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에서 독립한 다음, 도약인가 결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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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에서 독립한 다음, 도약인가 결별인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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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카카오가 최근 다음(Daum)을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사실상 분리시켰다. 카카오는 다음을 분사시킨 이유로 검색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다음의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강화를 들었다. 바꿔 말하면 그 동안 다음이 포털 경쟁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업계는 다음과 카카오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4년, 카카오와 만난 다음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를 설명하는데 다음(Daum)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1990년대 후반 야후코리아가 장악했던 국내 포털시장을 다음은 한메일을 토대로 단 한번에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국내 대학의 전자상거래, 인터넷 관련 수업에서는 모두 한메일을 혁신적 아이템으로 다뤘고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은 기업가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이 한메일에 온라인 유료우표제를 도입하자 네이버는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커뮤니티의 시초였던 다음 카페와 전 국민의 70%가 사용했던 한메일의 사용자들은 모두 네이버로 넘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버의 초기 성장에 든든한 자금 역할을 했던 한게임의 김범수 의장은 이후 네이버를 떠나 카카오에서 다음을 다시 만났다. 

시간을 돌려 9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했을 때 IT업계의 기대 그리고 네이버의 불안과 우려는 실로 엄청났다. PC에서 모바일로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모바일 분야의 1인자 카카오와 국내 인터넷포털 1세대 플랫폼 다음의 합병은 한국판 구글 탄생이라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취약했던 모바일 경쟁력과 카카오톡을 통해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존재했고 카카오는 다음과의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그리고 범위의 경제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2014년 10월 두 기업의 합병 후 기록한 다음의 시가총액은 7조 8679억원, 단번에 코스닥 대장주로 떠올랐다. 시장은 두 기업의 시너지를 예상했다.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이유 

시장은 네이버를 넘어선 글로벌 포털의 탄생을 기대했으나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이유는 PC 기반 포털에서 네이버를 꺾기 위함이 아니었다.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인터넷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확신한 인물이다. 다음의 A급 프로그래머들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모바일 영역을 더 확고히 가져갈 생각이었다. 

김범수 의장이 다음을 인수한 핵심 이유는 다음(PC)에 있지 않고 카카오(모바일)에 있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언어적 한계 그리고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도 국내 인터넷 포털에 심혈을 기울일 이유도 별로 없다. 구글 같은 강력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외부에 존재하며 국내에서도 이미 네이버의 락인 효과(Lock-in)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카카오와의 합병에 시너지를 기대한 반면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모바일 역량 극대화를 기대했기에 둘의 화학적 결합은 애초 불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 카카오가 다음의 개발 인력을 통해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이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국민기업 반열에 오른 반면 다음의 사업영역은 날이 갈수록 축소되었다. 

카카오와의 통합 이후 다음의 마이피플, 다음뮤직, TV팟 등이 차례대로 중단되었고 클라우드와 아고라, 블로그도 지난 8년간 모두 사업을 종료한 상황이다. 웹툰과 다음지도 역시 카카오로 넘어간 후 사실상 다음까지 카카오에게서 떨어져 나가자 IT업계에선 카카오가 경쟁력을 확보한 후 다음을 매각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카카오와 헤어진 다음 

카카오와 만난 지 9년만에 다음이 카카오와 결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다음의 경영성과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PC통합검색 점유율에서 2년 전까지 최소 12% 이상을 구가한 다음의 점유율은 지난해 8%까지 추락했고 국내 포털시장 점유율은 이제 5% 아래로 내려앉았다. 다음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포털 매출감소도 두드러지고 있다. 

독립된 다음의 신규 대표는 황유지 다음사업부문장이 맡았다. 황유지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 서비스플랫폼 실장을 거친 포털과 플랫폼 전문가다. 카카오는 검색 및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다음 서비스 역량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다음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카카오의 지원 없이는 검색과 콘텐츠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의 주력사업인 웹툰, 지도, TV팟은 카카오로 넘어갔고 콘텐츠 부문 역시 카카오가 열쇠를 쥐고 있다. 검색의 경우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해당 포털에서 검색을 했는지에 달려 있다. 빅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검색 역량을 확보하기에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다음은 카카오의 빅데이터 없이는 네이버를 검색 부문에서도 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와 만나고 다시 독립하기까지 다음이 보낸 9년 세월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 난관을 헤치고 다음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면 카카오와의 시너지가 절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영위하는 콘텐츠, 금융, 모빌리티, 이커머스 등의 영역은 다음이라는 포털 또는 플랫폼에서 그간 융합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다음에 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음이 독립된 기업으로 역량을 발휘하려면 카카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역설적으로 카카오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되어야 다음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은 구글, 네이버처럼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정립한 기업이 시장 지배자로 군림한다. 독립한 다음이 네이버와 같은 시장 지배자에게 홀로 맞서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의 전망처럼 카카오에게서 다음이 쫓겨난 게 아니라면 다음의 실질적 독립을 위해 카카오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결별이 아닌 다음의 재도약을 고려하고 있다면 말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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