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엔씨소프트, 김택진 원톱에서 투톱체제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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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엔씨소프트, 김택진 원톱에서 투톱체제로의 전환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12.1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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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과 경영자는 누굴까? 전설의 경영자와 게임개발자들이 많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해당 업계의 원톱은 김택진 대표와 그가 만든 엔씨소프트가 틀림없다.

1997년, 불과 30살의 나이에 창업한 김택진 대표의 발자취는 국내 게임업계의 역사와도 같다. 그런 그가 창사 이래 첫 투톱체제로 전환했다. 화제의 파트너는 그 못지않게 유명한 박병무 공동대표. 원톱이 투톱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김택진 대표, 공동대표 체제 실험에 나서다 

김택진 대표는 창업한 후 26년 넘게 엔씨소프트의 원톱체제를 이끈 인물이다. 게임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며 기업경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기에 젊은이들에겐 ‘택진이형’으로 불린다. 한때 서울시장 후보 더 나아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몇몇 정치인에게 거론되었던 인물인 그에게 공동대표 체제는 어색하고 불편한 옷이 틀림없다.

그와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박병무 변호사는 거물이다. 80년대 학력고사 세대와 고시 수험생에겐 시험 천재로 불린 인물이며 90년대 변호사 업계에선 인수합병(M&A)의 대가로 불렸던 S급 변호사다. 그리고 2000년대엔 다수의 콘텐츠 및 통신기업을 경영한 인물이다. 그는 15년 전, KBS의 유력한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신화적인 인물과 인수합병 분야의 신화적인 인물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대일고와 서울대라는 동문 학연이 자리 잡고 있다. 대일고 졸업생들은 김택진 대표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박병무라는 천재가 대일고 출신이란 점을 항상 강조한다. 이런 인연으로 박병무 변호사는 16년 넘게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김택진 대표는 그렇다면 왜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박병무 변호사에게 공동대표 체제를 요청했을까? 이해 가지 않는 점은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최연소 SK텔레콤 상무로 유명했던 윤송이 사장이다. 윤송이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김택진 대표의 남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엔씨소프트의 부사장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위치한 인물이다. 그의 직책은 CPO(Chief Publishing Officer)다. 게임 기업 성장의 두 축은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게임배급)이다.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북미시장과 일본 및 대만시장까지 총괄하고 있다. 전략, 글로벌, 배급의 핵심은 오너체제다. 

김택진 대표, 윤송이 사장, 김택헌 부사장은 모두 오너경영의 상징과도 같다. 박병무 변호사와의 공동대표 체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까’하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투자와 M&A, 경영쇄신의 목적으로 박병무 변호사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는 얘기는 나왔지만 투자와 M&A, 경영쇄신은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경영쇄신과 구조조정 사이 

이쯤에서 엔씨소프트의 경영성과를 살펴보자. 참고로, 올해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42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 순이익은 440억원으로 76%나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은 여전히 리니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 모두 전년동기 대비 최소 18%에서 최대 54% 매출이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열성팬과 ‘택진이형’을 연호한 게이머들은 회사의 새로운 콘텐츠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리니지 이후 아이온, 블레이드&소울은 리니지의 존재감을 앞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조직개편과 비용구조 절감 이슈가 논의되자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박병무 신임 공동대표는 변호사 시절 싸이더스 인수, 넷마블 인수 등 엔테테인먼트 및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지만 하나로텔레콤 사장 시절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게임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더 알려져 있다. 엔씨소프트가 M&A에 속도를 내겠다고 언급했지만 구성원들은 쇄신이 아닌 구조조정을 걱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게임업계에서 넥슨과 1~2위를 다투는 기업이지만 최근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은 게임을 출시하지 못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병무 공동대표를 내정하면서 ‘컴퍼니 빌딩 전략’을 강조했다. 컴퍼니 빌딩은 유망한 아이템을 포착한 후 자금 지원을 넘어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전략을 의미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이 주력이지만 이미 영상, 음성을 아우르는 AI 사업에도 깊숙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컴퍼니 빌딩은 게임 이외 다양한 유망 분야의 M&A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실탄을 위해선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하다. 경영쇄신과 구조조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쇄신과 구조조정의 전문가다.

김택진 대표는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는 쇄신과 구조조정 중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을까? 그리고 박병무 공동대표는 쇄신과 구조조정 중 어디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을까? 

원톱에서 투톱으로 전환되었지만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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