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V] ②"그냥 팔아라" 테슬라 외면하는 월가...도요타는 호평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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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EV] ②"그냥 팔아라" 테슬라 외면하는 월가...도요타는 호평 일색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4.03.15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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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월가 "팔아라" 매도 의견 나와
하이브리드 집중한 도요타 주가는 훨훨
전문가들 "EV 어려움 가중될 것...당분간 내연차·하이브리드 공존해야"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도요타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도요타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약 1년 전인 지난 2023년 1월28일, 일본의 시사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에 '도요타의 추락...일본 자동차 산업의 대붕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는 이미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있던 시기였다. 기사에는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한참 뒤처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1년 후인 2024년 1월24일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의 메인 기사에 도요타는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도요타자동차 시가총액이 일본 증시 역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는 내용이었다. 1년만에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테슬라 역시 지난 1년간 180도 달라졌다. 

2023년 1월 25일,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당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1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량이 밀려들고 있다"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24년 1월  "올해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낮을 수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식에 대해 잇따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놓으며 비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도요타와 테슬라의 운명을 뒤바꾼 것은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전략이다. 

"테슬라 팔아라" 사실상 매도 의견 내놓는 월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웰스파고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의 '동일비중(equal 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매도 의견이다. 목표주가는 기존 200달러에서 125달러로 낮췄다. 테슬라의 14일 종가는 162.5달러. 현 주가 대비 20% 이상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주가 대비 20% 이상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웰스파고에 이어 14일 UBS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225달러에서 165달러로 대폭 낮췄다.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으나, 현재 주가 수준과 동일한 수준의 목표주가를 내놓아 사실상 매도 의견과 다름 없다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배경에는 올해 판매량이 정체되고 2025년부터는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 점, 그리고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경쟁업체들에게 뒤처지고 있고, 유럽연합(EU) 및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자리잡았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2024년 테슬라의 주당 순이익이 3.03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23년 3.12달러에 비해 2% 이상 낮아진 것이다.

월가 내 테슬라 낙관론자로 꼽히는 모건스탠리 애덤 조나스 역시 테슬라의 2024년 수익 전망치를 25% 하향 조정하면서 테슬라가 올해 잠재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 등급을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기존 345달러에서 320달러로 낮췄다. 

올해 들어 이미 30% 이상 주가가 급락한 테슬라는 월가의 비관적 태도에 연일 급락세를 유지중이다. 지난 13일에 이어 14일에도 4% 이상 급락, 이틀 연속 4%대 하락세를 지속했다. 

테슬라 주가 추이.
테슬라 주가 추이.

날개 단 도요타...하이브리드 집중 전략 제대로 먹혔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지난 1월과 2월의 월간 수익률은 각각 15.8%, 20.7%에 달한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32%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슈퍼 엔저 효과에 따른 일본 증시의 강세 흐름이 일본 시총 1위인 도요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엔저 효과가 수출 기업인 도요타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도요타 주가가 여타 일본 자동차 주식 수익률을 웃돈다는 점에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요타의 경우 2000년 1세대 프리우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차량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테슬라에 이어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전기차로의 전환에 나설 당시에도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도요타는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실적을 통해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확인됐고, 이는 고스란히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연결 기준 순이익이 전년대비 84% 증가한 4조5000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5500억엔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4조9000억엔으로 4000억엔 상향조정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모틀리풀은 "도요타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를 우선시하는 올바른 전략적 결정을 내렸음을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테슬라와 도요타의 서로 엇갈리는 주가 흐름이 보여주듯, EV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당분간 하이브리드, EV, 내연기관차가 공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EV가 당분간 공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EV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호응도, 가격·품질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현실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점차 인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잠재적 파산 신청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언급하며 "EV 대중화가 지체될수록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EV 메이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며 "반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이 가능한 기존 완성차 메이커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요타자동차 주가 추이.
도요타자동차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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