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초기 청년창업자들이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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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초기 청년창업자들이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 세 가지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08.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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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갑자기 찾아온 합병 기회→ 섣부른 욕심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어
상황 2. 계약당사자 사라진 용역기회 → 계약 관계사들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상황 3. 상황 3. 갑자기 사라져버린 임원들 → 조직 변화가능성 항상 염두에 두어야

 

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이정태 멘토] 위키 백과에 의하면, 딜레마(dilemma)는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진퇴양난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창업자들은 창업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에 직면한다. 더군다나 딜레마 같은 문제 상황들에 생각보다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모든 게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창업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꽃길이 아닌 것은 명확하다.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이를 사업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팬케이크 같은 얇은 지식과 정보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창업성공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같이 일하게 되고, 우연히 누군가에게서 투자를 받고, 우연히 누군가에게 회사를 매각하게 되는 과정을 보노라면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잘 풀리면 좋지만 잘 풀리지 않으면 정말 괴로울 때가 참 많다.

딜레마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창업자들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이론으로 결코 풀리지 않는 현장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상황 세 가지를 통해 당신이 창업자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때로는 토론을 해봐야 할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사소한 사항 하나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하나씩 해결하면서 성장의 문이 열리지 않나 싶다.

창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 이후 운영이다. 사업을 키워가는 동안 갖가지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고, 답을 찾기도 어렵다. 꼼꼼히 따져보고 해결하다보면 성장의 문이 열릴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창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 이후 운영이다. 사업을 키워가는 동안 갖가지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난데, 답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꼼꼼히 따져보고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성장의 문이 열릴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상황#1

대학을 갓 졸업한 창업자 A는 친구와 함께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가 창업경진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정부자금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도 시도해서 많은 인원과 금액은 아니지만 목표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엔젤 투자까지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직원도 2명 추가로 채용했고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B로부터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차량 내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술을 가진 업체의 대표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대표를 맡은 후 사업을 진행하다가 양 업체를 합병해서 덩치를 키워서 더 좋은 조건의 정부 자금도 받고 투자도 유치해서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큰 그림이었고,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 회사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아 5억원의 투자를 관련 중견업체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되어 있기도 했다. 두 업체가 서로 업종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큰 고민 없이, 지분은 없지만, 등기이사로 등재하고 대표를 맡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뒤 법인통장을 살펴보니, 잔고가 5만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표이사가 된 뒤에 통장 내역과 자금 흐름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대표 자리를 제안한 이사 B가 모든 걸 다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자금 흐름을 확인해보니 자신이 대표이사가 된 뒤 3일 뒤에 투자금 대부분이 해당 이사 B가 이미 진행해 온 반려동물 관련 업체로 차입금으로 입금 처리된 상태였다. A 대표 자신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장 시제품을 만들어주기로 한 상황이어서 A는 원래 자신의 업체 자금으로부터 5천만 원을 인출해서 차량 공기 정화기기 시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물론 이런 차입금 상황은 49% 지분을 가진 투자자(회사)의 양해 하에 이루어졌지만, 잘못하면 자신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해당 이사 B는 자신의 반려동물 업체를 현재 대기업에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서 조만간 계약이 체결되면 한 달 내 바로 차입금을 입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 협상은 최종 결렬되고 말았다.

이사 B는 자신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면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큰 소리 치고 있고, 투자자도 묵인하는 상황이 창업자 A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게 해결되면, 그 다음에 사업을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판단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초기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자금은 계속 들어가야 했다. 창업자 A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두렵기도 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당장 대표를 그만두어야 할지, 그대로 밀고 가야 할지 방향조차 잡기 힘들게 되었다.


상황#2

대기업의 기획 파트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창업한 C는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를 기획해 이를 서비스로 만들고자 창업했다. 주위에서 잘 알고 지내던 개발자 형과 함께 의기투합해 전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처음에는 정부자금 지원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작은 규모의 사업화 자금도 지원받았지만, 큰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이나 사업화 자금은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떨어져 자금압박이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앱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시작해 사용자를 1만 명 넘게 모았지만 수익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회사운영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기 때문에 외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게 되었고, 다행히 주위에서 소규모의 S/W개발프로젝트를 소개해 줘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서비스는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고 현상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지만, 초기 열성 고객들이 계속 유지되어서 위안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에서 필요한 S/W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단기간에 꽤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돼 흥분이 됐다. 2개 업체를 더 섭외해서 개발자들이 함께 몇 달을 중국에 파견을 나가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했다. 중국 업체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고생했지만 잘 마무리를 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와 사이에 계약을 맡고 있던 한국 업체 대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대금 결제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졸지에 같이 간 업체로부터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소송을 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결국 창업한 업체는 폐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같이 시작한 개발자 형이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어 기존의 서비스를 이어가게 되었다. 서비스를 중간에 중단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초기 열성고객들을 생각하니 그만 둘 수가 없어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 노하우와 데이터를 같이 활용해 보자는 유명 제약업체 자회사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결정하기는 했지만, C 대표는 자신이 방향을 잘 결정했는지 아닌지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상황#3

패션 디자이너 D는 대학 다닐 때부터 동대문 시장에서 여성의류를 도매가격으로 사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장사를 해봤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7년 동안 동네에서 옷가게를 운영했다.

비록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의류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D대표는 재고 의류를 판매하는 사업 아이디어로 정부사업화 자금을 2억 원 가까이 받을 수 있었지만, 투자는 번번이 최종단계에서 무산됐다.

속이 많이 상했지만, 제대로 사업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 경험 많은 개발 이사를 주위의 인적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애써서 영입했고, 개발팀도 소규모로 꾸렸다.

덕분에 서비스는 순조롭게 개발해 론칭했지만, 서비스 성과를 제대로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재정적인 부담이 많이 커질 것을 알면서도 마케팅과 영업 전문 인력을 임원으로 채용했다. 면접 때부터 자신이 입사 이후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자신감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D대표는 몇 달 뒤에는 원했던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생겼다. 큰소리를 쳤던 영업이사가 한 달이 지난 뒤에 보니 해놓은 게 하나도 없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단 하나도 해놓은 게 없었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불러서 얘기를 해보려니 카톡으로 사표를 던지고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설상가상 회사의 기둥이었던 개발 이사가, 시골에서 혼자 계시던 아버지가 암 말기 판정을 받아 병간호를 하기 위해서 회사를 갑자기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핵심 멤버 두 사람이 갑자기 그만 두게 되자 D대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람이 무서워졌다.

한동안 두 사람이 하던 일을 본인이 혼자서 밤새워가며 하게 되었다. 남은 팀원들과 인턴을 데리고 조직을 추스르며 버텨나갔다. 당연히 투자 진행은 미뤄졌다. 그나마 서비스의 성과가 더디게 나오기 시작한 게 위안이 되었지만, 앞으로 다시 어떻게 꾸려 나갈지 막막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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