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의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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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의 위기관리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7.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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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카카오는 다른 기업과 달리 그룹 계열사를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2년 전, 손 대는 일마다 승승장구를 보였던 카카오 공동체는 지난해 계열사 절반 이상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현재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배재현 카카오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지난 5월, 효율적으로 비용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위기를 일부 인정했다. 

카카오의 성과 하락과 연이은 위기

카카오는 2010년 이후 국내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스타트업이자 가장 빨리 국내 시가총액 최상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카카오는 2021년 국내 시가총액 3위에 올랐고, 2022년 사람인(saramin) 설문 결과 국내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 당시 방송과 언론은 카카오의 눈부신 성장과 김범수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을 연일 조명했다. 

위기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카카오는 손 대는 분야마다 성과를 보이자 지나치게 모든 분야에 직접 진출하며 문어발 경영 논란을 만들었다. 쇼핑, 금융, 콘텐츠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골프, 대리운전, 미용, 배달, 운수, 암호화폐 등의 분야에 침투하면서 카카오의 방향성은 길을 잃었다. 카카오의 불투명한 비전은 위기를 자초했다. 

이번 위기는 방향성을 잃었던 첫 번째 위기와는 다르다. 지난해 불거진 위기는 방향성에서 비롯되었지만 카카오는 성과에서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는 카카오가 자신감을 보였던 성과의 위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스타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성과는 총합 2500억 영업적자로 요약된다.

물론 카카오의 적자가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재난이 포스트코로나,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비대면에 강점을 보였던 IT기업의 성과는 대부분 하락했다. 네이버 역시 현재 성과 하락 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다르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와 최수연 대표가 직접 미래 장기투자 측면에서 인원 감축은 없음을 밝혔다.

이와 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0년차 이상의 직원들에게 이직과 전직을 권하는 등 인위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효과성을 위해 비용집행과 투자의 과감성을 강조한 카카오는 앞서 언급한대로 투자총괄대표가 직접 효율적인 비용집행에 방점을 두며 효과성에서 효율성으로 조직관리의 초점을 변화시켰다. 효율성은 구조조정을 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실체 규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 금감원이 카카오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밝혔다. 2021년까지 액셀을 밟으며 성장세에 관해 가속도를 질주한 카카오공동체의 행보가 성과와 수사라는 급브레이크에 걸린 형국이다. 

카카오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카카오의 성장전략은 지금까지 투자유치와 인수합병(M&A) 그리고 기업공개(IPO)로 요약된다. 과감한 투자유치와 공격적인 M&A는 기업의 외형을 급속히 늘리는데 가장 탁월한 전략이다. 참고로,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4년 36개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67개까지 확장되었다. 9년만에 카카오공동체로 불리는 계열사 수가 무려 4.63배나 증폭되었다.

카카오는 신규 계열사를 설립할 때마다 임직원에게 지분을 주고 독립경영을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수많은 창업자의 기업가정신과 창업 활성화를 돕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카카오가 속도경영과 급속한 확장에 강점을 지닌 이유다. 그러나 빠른 외형 확장은 상황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투자유치, M&A, 기업공개는 위기가 없는 순탄한 비즈니스 환경일 때 기업의 성장을 빛나게 하는 좋은 촉매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업가는 외부환경 변화를 늘 통제할 수 없다.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는 167개 공동체의 성과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식의 성장은 역으로 사업을 정리하는데 더 많은 부담감을 유발한다.

카카오는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권장했지만 이 역시도 카카오의 전체적인 미래 방향성 아래 조율되어야 긍정적인 독립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다. 일부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의 사업정리 방침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수많은 기업가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함께 미래 방향성을 조율하는 미션은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카카오의 위기관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카카오의 첫 번째 위기였던 방향성의 모호는 결국 두 번째 위기인 성과 하락과 구조조정을 초래했다. 첫 번째 위기 그리고 지금 발생하는 성과 하락 위기는 모두 카카오가 성장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조직안정과 미래방향성 재정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위기관리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대중은 카카오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올해 사람인(saramin)이 조사한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서도 카카오는 여전히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카카오의 불분명한 방향성과 성과 하락으로 실망한 이들이 많지만 카카오의 역동성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취업준비생도 꽤 많다는 의미다. 

급속한 성장 이전에 무엇을 위해 카카오공동체를 뿌리 내리려 하는지,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존중하되 큰 틀에서 카카오가 공동체정신을 갖고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조직의 가치관과 철학을 세워야 한다. 철학이 없는 공동체는 모래알과 같다. 카카오는 말 그대로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라면 공동의 목표,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카카오는 아쉽게도 이 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의 위기관리는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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