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다시, 비즈니스 타이밍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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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다시, 비즈니스 타이밍을 생각한다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20.01.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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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은 모든 것’ 유명한 문구, 타이밍 제대로 잡는 노력 지속해야한다는 의미
타이밍을 잡기전에 자금 조달·운용, 생존력· 생존방법 철저히 고민해야
이정태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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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30년 만에 돌아 온 가수 양준일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1991년 데뷔해 시대를 앞선 노래와 춤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시대 환경과 불화를 겪다가 성장하지 못하고 사라졌던 불운의 가수. 2000년 초반에 V2라는 새로운 이름과 모습으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이때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4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음식점에서 일하며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고 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인생...'인생은 타이밍이다'

최근 한 방송의 예능프로그램 ‘슈가맨3’(우리나라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30년이 지나도 그대로 살아있는 가수로서의 역량과 말로써 설명하기 쉽지 않은 삶의 스토리를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로그램에 나온 10대들조차도 양준일의 매력에 충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슈가맨이라는 TV프로그램에 나와서 단숨에 뜨기도 하지만, 이미 유튜브에서 양준일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모아놓은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시대를 앞서간 가수 양준일 노래모음’ 영상은 360만 조회를 넘어섰고, 5만명이 넘는 팬그룹이 형성되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슈가맨으로 TV에 소환된 것이다. 인터뷰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라는 표현한 것처럼, 노래와 삶이 진정성있는 결합체로 묶이며, 사람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고 강력하고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시 반짝 인기로 떳다가 사라지는 비운의 가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수 양준일의 갑작스런 컴백을 보면서, 살았던 시대(시점)과의 조화, 사회문화적인 조건 변화에 따른 결과 등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레 ‘역시 무엇이든지 잘 맞아 들어가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구나’,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 타이밍의 마법을 받지 못하면 많은 어려움을 겪거나 그냥 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 연말 롯데홈쇼핑의 광고모델이 된 양준일.
지난 연말 롯데홈쇼핑의 광고모델이 된 양준일.

비지니스界도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물론 양준일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은 익히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특히,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 빌 그로스 아이디어랩 회장이 스타트업 성공과 실패 요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타이밍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빌 회장은 직접 창업한 100여개 창업기업과 그의 주변에서 창업했던 기업 100여개의 사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아이디어, 팀 및 실행력, 비즈니스 모델, 자금 조달, 타이밍 등 다섯 가지가 선정되었다. 이들 요소로 해당 기업을 분석해본 결과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타이밍이다. 성공과 실패에 끼친 영향력으로 보면, 타이밍이 42%, 팀역량이 32%, 아이디어의 차별성이 28%, 비즈니스 모델이 24%, 자금조달이 14%로 나타났다는 것이다.(출처; TED, 2015. 6.1. The single biggest reason why start-ups succeed | Bill Gross)

때문에, 빌 회장은 타이밍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알아보고, 고객 니즈보다 너무 앞선 것은 아닌지, 반대로 시장에 뒤처진 건 아닌지 등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분석해 고집이나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권고한다.

이렇게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타이밍은 본인의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자 하는 핑계에 불과하며, 나쁜 타이밍을 피하는 건 가능하지만, 좋은 타이밍을 찾는 건 보통 말하는 ‘운’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해서도 ‘작은 성공’에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작은 승리’인지 ‘큰 승리’인지 정의내리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고객에 따라 전략을 바꾸기 때문에 그 다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준비하기가 힘들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이러한 지적에도 경청할 부분이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타이밍이라는 건 단순한 성공 요인 하나로 정의내리기에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는 문구는 그만큼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금조달, 제품 생산체계등 사전 준비가 없다면 타이밍밍을 활용할 수 없다.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는 문구는 그만큼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금조달, 제품 생산체계등 사전 준비가 없다면 타이밍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타이밍은 고객의 니즈가 점증해 변화를 일으킬 그 어떤 시점

원론적으로 돌아가, 타이밍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다시 내려보자. 빌 회장이 말한 대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시점 또는 상황(다른 말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이 첫 번째 정의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정의는 외부요인(니즈나 문제에 연관된 환경의 변화)과 내부요인(이런 니즈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지속적인 증가)의 결합이라는 규정과도 연결된다.

두 번째 정의는 타이밍이란 기꺼이 위험을 지고자 하는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는 정의다. 이런 시점을 정하는 것은 이번 분기나 다음 분기 중 언제가 좋으냐를 선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 규정할 수  없지만, 그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산업적, 문화적 변화에 관한 것으로 보는 것과 깊게 연관된다.

준비없이 시장의 흐름에 올라타면 안된다

이렇게 하려면, 준비할 게 많다. 현재 시장 상황 분석은 기본이지만, 마켓 리서치라 불리는 시장상황 분석과 산업구조 변화분석을 제대로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며 실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이밍은 이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 흐름에 올라탈 때까지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요컨대, 시장과 고객에 맞아떨어지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되는 시점까지의 생존력과 생존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포브스’가 선정한 10대 액셀러레이터인 스티븐 호프먼은 타이밍 잡는 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빠르게 움직여서 파도가 최고조에 달하기 전에 올라타라. 기술개발에 매달리지 말고 공개기술을 활용하라
2. 다음 파도를 주시하라. 관심사가 다양한 팀으로 구성하고,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고개를 들고 파도를 보고 있어라.
3. 단하나의 파도에 집착하지 마라. 돈과 시간을 많이 쓴 프로젝트라도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포기하고, 다음 파도에 집중하라. 

이쯤 되면, 세 번째 정의가 떠오른다. ‘기다림’이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충실하고, 성실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시장조사를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노력을 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을 이어가는 가치를 업(up)시킨 뒤 불현듯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진정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마법의 타이밍 잡기의 운은 없다고 보면 된다.

기업은 아니지만, 가수 양준일의 타이밍도 마법은 아닌 것이다. 크게 성공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유튜브의 성공사례도 그러하거니와 국민 내비게이션이 된 록앤롤의 ‘김기사(지금의 카카오내비게이션)’의 스토리 또한 마찬가지다.

반대로, 코닥이나 블록버스터의 몰락스토리 또한 타이밍의 관점에서 잘 살펴보아야 할 교훈적 사례이다. ‘타이밍은 모든 것(timing is everything)’이라는 미국 유명 컬럼니스트의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시점이다. 제대로 타이밍을 잡는 노력을 지속하는 건 향후 10년 생존 플랜의 주춧돌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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