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손석희의 JTBC 퇴사와 언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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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손석희의 JTBC 퇴사와 언론의 미래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10.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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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JTBC에서 10년을 넘게 보도를 책임져 온 손석희 사장이 JTBC를 떠났다. JTBC에서의 직책은 사장급 해외순회 특파원이지만 시청자에게 손석희 사장은 사장 이전에 앵커로 기억된다. 2013년 JTBC로 영입되었을 때, 믿고 지켜봐 달라던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손석희 앵커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20년 가까이 수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JTBC를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도 높은 방송사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JTBC의 디지털 전면화 

손석희 앵커가 떠난 JTBC의 미래전략에 모든 언론은 관심을 갖는다. 손석희 앵커는 보도담당 시절, 한 걸음 더 들어간다는 취지로 탐사보도와 비평에 초점을 두었다. 팩트를 체크하고 앵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진행 방식은 이제 지상파와 종편 구분할 필요 없이 모든 언론이 따라하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개그 프로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대학생 토론에서도 팩트를 체크하는 풍토가 자리매김했다. 

손석희 앵커의 퇴임은 언론의 경계선이 레거시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상징과도 같다. 이미 예능과 드라마는 올드 미디어에서 디지털·모바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지상파의 드라마와 예능은 힘을 잃었으며 젊은 세대는 유튜브로 트렌드를 학습하고 열광한다. 손석희 앵커는 2019년 12월 뉴스룸 앵커에서 하차를 선언했을 때, 자신을 오랜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으로 언급했다. 손석희 앵커의 퇴임은 레거시의 퇴장인 셈이다.

지난해 6월, 중앙그룹의 경영진은 “보도도 바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JTBC의 보도, 예능, 드라마 모두 ‘디지털 전면화’방향으로 신속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보도, 예능, 드라마 모두 디지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JTBC 및 중앙그룹이 뉴스룸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모바일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서는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중은 깊이 있는 뉴스보다 신속한 뉴스를 선호한다. 모바일과 유튜브 그리고 SNS에선 그날그날의 최신 소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메인뉴스가 제공될 때까지 뉴스를 막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취재한 내용을 공급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그룹 경영진의 생각이다. 디지털에서 중요한 건 속도와 파급력이다. 속도와 파급력 확보는 JTBC의 미래다. 

손석희 전 JTBC 총괄사장. 사진=연합뉴스
손석희 전 JTBC 총괄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방송사와 언론사를 경영하는 경영자의 과제는 늘 어렵다. 수익을 추구하자니 신뢰도와 영향력을 잃을 수 있고 신뢰도와 영향력에 포커스를 두자니 상당수 기업과 거리를 두게 되어 수익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교집합을 이루는 방송사·언론사를 짊어져야 할 수장의 무게는 그래서 더 무겁다. JTBC는 개국 후 보도, 예능, 드라마에서 ‘웰메이드’칭호를 부여받았지만 한 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참고로, JTBC는 지난해 종편 4사 중 최초로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 매출액이 2000억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매출액이 2배로 뛰어오른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보도에서 영향력과 신뢰도를 축적해 왔던 2016년~2020년 JTBC의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15.4%를 기록했다. 보도의 영향력과 별개로 JTBC는 꾸준히 드라마와 예능에 과감히 투자하며 웰메이드 방송사라는 시청자의 평가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 경영진이 디지털 전환과 모바일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뭘까? 시청자가 TV를 이탈해 OTT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웰메이드는 혁신을 상징할 순 있어도 시청률을 담보하진 못한다. 이미 영화관과 TV는 OTT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TVING 등의 OTT에서는 JTBC의 프로그램이 지금도 조회 수와 화제성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에게 남는 건 시청률과 수익이다. 

매출액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아쉽게도 매출액과 동반성장을 이루진 못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JTBC의 영업손실은 평균 211억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JTBC는 올해도 520억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인건비 절감의 이유로 사내 구성원과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시청률, 수익률, 영향력,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 건 방송사 경영자의 숙명, JTBC의 경영진은 가장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

다만 시청자들이 JTBC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JTBC가 주목받은 이유는 드라마 제작에서 관행과도 같았던 생방송처럼 찍고 24시간 편집하는 밤샘촬영, 철야작업을 뒤집고 사전제작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과거, 반사(반사전 제작)였던 관행을 완사(완전사전제작)라는 흐름으로 JTBC가 완전히 뒤집은 후 드라마를 떠났던 S급 영화배우들도 익숙하게 브라운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최근의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등 사전제작 작품의 오류가 생길 때에도 JTBC는 사전제작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JTBC가 비공식 공영방송으로 시청자에게 평가받았던 이유는 보도에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 탐사보도와 팩트체크에 집중했고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높은 품질로 웰메이드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JTBC는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품질로 브랜드를 유지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레거시의 흐름이 퇴조하고 디지털과 모바일이 대세가 된 세상이다. 속도만 추구하는 가짜뉴스와 질 낮은 작품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시청자가 TV 그리고 JTBC에 기대하는 우선순위는 웰메이드와 신뢰도 확보에 있다. 최적화된 속도가 팩트의 최적화, 수익의 최적화, 웰메이드의 최적화를 보장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미 그쪽은 치열할 대로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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