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시중은행에는 밀리고 인터넷은행에는 쫓겨...상생·친환경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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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시중은행에는 밀리고 인터넷은행에는 쫓겨...상생·친환경은 언감생심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1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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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순익 1.5조...전년比 8.5%↓
시중은행 11.8조·인뱅 0.35조...성장세 지속
"지역경기 침체·디지털전환 난항 탓"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전경
(왼쪽부터)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전경. 사진=각사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성장세를 거듭해오던 지방은행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디지털전환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추세대로라면 시중은행을 따라잡기는커녕 인터넷은행에게도 뒤처질 분위기다.

경쟁상대인 시중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필두로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고 인터넷은행이 혁신 서비스로 은행권 메기로 자라나는 동안 지방은행은 어느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당부하고 있는 지방 기업들과의 상생, 저탄소 금융 활성화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입장이다.

19일 금융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기업은행과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향후 9조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신규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성된 자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은 지방 금융지주·은행 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은행과 지역이 동반성장 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기반 금융사에 걸맞은 지역경제 구성원과의 상생 ▲IT(정보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특화 신용평가 모형 개발 ▲지역내 자금중개 활성화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 활용 등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2022년 1조6000억원에서 8.5%가량 줄었다. 2020년 1조원, 2021년 1조3000억원으로 직전 3년간 연 3000억원씩 늘려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지방은행 별 순이익은 BNK부산은행 3791억원(-16.8%), DGB대구은행 3639억원(-6.16%), 광주은행 2407억원(-6.78%) 전북은행 2045억원(-0.29%)으로 대부분 역성장했다. BNK경남은행만 2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은 11조8000억원(전년 1조6000억원, 1.7% 증가), 인터넷은행 3사는 3500억원(전년 800억원, 326.3% 증가)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 수익성 악화의 주 원인으로 지역 경기 침체를 꼽는다. 전국이 아닌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업을 꾸려나가는 지방은행들에게 지역경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방의 저성장 현상이 장기화하며 수도권과 지방의 GRDP(지역내총생산) 규모와 인구가 역전됐다"며 "최근 지방은행들은 지역경제 침체와 금융환경 변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지원 없이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 지방은행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GRDP 중 지방권 비중은 지난 2019년 48%에서 2020년 47.2%, 2021년 46.9%, 2022년 46.7%였다. GRDP 지방권 성장률은 2019년 2%, 2020년 –3.1%, 2021년 3%, 2022년 1.7%로 고전 중이다. 지방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019년 0.49%, 2020년 0.38%, 2021년 0.34%, 2022년 0.52%로 집계됐다.

이병윤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영업특성상 지역민과 지역기업에 밀착한 영업으로 관계형 금융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 시중은행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며 “시중은행은 디지털금융과 모바일금융 확산에 따라 지점과 종업원을 줄이며 비용절감을 하고 있는데 지방은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산성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영업점 점포와 직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절감한 비용을 기반으로 순이익을 대폭 늘려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의 2631억원 대비 34.9%가 뛴 354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산·대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은행을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으로 매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토스뱅크는 2022년 -2664억원에서 지난해 –159억5900만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올해 흑자 전환이 예고된다. 아직 지난해 실적이 공시되지 않은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1053억원에서 2021년 225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한 후 2022년 8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금융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디지털금융 역시 지방은행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생 자체가 IT(정보기술) 기업인 인터넷은행과 대규모 자금력을 보유한 시중은행에 비하면 그 경쟁력은 더욱 뒤처진다.

인터넷은행들은 아예 은행권 전체의 ‘메기’로 부상하며 오히려 시중은행을 쫓아오게 만들었다. 시중은행의 전통 사업 영역이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월에만 카카오·케이뱅크로 2975건이 옮겨갔다. 절감된 비용만큼 대출금리를 낮춰 차주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유치실적은 1822건에 그쳤다. 인터넷은행이 출시한 한달적금, 환전수수료 면제 등은 시중은행이 유사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판국이다.

그간 국내은행들의 수익구조상 문제로 꼽혔던 높은 이자이익 비중은 지방은행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91.1%였지만 지방은행은 이보다 높은 96.9%(3분기 기준)였다. 비이자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아예 이자 의존도가 100%를 넘기도 한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외려 또 하나의 리스크로 인식된다. 지방은행의 주요 차주인 지방 중소기업이 주로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종들이기 때문이다.

이병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탄소중립 정책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관련 정책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며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기후리스크 평가와 관리 의무 수행, 기후리스크, 녹색금융 관련 정보 공시 등도 큰 비용이 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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