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경제활력과 공정경제,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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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경제활력과 공정경제,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24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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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주문에 ‘연금 사회주의’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수탁자책임 원칙이라고도 한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 또는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지침을 말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 주주총회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97개에 이른다.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포스코·네이버 등 우니라라에서 내로라는 기업들에 대부분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반대 견해를 밝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헌법 126조에 있는 국가의 기업경영 통제 금지를 위반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쓰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의 노후 자금을 갖고 기업을 길들이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총리도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해서 기업에 개입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면서 "자유시장 경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정부의 개입은 경제 성장이나 미래 발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 /청와대

 

24일자 주요언론도 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언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적극 행사”…과도한 ‘기업 길들이기’ 될라“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위축, 나아가 ‘연금사회주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에서는 정부나 정치권 입김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 사설은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이 맡긴 재산을 잘 관리하고 불리는 일“이라면서 ”대통령 발언이 기업 경영 자율성을 위협하는 과도한 가이드라인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정권이 국민 노후 자금 갖고 기업에 개입할 때인가”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를 지시한 것은 앞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그 대전제는 공적 연금이 정권으로부터 독립돼 순전히 경영적인 관점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진국과 달리 우리 국민연금은 의사 결정 구조가 독립적이지 못하고 정부에 사실상 예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 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이 겸임하고 4개 부처 차관이 당연직 위원을 맡게 돼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엔 연금과는 거리가 먼 전직 여당 의원을 보냈다. 조선 사설은 “결국 정부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경영 개입이 이뤄질 위험성이 크다”고 보고,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배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23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주재 경제활력대책회의 /기획재정부

 

한국경제신문은 “오전엔 '경제활력'회의, 오후엔 '공정경제'회의…”란 사설에서 “”어느 쪽이 이 정부의 진짜 지향점이며, 진정 무게를 둔 정책은 무엇인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고, 오후엔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경제 사설은 “경제를 살리겠다면 억지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식의 거창한 대책회의에 앞서 ‘정책의 리스크’부터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책도, 행정도 방향이 분명하지 않거나 예측이 어려운 것보다 더 큰 리스크가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 한경 사설은 이어 “하나씩 놓고 보면 용인할 만하거나 심지어 그럴듯해 보여도 짜맞춰 보거나 큰 틀에서 보면 괴물이 되는 게 이 정부 들어 많아졌다”며 일종의 ‘구성의 오류’를 지적했다.

한경 사설은 “설사 경제의 체질을 다소 바꾸고 싶더라도 일단 살려놓고 정상화를 해둬야 수술이든 약물요법이든 먹힐 것 아닌가”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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