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브리프] 연초전매국, 세습고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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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브리프] 연초전매국, 세습고용 바뀐다
  • 항저우=박진영 통신원
  • 승인 2023.07.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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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박진영 통신원] 최근 산동(山东) 담배전매국이 발표한 2023년 채용공고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동 연초전매국 채용 공고 기본조건 제8항에 따르면, “지원자는 채용 후 간부의 직무기피 상황에 해당하는 직위를 구성해서는 안된다”, “지원자 본인과 부부관계, 직계혈족관계, 3대 이내의 방계혈족관계 및 가까운 인척관계가 있는 사람이 기업 운영을 맡은 지도 부서의 직위에 지원할 수 없다”라고 규정했다. 

산동 연초전매국 뿐만 아니라 장시(江西) 중국담배공업유한회사, 선전시(深圳) 담배전매국, 산시성(山西) 담배전매국, 칭하이성(青海) 담배전매국, 안후이(安徽) 중국담배공업유한회사, 티베트자치구(西藏) 담배전매국, 윈난성(云南)담배전매국 등이 같거나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며 사실상 세습 고용 개혁을 알렸다.

이는 중국 담배회사의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작년 6월 21일 허난(河南)일보의 한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며 공론화됐다.

그는 당시 중국 전국 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허난푸양(河南濮阳) 담배회사는 3대가 담배회사를 운영 성과와 관련해 선진적인 업적으로 꾸며내 당 기관지에 실린 것을 지적했다.

 

중국 담배회사 세습 고용 설명그림. 이미지=바이두 캡처

이와 같은 세습 고용 현상은 연초전매국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인 은행, 철도, 전력, 수도 등 다양한 국영기업과 사회 전반에서도 만연하다.

징계위원회에 따르면 ICBC 본점에서 관리하는 691명의 간부 중 220명에 달하는 간부의 배우자와 자녀 등 총 240명이 기업 내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또 최근 어느 철도회사에서 한 가정에서 3대에 걸쳐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부모님, 큰이모, 외삼촌 등 21명이 같은 철도회사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에 2014년 5월 한 인사부 관계자는 일부 국영기업의 직위 세습 문제에 대해 답변하면서 "이는 고용 형평성과 관련이 있으며, 국영기업의 채용은 비밀직위 외에 공개채용을 해야 하며, 채용 인원은 사전에 공시해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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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과 그의 직업을 계승한 아들 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과거 중국 국유기업 내에서 퇴직 대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아버지 세대가 퇴직하면, 보통 한 명의 자녀를 같은 시스템 혹은 다른 업무에 배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산업의 기술적 문턱 및 다른 산업과 비슷했던 임금 수준이 우선 작용한다. 또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가 일찍부터 자신의 자녀를 대체자로 선택하고 일부 기술 지식을 전수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당과 정부 기관, 국유 기업 등 기본적으로 사람을 선별하기 위해 시험을 채택하고 있다. 어려워진 시험으로 인해 높아진 문턱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어려운 취업시장으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불공정한 채용 시스템 운영에 대해 곳곳에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고용 형평성 문제와 고용 세습으로 인한 계층 고착화는 중국의 사회주의 이념 및 최근 추구하는 공동부유 이론에서 벗어난 현상이기에 중국에서도 큰 질타를 받고 있다.

 

●박진영 통신원은 중국 저장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교민 신문사인 상하이저널과 광동일보에도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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