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독서 3]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에서 엿본 세가지 시선 혹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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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 독서 3]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에서 엿본 세가지 시선 혹은 시각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7 11: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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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의 작가 잭 런던이 조선에서 본 건 무엇이었을까

 

어떤 책을 읽는데 ‘잭 런던’이 언급되어 깜짝 놀랐다. 그가 언급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책이었다. 나는 잭 런던이 사회주의 성향을 보여준 <강철 군화>나 자연주의 색채가 짙은 <야성의 부름> 등을 쓴 20세기 초 미국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잭 런던이 ‘이시하라 슌’ 이라는 일본 사회학자가 쓴 <군도의 역사사회학>에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19세기 말 태평양을 떠돌던 바다 사나이로.

▲ 잭 런던 "The Complete Novels" 표지 [아마존닷컴]

 

“1893년, 나중에 대작가가 된 젊은 잭 런던은 ‘첫 외국 상륙으로 오가사와라 제도의 지치지마 섬에 상륙했다. … 가난과 중노동에 시달리던 유소년기를 거쳐 17세가 되던 1893년, 물개 수렵선 소피 서덜랜드 호의 선원이 되어 태평양 세계로 진출했다.”

(이시하라 슌 <군도의 역사사회학> 105쪽)
 

이 책 저자는 잭 런던이 유명한 작가여서 언급한 것만은 아니었다. 잭 런던은 훗날 작가가 될 씨앗이 있었는지 당시 그 지역의 다양한 모습들을 글로 남겼다. 이시하라 슌은 잭 런던이 남긴 기록과 당시 일본 정부 자료와 대조하여 그 시절의 그 지역을 깊이 연구했다.

 

“잭 런던의 기록에서도 이렇게 일본 국가의 예외적인 법이나 현장 관리의 판단에 따라 월경적인 접촉이나 교역이 묵인되는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이시하라 슌 <군도의 역사사회학> 113쪽)
 

위에 언급한 두 부분만 아니라 책 곳곳에서 잭 런던의 기록을 문헌으로 참고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잭 런던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졌다. <군도의 역사사회학>에 이어서 잭 런던의 책을 읽기로 했다. 끝말을 이어가듯이.

 

          ▲ 조선사람 엿보기 / 한울 출판사

 

유명한 그의 소설들 말고 저널리스트로 쓴 책이 눈에 띄었다.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 호기심 가는 작가가 한국, 정확히는 조선에 관해 썼다니! 그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책장을 넘기면서는?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 서문부터 그런 생각이. 그렇지만 읽으면서 마주한 세 눈, 시선 혹은 시각 때문에 꾹 참고 마지막까지 읽었다.

이 책은 잭 런던이 러일전쟁이 벌어진 조선 땅에 종군기자로 와서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한 글이다. 책은 1904년 2월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시작한다. 인천을 거쳐 서울을 지나 평양으로 간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전투를 벌인 의주와 중국 땅 안둥의 모습은 르포 형식으로 적었다.

 

그 시절이 읽히는 조선인들의 까만 눈빛

 

앞서 ‘마주한 눈’ 때문에 마지막까지 읽었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마주한 눈들은 우리 조선인들의 눈빛이었다. 잭 런던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조선인의 모습을 묘사했는데 그 쳐다보는 조선인의 시선들이 내게 꽂히는 걸 느꼈다.

가뜩이나 흰옷을 입었는데 눈에 띄게 검은 머리와 검게 탄 피부와 까맣게 빛나는 눈빛. 런던은 그런 모습을 한 조선인들이 미개하게 보였을까? 책 여러 곳에서 조선인들을 비겁하고 겁 많고 무책임하다고 묘사했다.

 

“… 신랑을 카메라 앞에 세워놔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는 놀라서 발버둥 치며 울었다. 그의 더러운 얼굴에 남아 있는 하얀 눈물 자국은 그가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잘 나타내주었다.”

(잭 런던 <조선 사람 엿보기> 129쪽)
 

잭 런던은 조선인들이 모인 모습을 위 인용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여러 군데에서 묘사를 했다. 그 장면들이 불쾌했지만, 당시 조선인들과 그들의 삶이 떠오르기도 했다. 흰옷을 입어서 도드라져 보이는 까맣게 탄 얼굴과 빛나는 눈빛들. 조금이라도 힘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어깨와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들. 구슬프지만 우리가 살아온 나날들이다.

저자는 평민은 양반에게, 평민과 양반은 관리에게 꼼짝 못 하는 조선의 세태를 곳곳에서 비판했다. 민주적이지 못하고 미개하다고. 그런 잭 런던이 절차를 무시하고 아무 자격 없이 권한을 행사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그는 조선인 통역자에게 명령한다.

 

“…양반의 허세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어. 관아로 가서 사또를 만나. 내가 2시까지 갈 것이라고 해. 날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내가 무척 화를 낼 것이라고 해….”

(잭 런던 <조선 사람 엿보기> 148쪽)
 

실제 그는 그 관아에 가서 자기가 미국의 대표인 양 굴었다. 관리는 쩔쩔맸고. 그런 모순이 통하는 부조리의 시대였다. 구한말 조선은 평민이든 양반이든 벼슬아치든 자기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는 걸 잭 런던의 기록이 보여준다.

 

종군기자 잭 런던의 편협한 시각

 

다음으로 잭 런던의 시각이 느껴졌는데 무척 거슬렸다. 그는 종군기자로 조선에 온 것이다. 자기를 보낸 미디어와 독자를 위해 사실에 근거한 글을 써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런던의 시각은 편협해 보였다. 어쩌면 20세기 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가진 아시아에 관한 편견이란 편견은 모두 가진 듯 보였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평양으로 이동할 때 숙소를 구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잭 런던은 조선인들이 자기 일행을 푸대접하는 것을 이해 못 했다.

 
“… 10리를 더 간 후에도 그 상투적인 말에 따라 다음 마을을 향해 길을 또 가야 한다는 걸 알고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 그들은 주머니에서 권총을 건성으로 꺼내 들었다. … 이 사건으로 조선인에게 받은 갖가지 냉대와 무례한 대접에 대한 온갖 괴로움이 가시는 것 같았다. 조선인들에게 총을 보자 모여서 수군대더니 2분 후에 말과 사람들을 편안한 곳으로 안내했다.” (잭 런던 <조선 사람 엿보기> 90쪽)

 

잭 런던과 일행은 이런 식으로 숙소뿐 아니라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 나갔다. 잭 런던은 취재지역에 관한 이해와 공감은 전혀 없는 기자였다. 이런 사람이 어떤 성찰이 있었기에 불과 몇 년 후 사회주의 소설이나 자연주의 소설을 썼을까? 이 책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어설픈 제국주의자였다. 차별과 편견을 문명이라고 주장한. 한때 즐겨 읽은 그가 쓴 소설의 진정성이 의심될 정도였다.

 

번역자는 왜 이 책을 택했을까?

 

마지막으로 눈에 띈 건 번역자의 시각이었다. 역자는 서문에서 어느 유명한 선교사의 기도를 실었다.

 

“주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
(잭 런던 <조선 사람 엿보기> 18~20쪽)
 

처음 책을 펴고 서문을 읽을 때 저 기도문과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될까가 궁금했다. 다 읽고 나서 서문을 다시 읽었다. 역자는 한국인이 읽기에 불편한 이 책의 의미를 선교사의 기도문과 자기의 간증으로 연결하려고 한 건 아닐까 의심됐다.

 

“그런데 그런 아무것도 없는 우리 민족이 빛을 제일 먼저 받아들였다. 평양기도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가치관이 바뀌었고 능력을 주시는 자 안에서 못할 것이 없는 민족이 되었다.”
(잭 런던 <조선 사람 엿보기> 20쪽)
 

물론 그런 시각도 있을 것이다. 가난했던 것도, 주권이 없던 것도, 같은 민족끼리 싸웠던 것 모두 그분 뜻이라고. 그리고 그 모든 걸 그분의 은혜로 이겨냈다고. 어쩌면 힘든 시절 절대자의 능력을 절대로 믿는 세태가 필요했을 것이다. 독재자를 절대자의 모습으로 치환하는 세태도 필요했을 것이고.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을 무시하고 특별한 힘이 작용했다고 믿게 한 그런 시각이 독재자를 초인으로 만든 건 아닌지, 그런 초인의 딸을 기다리는 게 애국이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이 읽고 싶어졌다.

 

▲ <강철군화> (원제 Iron Heel)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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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2019-08-09 22:11:51
벌어지면 정직하게 대결을 해여지, 이 글을 객관적인 전세계인이나 자기 양심을 독자로 놓는게 아니고 그저 '운동권 동아리' '삼베옷입은 우리네 민초들(지랄하네 ㅋㅋ)'에 보에는 것으로, 즉 자기중심적 집단주의자들의 내부통신용으로 헌사하니 이 따위 논리적 부실이 벌어지는 거지. 당신같은 사람 특징이 뭔지는 알아? 보나마나 외국인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정한 인류애라는게 뭔지 경험한 적도 해본적도 없다는 거임. 꼭 보면 외국나가서도 우리나랏사람들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만 새삼 감탄하고, 어울릴 줄은 모르면서 마치 무슨 지가 박영효라도 된 마냥 꼿꼿하게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참 정말 아큐정전이 따로 없음. 난 정말 잭런던에 대해서 정녕 이런 비판을 발상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 ㅋㅋㅋㅋ.

그리고 2019-08-09 22:08:41
나는 같은 한국인이지만 당시 잭런던이 기록한 조선왕조 및 그를 가능케한 현재까지의 심성dna에 대한 정당한 반발심이 드는걸 느낍니다. 거기에 대해 기록자인 잭 런던에겐 정말 하늘을 다 줘도 못 살 이 소중한 기록을 남긴 데 대해 정말 고맙고요. 그리고 내 사람 보는 눈으론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단지 자신 앞에 놓인 사실과 감정을 쓰는 것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않으려는 양심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어처구니없게 박근혜와 연결짓는 당신같은 정치병자랑 다르게 말이죠.

뗏국물흐르고 겁에 만년 질린 인민으로서의 조선인. 이 어처구니없는 비인간적 세태에 대해 기록된걸 수치로 여기는 등신 팔푼이 칼럼니스트인 당신이 역시 똑같은 북조선 인민들의 고통에 대해 완전히 외면하는건 분명한 논리로 보이네요. 당신 친북이죠?

병신인가 2019-08-09 22:04:07
참 황당하네 이 칼럼니스트는.

오히려 편견은 그쪽한테 훨씬 심한 것 같은데요?

아니 상식적으로 원래 공적 문서에 편견을 그리 일관적으로 담기도 힘들 뿐더러, 타지에 가서 겪는 불편을 기록하는 것은 어디서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신 말도 안되는게, 잭런던은 자기 말의 근거들을 정확하게 당시조선생활과 연결짓는데, 당신은 막연히 2000년의 서방담론이 성찰해놓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푸레임을 무자비하게 거기 씌우는 거잖아요. 당신 글을 보면 그냥 불쾌했다. 아마 20세기 초의 서양인은 다 그랬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멋대로 결론 짓는 것 말고는 논리가 아예 없어요. 오히려 제가 보기에 잭런던같은 당대의 선교사 및 여행객들은 외부세계에 대해 선입견은 있을지 몰라도 굉장한 오픈마인드인건 확실합니다. ㄷ착각도 유분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