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소셜한 벤처와 소셜 벤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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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소셜한 벤처와 소셜 벤처의 차이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08.0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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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다양한 전문가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짧은 강연을 편하게 볼 수 있는 TED영상은 재미있다. 최근에 본 TED영상 중에 ‘임팩트’있는 영상은 초바니의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 회장의 ‘안티CEO경영지침서(Anti CEO Playbook)'였다.

초바니 CEO 함디 울루카야의 독특한 경영철학

함디 울루카야는 몰라도 초바니(Chobani)는 들어봤을 것이다. 초바니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릭 요거트이다. 초바니는 양과 염소의 젖을 발효시켜 기존 요거트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지만 탄수화물 함량은 매우 낮아 비만으로 고민하는 미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전체 요거트 시장에서 1%미만의 시장이었던 그릭 요거트 시장을 크게 확대시킨 선두업체이다.

초바니는 현재 미국 그릭요거트 업계 1위, 전체 요거트 업계에서는 요플레(Yoplait)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05년 창업해 5년만에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했고 현재는 직원만 3천여 명, 연 매출은 20억 달러(약 2조3,600억원)에 달하며, 기업가치는 39억 달러(약 4조6,000억원)로 평가받는다.

울루카야의 엄청난 성공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게 아니다. 공동체에 대해 헌신하고자 하는 그의 경영 철학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실천해 온 자신의 경영철학을 ‘안티CEO 경영지침서(Anti CEO Playbook)'를 통해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는 새로운 기업의 답은 공동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주주와 CEO가 직원들보다도 우선시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현재 수익창출을 지상의 과제로 떠받드는 CEO경영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이런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안티히어로(antiheroes)라 부를 수 있다. 안티히어로, 즉 안티CEO들을 위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새로운 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주주를 위해 이윤을 극대화한다’라는 기본 원칙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CEO는 우선 보살펴야 할 것은 수익이 아니라 직원이다. 그리고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공동체가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기업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그릭 요거트 생산업체로 성장한 초바니의 홈페이지.
세계 최대 그릭 요거트 생산업체로 성장한 초바니의 홈페이지.

'사업의 모든 답은 공동체에 있다'는 철학 

새로운 사업방식은 공동체에 답이 있다. 공동체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벽을 허물고 함께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공동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온 난민들을 고용하고 교육도 시켰다.

한 공장의 경우 이들이 전직원의 30%이다.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보다는 변화를 이끌어가기 쉽다. 환경문제, 임금 격차, 인종문제 등의 사회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영에 대한 설명 의무는 주주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해야 한다. 소비자는 의사결정권한이 있다. 요컨대, 직원들에게 올바르게 대하고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성실하게 제품을 만들면 이익이 더 올라가고 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더 열정적으로 될 것이며 공동체는 그 기업과 CEO를 지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CEO는 노동의 존엄성과 사람들의 강인함과 인간 정신을 보물처럼 받들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버림받는 약자와 지역에 대해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들도 더나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것이 단순한 투자 수익과 친절함의 수익의 차이, 단순한 수익과 진정한 부의 차이라고 주장한다.

함디 울루카야 초비다 대표
함디 울루카야 초바니 대표

초바니를 창업한 함디 울루카야는 터키 쿠르드족 출신이다. 터키 동부 낙농 농가에 태어난 울루카야는 22살 때 겨우 3000달러를 들고 미국에 왔다. 미국을 방문한 아버지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치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걸 보고 뉴욕업스테이트에서 직접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즈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던 2005년 그는 낡은 요구르트 공장이 폐쇄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중소기업 전용 대출을 받아 84년 된 이 공장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매입했다. 4명으로 시작한 울루카야는 2년 만에 터키의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활용해 새로운 그릭 요거트를 출시해서 대박을 터뜨렸다.
 
울루카야는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의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자와 난민들을 회사에 받아들여 이들이 임직원들의 3분의 1에 달하며, 전 직원에게 지분의 10%(4,600억원 상당)를 내놓았다.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을 위해 유엔난민기구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고,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이 설립한 자선단체 '기빙 플레저(Giving Pleasure)'에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약속했다. 함디는 2013년 언스트&영의 최우수기업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초바니도 처음에는 소셜한 벤처였고, 함디 울루카야도 벤처창업가였을 것이다. 초바니의 함디 울루카야 회장의 성공사례와 경영철학은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넘어서 기업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관심 최고조...벌써 방향이 흔들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한 이후로 소셜 벤처 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만큼 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사회적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창업가들에게는 이전에 없었던 좋은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사회적 기업 진흥원을 통한 기존의 지원을 비롯해 서울시가 최근 소셜 벤처 허브 센터를 만들었고, 그 외 많은 지자체들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임팩트 투자기관도 늘었고 임팩트 투자 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셜 벤처가 빠르게 활성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지원법이 나온 이후로 시작된 이른바 사회적 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은 2017년에 이르러 소셜 벤처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벤처로 규정하고 정부가 지원하기로 하는 데까지 확대되었다. 2018년에는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소셜 벤처에 대한 판별기준도 수립했다. 사회성과 혁신성장성을 두 축으로 해서 각각 70점을 받으면 소셜 벤처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업체가 2천여 개가 넘었고, 예비 사회적 기업 또한 1천여 개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걱정도 많다. 정부가 제공하는 경로대로 사업을 끌고 가서 인증을 받는 것을 최우선 목표롤 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조직의 양성이라는 애초의 목표가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내신성적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보고 학업역량을 평가하고자 했던 입학사정관 제도(학생부종합전형)가 평가기준에 맞춰 활동을 하게 되는 본말전도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과 유사한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하며 성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울까

초바니의 사례는 소셜벤처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편협된 필자의 사고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울루카야는 아예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기업가의 본질적 속성이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주류적 사고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안티CEO경영지침서를 만들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대부분의 창업가는 소셜하다. 소셜 벤처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아니, 소셜 벤처가 해야 할 혁신의 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고, 깊이 또한 매우 깊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을 해야 하는 이유와 운영하는 원칙과 방식,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 주주와 고객을 대하는 관점 등은 모두가 소셜한 것이다. 애초에 소셜하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며, 때문에 창업한 CEO들이 혁신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고민은 협소하다. 인증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그 틀에 맞추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건 아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조직의 혁신은 등한시되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울루카야의 관점에서 확장해보면, 소셜하지 않은 벤처는 없다는 명제로 돌아가야 사회적 기업가들과 소셜 벤처가 성장할 수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소셜 벤처의 핵심은 울루카야의 주장대로 공동체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혁신의 열정이 결합되어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는 너무 복잡하다. 취약계층고용모델의 사회적 기업,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 기업, 그 외 사회적 기업, 각 지자체가 선정한 예비 사회적 기업, 각종 마을 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 그 체계가 복잡하고 연관된 부서도 다양하다.

물론, 여기에는 정책당국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체계들이 같이 맞물려있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는 것은 익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분리와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복지 체계와 연관되어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과 소셜 벤처 생태계 간의 적절한 새로운 관계 설정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사회적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로컬영역에서 뿌리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집중하더라도 쉽지 않다. 대부분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다. 심지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졌던 집밥이나 열정대학은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두손컴퍼니와 빅워크는 사업내용을 전환했다. 현장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쌓여야 진정한 소셜벤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그 속에서 한국적 초바니와 함디 울루카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 또한 사회적 경제 영역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도 우리 벤처들의 중요한 실적이다.

결국, 초바니가 인정받는 건 제품 자체가 새롭고 혁신의 가치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소셜 벤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시장과 고객에게 인정받는 건 오로지 그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노하우가 사회적으로 쌓여가야 하는데 정작 그냥 한 번의 이벤트나 단기성 행사로 끝난다면, 한여름 밤의 꿈도 아니고 이건 뭐도 아니다.

끔찍한 중일전쟁의 시기였던 1938년, 윤동주 시인은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썼다. 꿈을 가진 자에게는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도전의 길이다. 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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