉴질랜드의 대저택에서 호위호식하고 살았을 그들이 단 한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더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한마디 말에 대중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신씨 부부의 자진귀국은 자신들로 인해 산체스와 마이크로닷 두 아들의 연예 활동이 막히자 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식을 생각한 부모의 결정이라는 선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피해자들을 생각했다면 빚투 논란 당시에 입국했어야 했다.

이미 '타이밍 오버'다. 

마이크로닷.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로닷. 사진=연합뉴스

부모의 귀국으로 숨통이 트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마이크로닷은 최근 한 유튜브 연예채널을 통해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같은 이야기를 '빚투' 논란 당시에 했고 그리고 이내 그는 사라지는 무책임함을 보였다.

그들 가족에게 염치(廉恥)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를 묻고 싶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바로 ‘염치’다. 

염치없는 가족의 모습에서 오래전 사건이고 피해자들 가운데 합의를 해준 사람들이 생기자 그 자신감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유쾌하지 못한 생각마저 든다.

마이크로닷이 활동을 재개한다고 할 때 과연 이 모든 일들이 일소될 수 있을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연예계 활동을 위한 전략적인 계산은 대중이 먼저 눈치 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저 머리 숙여 잘못을 사죄하고 또 사죄해야 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약속해야 했다. 시간을 끌며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기 이전에 그들 가족이 이미 보였어야 할 사과의 태도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20여 년 전 마이크로닷의 부모로 인해 삶이 피폐해져 버린 다수의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 수는 없다. 

그들 가족이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은 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법으로 정한 것일 뿐,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소시효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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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미 2019-04-11 17:23:24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소시효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