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소공녀’ 커플이 결혼해 ‘LTNS’ 속 부부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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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소공녀’ 커플이 결혼해 ‘LTNS’ 속 부부가 된 걸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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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LTNS’ 예고편을 보면서 영화 ‘소공녀’가 떠올랐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배우다. ‘소공녀’에서 커플로 나왔던 ‘이솜’과 ‘안재홍’이 ‘LTNS’에서는 부부로 나온다. 단지 같은 배우가 출연했다는 점에서 과거 영화가 떠오른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제작진을 살펴보니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LTNS’의 공동 감독이면서 극본을 쓴 공동 집필자였다. 공개된 ‘LTNS’ 영상에서 뭔가 기시감이 드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바로 설명되었다. 세계관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소공녀, 세상에 던져진 청춘들 

2018년에 개봉된 영화 ‘소공녀’에서 이솜은 가사도우미로 나온다. 일을 마친 후 위스키 바에 들려 글렌피딕 한 잔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게 그녀의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담뱃값이 두 배로 오르자 이솜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한정된 수입에서 어떤 항목을 줄일지.

이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담배를 선택하고 위스키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을 빼는 것을 선택한다. 대신 그녀는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 했던 선후배들을 찾아가 유숙을 청한다. 이솜이 몸담았던 밴드 이름이 ‘크루즈’였고, 그녀는 잠시 머물 곳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밴드 이름이 뜻하는 ‘여행’처럼 여긴다. 

이솜의 남자친구 안재홍은 웹툰 작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그는 호구 대책을 위해 공장에서 일한다. 다만 생활비가 부족해 방을 뺀 여자 친구를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하는 무기력한 남친이다. 그런 안재홍은 활로를 찾아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게 된다. 이 커플은 최소한 2년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영화에는 2010년대 청년의 초상이 담겨 있다. 이솜과 친구들이 대학생 시절 몸담았던 밴드는 젊은 날의 꿈을 상징하고, 밴드를 접고 사회인이나 생활인이 된 친구들은 꿈을 접거나 세상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치는 청춘을 상징한다.

그런 면에서 빈곤한 현실에도 위스키와 담배라는 개인적 취향을 버리지 않는 이솜의 모습과 웹툰을 그리기 위해 먼저 목돈을 모으려고 타국으로 떠나는 안재홍의 모습은 꿈을 간직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청춘들을 은유한다. 

그래서 더더욱 ‘소공녀’의 애잔한 커플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랬던 커플을 연기했던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부부로 등장하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애잔했던 마음이 새록 떠올랐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섹스리스 부부가 좇는 건 무엇일까

‘LTNS’는 티빙에서 19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6부작 드라마다. LTNS는 Long Time No Sex의 약자다. 원래는 Long Time No See를 의미했다. 부부로 나오는 이솜과 안재홍의 상황을 빗댄 제목이다. 

이솜이 연기한 ‘우진’은 3성급 호텔의 프런트 직원이다. 안재홍이 분한 ‘사무엘’은 대기업 출신의 택시 기사다. 두 사람은 7년 차 부부인데 집을 ‘영끌’해 사자마자 집값이 내려만 가고 둘 사이마저 소원하다. 

드라마는 부부가 육체적으로 멀어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결국 둘은 제목이 보여주듯 전우애를 간직한 부부가 된다. 그런 둘은 각자 위로한다. 그러니까 혼자 성욕을 해결하는 것.

어느 날 부부에게 ‘불륜’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엘의 부자 친구가 불륜을 저지르는 걸 사무엘 부부에게 들켰는데 돈으로 부부의 입을 막는 게 아닌가. 그런데다 우진이 일하는 3성급 호텔에 딱 봐도 불륜인 커플이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부부는 불륜 현장을 잡으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드라마 ‘LTNS’에는 불륜이 피어나는 다양한 상황과 현장이 등장한다. 그곳은 회사이기도, 산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불륜 커플과 그 현장을 쫓는 부부의 모습을 코믹하게, 때론 분노를 자아내게, 혹은 통쾌하게 그려낸다. 

불륜을 소재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녹여진 ‘LTNS’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19금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공개 3일 만에 유료 가입 기여자 수 3위에 올랐다. 이 수치에 필자도 한몫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영화 ‘소공녀’의 세계관과 연결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미혹이 계속 들었다. 왜 그랬을까?

세파에 변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

우선 ‘섹스리스’라는 소재가 기시감이 들었다. ‘소공녀’에서 두 커플은 추운 방에서 사랑을 나누려다가 포기한다. 옷을 벗기엔 너무 추워서 사랑은 따뜻한 봄이 되면 나누자며 후일을 기약하게 된 것. 현실에 눌려 육체관계가 소원해진 드라마 속 부부처럼.

그런데 무엇보다 두 작품에서 커플과 부부를 연기한 두 남녀 배우의 연기가 기시감을 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어쩌면 ‘소공녀’에서 이솜이 연기한 ‘미소’가 나이 들면 ‘LTNS’에서 이솜이 연기한 ‘우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던 것. 

‘미소’는 힘든 현실에도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취향을 포기 못하는 애잔하지만 씩씩한 청춘이었다. 아마도 ‘우진’에게도 빛나던 청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 직장에 매이고 의리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보니 생활력 만렙의 여인이 되지 않았을까. 

또한 어쩌면, ‘소공녀’에서 안재홍이 연기한 ‘한솔’이 나이 들면 ‘LTNS’에서 안재홍이 연기한 ‘사무엘’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떠올렸다.

‘한솔’은 ‘소공녀’에서 꿈꾸던 웹툰 작가가 되지 못해 기죽은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꿈을 뒤로하고 타국으로 떠난다. ‘사무엘’은 ‘LTNS’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나온다. 일류대학에 대기업 출신이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지금은 택시를 몰고 있다. 만약 꿈과 현실이 다른 삶에 짓눌려 있다면 그 사람은 ‘사무엘’처럼 주눅 들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아무튼, 6부작 시리즈 ‘LTNS’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가 서사 구조에 잘 담긴데다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고 이야기까지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4회까지 공개된 지금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며 화제성도 함께 올라가는 추세다.

만약 ‘LTNS’가 흥미로웠다면 영화 ‘소공녀’을 함께 감상해보면 어떨까. 분명 이솜 배우와 안재홍 배우가 중년 부부로 등장하는, 세계관이 이어지는 듯한 또 다른 작품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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