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독서 1] 그들이 새를 찾아 떠난 까닭은...새를 사랑한 두 학자의 생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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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 독서 1] 그들이 새를 찾아 떠난 까닭은...새를 사랑한 두 학자의 생태 에세이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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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과 《물속을 나는 새》 비교 리뷰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책은 어쩌면 끝말잇기 게임과 비슷하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에서 언급했거나 연관되는 다른 책을 찾아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 등 문학의 경우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되거나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의 경우 관련 분야 책을 더 찾아보게도 된다.

이번에 언급할 책들도 그런 경우다. 얼마 전에 서평을 쓴 소설 <펭귄 하이웨이>와 에세이집 <우리집 테라스에는 펭귄이 산다>를 읽으며 펭귄과 조류에 관심이 더 생겨서 찾아보게 된 게이 두 책이다. 모두 이번 가을에 출간되어 생태 에세이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책들이기도.

두 저자는 같은 분야를 얘기하고 있지만, 책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연구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책에서 다루는 이슈, 그리고 글의 문체까지 모두 다르지만 결국에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책을 한 번에 소개하는 이유다.

그 두 책은 ‘투덜이 조류학자의 발칙한 탐험기’라는 부제가 붙은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이하 ‘조류학자’)》과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라는 부제가 붙은 《물속을 나는 새(이하 ‘펭귄’)》이다.

 

▲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 박하

 

부제에서 이미 두 책의 성격이 보인다. 우선 ‘조류학자’는 ‘가와카미 가즈토’라는 일본의 조류학자가 일본 혼슈에서도 1,000km 넘게 떨어진 절해고도에서 새를 관찰하며 연구하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조류학자인 본인의 무용담을 재미있는 문체로 써 내려간다. 그렇지만 결국 글의 주연은 그 지역에 사는 새들이다. 저자가 왜 그런 고생을 하면서 그 새들을 지키며 연구하는지 설명하고 있는 것.

‘펭귄’은 한국의 젊은 학자인 이원영이 남극의 세종기지에서 펭귄을 관찰한 내용을 담았다.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위 책보다 조금은 더 과학서적답다. 그렇지만 중요한 이슈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잘 버무려 이해하기 쉽게 썼다.

 

절해고도에서 새를 연구하는 까닭

 

두 사람은 조류를 연구한다는 공통점 외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절해고도에서 연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의 학자는 오키나와보다도 먼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한국의 학자는 남극의 한 섬에서. 두 곳은 본토에서 멀다는 공통점 외에도 영유권과 관련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일본의 오가사와라 제도를 지도로 보면 이곳이 일본이 맞나 싶을 정도다. 지질학적으로는 오세아니아에 속하고, 일본 본토에서 남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진 서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들이다. 오히려 괌이나 사이판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양 진영의 사활을 건 전투가 벌어진 ‘이오지마’도 이 지역에 속한다.

원래 이 섬들은 주인 없는 무인도였다고. 약 300년 전에 조난을 당한 일본 어부에게 발견되었고, 200년 전쯤부터 여러 나라의 고래잡이 기지로 쓰였다. 그러다 약 150년 전에는 일본이, 2차대전 후에는 미국이 점령했고, 1968년에 일본에 반환했다. 지금도 일반 시민이 사는 섬은 아니라고.

책에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이 먼 곳의 섬들은 도쿄도에 속한단다. 한국으로 치환하면 이어도가 서울특별시 소속인 것. 혹시라도 있을 영토 분쟁 때문인지 절해고도가 일본의 수도에 속한 외딴 동네가 되어버렸다.

 

▲ 물속을 나는 새 / 사이언스북스

 

남극도 영유권 문제가 도사린 곳이다. 그 지역을 발견했다거나, 지리로 보아 자기네 나라와 연결된다거나, 사람이 계속 생활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여러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 때문에 대규모 분쟁이 생길뻔하다가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을 체결하여 조약 당사국만의 이슈로 제한시켰다. 한국도 1988년 세종기지를 건설하고 남극조약 당사국이 되어 남극 영유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 먼 곳 오가사와라나 남극에 과학자들을 보내서 연구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과학적 열정일까? 제국주의가 득세한 시절 종교와 과학을 앞세워 약한 나라에 쳐들어간 이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민감한 부분에 순수한 과학자들을 끌어들여 희석하려 하는 건 아닐까? 언제일지 모르지만, 권리를 주장할 때 쓰일 그 날을 위해.

 

무인도에는 새들이 살고 있었다

 

국가에서 후원해서 그 먼 곳까지 보낸 숨은 이유를 떠나서 두 학자는 자기들의 연구 대상에 최선을 다한다. 지역도 다르고 기후도 다르고 사는 종이 다르지만 두 지역은 오랫동안 고립된 지역으로 독립된 생태계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조류학자’는 절해고도인 오가사와라 제도에만 사는 새들이 있다고 알려준다. 이웃한 대만이나 오키나와까지는 너무 멀어서 독립된 생태계를 이룬 것을 새를 통해 조감한 것. 저자는 그들의 생김새나 습성을 비교하고, 심지어 새 발의 피를 뽑아 DNA 검사까지 하여 다른 지역에 있는 종과 다른 ‘아종’을 다수 발견하곤 뿌듯해한다.

‘펭귄’은 남극의 동물 생태계, 특히 펭귄 생태계의 다양함을 이야기한다. 남극에는 생김새나 크기가 다른 여러 펭귄 종이 살고 있었던 것. 우리가 펭귄이라고 통칭하지만, 외모가 비슷한 그들에게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젠투펭귄, 턱끈펭귄, 임금펭귄 등. 저자는 그들 모두 개성과 습성이 다른 펭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남극이 아닌 남반구 지역,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도 야생 펭귄이 산다고 알려준다.

서태평양의 섬들이건 남극의 섬들이건 원래 사람은 살지 않았고 새 등 동물만 살았었다. 그래서 나름의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며 생존해 왔는데 개발의 이름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자 그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고 두 사람은 함께 외친다. 나아가 두 저자는 연구를 위해 그 지역에 들어간 자신들도 그런 위험을 줄 수 있어서 매 순간 조심한다고 얘기한다.

 

다른 길로 오는 위험들, 그러나 결과는  

 

인간 세상과 멀리 떨어진 그곳에도 위험은 다가왔다고 두 저자는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의 거리 만큼이나 원인은 다르게 바라본다.

‘조류학자’의 배경인 오가사와라 제도의 폐쇄적 환경은 자생생물의 낙원이지만, 외래 생물이 주는 위협에는 약하다고. 사람과 함께 들어온 고양이나 염소, 혹은 그 사람의 신발에 붙어온 다른 지역 식물의 씨앗 등. 그러고 보면 가장 위험한 건 인간이라는 은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떤 무인도에 들어갈 때는 며칠 전부터 씨앗이 포함된 음식은 먹지 않고 정제된 음식만 먹는다고. 또한, 섬에 들여갈 기기들은 소독을 철저히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외부에서 들어온 동식물이 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그 해결책은 박멸. 말 그대로 없애버리는 것. 그 사례를 열거하며 해결책에 대한 단호한 믿음을 보인다.

‘펭귄’의 배경인 남극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라고. 극지방에서 살지 않는 펭귄이 발견되며 해를 거듭하며 더 많은 개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남극이 따뜻해지며 빙산이 녹아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두 저자가 ‘외래종의 위험’과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얘기하지만 사실 그들이 얘기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통한다. 환경의 변화로 생태계는 영향받는다고. 지금까지의 사례는 동물과 식물을 위협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그 위협이 인간에게도 미칠 거라고.

그래서 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의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연구는 어딘가로 모일 것이고, 어떤 누군가는 그 결과를 참고하고 첨삭하여 생태계를 살릴 수도 있는 묘안을 찾아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연구에는 노력상이 없다는 것.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한 책들이다. 일본 조류학자가 읊조린 ‘생물 다양성 기본법’ 전문이 뇌리에 남았다.

 

우리는 인류 공동의 재산인 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그것이 가져온 혜택을 미래에도 향유할 수 있도록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무를 갖는다.

(《조류학자라고 새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P.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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