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1·2금융권 희비...은행은 역대급 순익 저축은행은 역대급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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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1·2금융권 희비...은행은 역대급 순익 저축은행은 역대급 손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15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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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순익 21.3조...전년比 15% ↑
충당금도 대폭 확충...2년 새 두 배 이상 적립
저축은행, 고금리에 연체율 늘고 예금 이자 낮춰
순익 적자 전환..."충당금 추가 적립 등 난항 예견"
저축은행 금리 하락.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금리 하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역대 최대규모의 순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충당금을 대거 적립했지만 대출자산이 확대되고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결과다.

저축은행 업권은 9년만의 적자 전환이 예고된다. 고금리에 따른 중저신용자의 연체율 상승, 예금이자부담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탓이다. 향후 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 한다는 압박 역시 수익성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18조5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15%)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전년 55조9000억원 대비 3조2000억원(5.8%) 늘어난 5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채권 등 이자수익 자산 확대로 수익성 지표인 NIM은 2022년 1.62%에서 지난해 1.65%로 높아졌다.

비이자이익은 전년 3조5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68%(2조4000억원) 급증했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5조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1000억원 대비 50배 늘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 이익도 5조1000억원으로 전년(5조원)보다 다소 늘었다.

그간 금융당국이 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대손충당금도 대폭 늘렸다.

2021년 4조1000억원이었던 은행권 충당금 전입액은 2022년 6조4000억원, 지난해 10조원이었다. 충당금 산정방식이 충당금부도율에는 과거 위기상황을, 신용·담보에는 미래 전망정보를 반영하는 식으로 개선되면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인 저축은행 업권에는 먹구름이 꼈다.

2022년 1조5957억원이었던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마이너스(-) 1413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연속 적자에 4분기 역시 업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적자 폭은 확대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기준 지난해 경영실적이 발표된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 다섯 곳만 해도 1792억원 순손실이다.

KB저축은행은 지난 2022년 218억원 순이익에서 906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06억원에서 –491억원, 하나저축은행은 233억원에서 –132억원, NH저축은행 268억원에서 –562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저축은행은 2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전년 384억원과 비교하면 22%(85억원) 감소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유받은 각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3.42%에서 2022년 말 4.1%, 지난해 9월 6.7%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저축은행 이용자 중 50.7%가 신용점수 하위 20%(나이스신용평가 750점·코리아크레딧뷰로 700점 이하) 차주들이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중저신용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저축은행 연체율도 따라 오르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통상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이자로 정기예금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해 예대마진을 확보한다. 하지만 대출 부실과 업황 악화로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출 문턱을 높이고 고금리 예금상품 취급을 자제하는 등 여신과 수신을 모두 줄이고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여신 규모는 104조936억원으로 전년 115조6003억원 대비 9.51%(10조9347억원) 축소됐다. 수신 잔액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07조1491억원으로 1년 전 120조2384억원 보다 10.89%(13조893억원) 줄었다.

15일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3.72%로 지난해 1월 5.37% 대비 2%포인트 낮아졌다. 이달 5대 은행의 12개월 예금 기본금리는 2.6~3.6%, 최고금리는 3.5%~3.9%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만큼 향후 손실이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3일 열린 금감원 주재 업무설명회에서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정보 금융평가본부장은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대비 부동산 PF 비율은 15%로 가장 높다”며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분양률도 40%가 되지 않아 선순위 투자 회수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충당금을 적립할 여력은 있지만 PF뿐 아니라 신용대출, 중소사업자 대출도 상황이 좋지 않아 업권 전체적으로 적자가 나고 있다”며 “내년까지 적극적인 증자와 부지 정리로 이익을 확보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브리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는 9조~15조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에 기존 브릿지론의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전액손실로 보고 충당금을 맞추라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4.14%였다. 전분기 13.62% 대비 0.52%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 건전성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간 시장이 활황일 때 충당금 적립도 잘 해왔고 BIS도 양호하다”면서도 “다만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대폭 더 쌓아야 하고 영업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에 향후 순이익이 극적으로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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