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강호동號 출범...경제지주와 통합은 난항 예고
상태바
농협중앙회, 강호동號 출범...경제지주와 통합은 난항 예고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12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중앙회·경제지주 통합...업무효율 제고 노려
회장 결선서 62.6% 득표...조합원 전폭 지지
금감원, 농협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 주시
서울 중구의 농협중앙회 본관.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농협중앙회 본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강호동 신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농협의 체제 개편을 예고했다.

경제지주를 중앙회와 통합해 경제부문의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발상이다. 17년만의 직선제로 선출된 수장인 만큼 조합원들의 지지도 전폭적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에는 국회의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고 금융당국 역시 농협의 지배구조를 주시하고 있어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강호동 25대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중앙회의 모든 사업을 농업인 조합원과 농축협의 입장에서 추진하도록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농축협의 눈높이에 맞춘 중앙회 지배구조 혁신과 지원체계 고도화로 농축협 중심의 농협을 구현한다는 뜻이다.

강호동 회장의 후보시절 주요 공약은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이었다. 지난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후 12년 동안 이어진 ‘1중앙회 2지주(경제·금융지주)' 체제에서 경제지주를 중앙회와 합친 '1중앙회-1지주(금융지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NH농협은행·NH투자증권 등)와 경제지주(하나로유통·농협홍삼·남해화학 등)를 아래에 두고 있다. 당초 신용과 경제를 분리해 사업 각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금융업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제사업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사업 분리로 인한 비효율이 부각되면서 다시금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경제지주가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면서 지역농축협의 경제사업과 경쟁을 벌이고 농축협 조합원을 지원하기보다 수익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강호동 회장은 경제지주의 농축협 지도·지원 부서를 농협중앙회로 이관하고 지원채널을 일원화해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후보시절부터 농축협 발전과 조합원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해 왔다. 농축협 지원 중심의 중앙회를 설계해 농축협 경쟁력을 키우고 유통혁신을 마무리할 것을 약속했다.

조합장의 권리 회복과 조합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공언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결선에서는 총 1247표 중 781표(62.6%)를 받았다. 신임이 두터운 만큼 추진력 있게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농협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볼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강호동 회장의 임기 첫 날부터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고강도 검사에 돌입했다. 최근 농협지주와 은행 등에서 배임사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았는데 이것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결론이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출자한 단일주주로 내부통제와 관련해 제역할을 했는지, 출연금을 과도하게 요구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서 받아가는 돈 역시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은행 등 계열사에 영업수익, 매출액의 일정 범위 내에서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를 부과한다. 신용과 경제가 분리되면서 중앙회는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계열사들에게 연간 5000억원 규모의 돈을 걷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계열사별 부과액은 농협금융지주 4927억원, 농협경제지주 475억원, 교육지원 31억원 등 총 5434억원이다.

계열사 경영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부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지적 사항이다.

최근 NH투자증권 사장자리를 놓고 벌어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의 갈등에서 강호동 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이석준 농협금융회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며 맞섰다. 최종 사장은 NH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업부 대표까지 오른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이 낙점됐다.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편은 농협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정치권과 협의가 필요한 과제다. 전임 회장들도 각종 개혁 과제를 담아 농협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강호동 회장이 농촌 현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설득 과정에서 큰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