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쿠팡, 대기업을 향한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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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쿠팡, 대기업을 향한 진격의 거인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11.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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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국내 대기업 경영진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경쟁사는 어디일까? 단언컨대, 쿠팡일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타도 쿠팡'을 외쳐왔으며 사업 영역을 디지털과 온라인에 맞췄다. CJ그룹은 현재 쿠팡과 모든 분야에서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 역시 CJ, 신세계와 주식을 교환하며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을 구축했다. 

쿠팡의 적극적 공략, 대기업을 위협하다 

학계에서 조직의 기업가적 지향성을 언급할 때 강조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적극적 공략 행위(Competitive Aggressiveness)다. 쿠팡은 동영상서비스(OTT)를 출범하며 CJ의 콘텐츠사업을 위협하고 있고 로켓배송과 이커머스로 신세계와 롯데, 네이버쇼핑의 영역을 일거에 침투하며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기업 경영진에게 쿠팡은 공공의 적이다.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2010년 8월, 자본금 30억원을 토대로 쿠팡을 설립했다. 쿠팡이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은 건 2014년. 국내 처음으로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곧바로 상품을 받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021년 비즈니스포스트지는 국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가장 경계하는 기업을 쿠팡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이후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국내 스타트업 중 최초로 2014년 1호 유니콘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0억달러 돌파 기업)에 등극했으며 7년만에 뉴욕 증권시장(NYSE)에 상장하며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쿠팡이 상장했을 때의 시가총액은 국내 유통 대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를 몇 배나 넘어선 파격을 기록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저평가하는 이들은 쿠팡의 영업손실을 지적한다. 쿠팡의 매출은 2019년 7조 1407억원에서 2021년 20조 3634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성장했으나 이익은 제로에 가깝다. 2019년 7487억원을 기록한 손실은 2021년 1조 1710억원 손실로 늘어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요란한 빈수레'라는 평은 쿠팡을 줄곧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사업을 지금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까닭은 뭘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은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혁신성을 인정해 지금까지 국내 한화 기준 4조 7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쿠팡에 투자했다. 이를 토대로 쿠팡은 대규모 물류센터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쿠팡의 강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국 30개 지역의 100개 물류센터에서 나오는 로켓배송이다. 쿠팡의 물류센터 사정거리에 국내 인구의 70%가 10분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2025년이 되면 국내 인구의 90% 이상이 쿠팡 물류센터와 10분 내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2025년, 쿠팡은 전국에서 동일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쿠팡은 지속적인 신규서비스를 출시, 소비자를 자신들의 생태계에 묶게 만드는 락인 효과(lock-in)를 만들었다.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팡페이 출시, 2019년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출시, 2020년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출시, 2022년 여신전문 금융 서비스인 쿠팡파이낸셜을 출시했다. 결제-배달-영상-금융으로 쿠팡은 진격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공세 그리고 쿠팡의 과제 

쿠팡의 공격적 행보가 미친 나비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2021년부터 쿠팡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유니버스(세계관) 구축을 토대로 3조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고 SSG닷컴을 통해 쿠팡에 대응했지만 적자 폭만 확대되었고 결국 정용진 부회장의 측근들은 모두 이번 신세계 임원인사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의 경우, 현재 유통과 쇼핑, 콘텐츠까지 모든 영역에서 쿠팡과 격돌하고 있다.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쇼핑은 배송이자 물류며 동시에 즐거워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이커머스, 유통,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하자 CJ 역시 이에 대응하고 있다. CGV의 침체, CJ ENM의 실적 하락과 맞물려 쿠팡의 OTT 공세는 더욱 두드러진 양상을 띄고 있다.

이커머스의 절대강자 네이버 역시 쿠팡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1년까지 자사를 쇼핑회사라고 부를 정도로 이커머스에서 압도적 성과를 보인 네이버는 결국 지난해 거래액과 활성사용자 등 핵심지표에서 모두 쿠팡에 밀리며 해당 시장의 1위 자리를 쿠팡에게 내줬다. 네이버, CJ, 신세계의 동맹 구축은 쿠팡의 공세로 이뤄진 필연에 가깝다.

쿠팡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25조 7685억원 달성, 영업손실도 366억원에 머물 정도로 손익관리에서 안정적인 모습으로 접어들었다. 적자 폭의 감소와 매출액의 증가는 분명 쿠팡에겐 상징적인 성과다. 지난 3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도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18% 증가한 8조 102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1% 늘어난 1146억원을 올렸다.

쿠팡은 네이버, 신세계와의 이커머스 경쟁에서 한판승을 거뒀고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경쟁'이라고 불린 유통 경쟁에서도 이마트와 롯데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에게도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대기업을 정조준하며 유니콘처럼 날아오른 쿠팡도 이제 규모가 커지자 대기업이 마주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바로 쿠팡 노조와 쿠팡맨 처우 등의 노사 갈등 이슈다.

2021년 쿠팡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벌였고 물류센터 구축과 함께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자 쿠팡은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크게 고용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노사 갈등은 쿠팡의 미래진행형 과제로 남은 셈이다. 로켓배송처럼 빠르게 확장하는데 집중했지만 쿠팡의 과제 역시 로켓배송처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을 향해 침투한 진격의 거인 쿠팡, 이제 뒤를 돌아봐야 할 타이밍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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