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까 묻는다면…
상태바
[데스크 칼럼]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오를까 묻는다면…
  • 이병관 기자
  • 승인 2024.03.12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격 밑에 흐르는 서사적 흐름 짚어야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었다. 가격이 급등하니까 지금 사도 늦지 않았냐, 얼마나 더 오를 것 같냐는 질문을 듣는다. 2009년 1월 탄생한 비트코인은 처음 1년 반여년동안 가격 자체가 없다가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으로 파파존스 피자 두 판을 구매한 것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첫 거래다. 이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연례 행사가 된 이른바 ‘비트코인 피자 데이’다.

당시 핸예츠가 구매한 피자 두 판의 가격은 30달러(약 4만원)다. 1비트코인을 0.003달러의 가치와 교환한 셈이다. 줄잡아 비트코인 가격을 1억원으로 치면 피자 두 판에 1조원을 지불한 것이다. 피자 구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2,350배 이상 뛰었고, 현재 하루 비트코인 거래량이 무려 5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주위에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됐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트코인이 일직선으로 상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했지만 수많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급등할 때 샀다가, 이내 급락하면 손절매한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샀다 하면 꼭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찍고 떨어진다고 한다. 상승세에 잘 합세했더라도 좀 수익이 생겼다 싶으면 이내 팔아치운다. 이런 사람들이 99.9%다. 보유 기간의 차이는 좀 있을지언정 ‘가격’을 보고 불나방처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된 극소수의 0.1%는 ‘가치’를 보고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비트코인을 모아간 그룹이다.

이 극소수 그룹은 비트코인의 단순한 가격을 보지 않고, ‘디플레이션 화폐’라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가 올라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갖고 있기에 적합한 화폐라는 얘기다. 우리는 ‘인플레이션 화폐’ 세상에 살고 있다. 달러화든 원화든 세상의 모든 국가 화폐는 날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언발에 오줌눟기 식으로 경기가 힘들다 싶으면 무제한 화폐를 주기적으로 찍어대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 2008년 미 서브프라임 사태때부터 양적완화(달러 찍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0년 코로나 위기를 맞아서는 무차별로 신규 달러를 살포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미국 정부의 부채(국채)는 22조달러였으나 4년이 지난 2024년 부채가 무려 11조달러 늘어난 33조달러에 달한다. 그야말로 돈을 찍어서 부채로 지탱해온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은 1년마다 우리나라 한해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달러를 찍어낸 셈이다.

달러 가치는 지난 100년 사이 95% 이상 폭락했다. 100년 전에 갖고 있던 100달러가 지금은 5달러 가치도 안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류는 가치가 보존되는, 아니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는 화폐나 자산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부를 이동시키려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금이다. 기원전부터 수천년간 금은 인류가 갖고 싶어하는 디플레이션 화폐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지난 1971년 1온스당 35달러였던 금 가격은 현재 2100달러 안팎으로 수십배 뛰었다. 

현재 금의 시가총액은 13조달러가 넘는다.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은 현재 1조3,000억달러 정도로 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른다. 화폐의 희소성으로 인해 금처럼 가치 저장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희소성 말고도 금보다 더 좋은 성질이 있다. 바로 이동성이다. 금은 무겁고 쪼개기 힘들어서 사실상 일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거래하기 힘들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몇백원 단위로도 거래하며, 인터넷 클릭으로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 

무릇 그것이 화폐이든, 자산이든 가격은 시장 수급에 따라 요동친다. 금리 등 거시 변수, 비트코인ETF 등 신상품 등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수요와 공급은 널뛰기한다. 여기다 시장의 탐욕과 공포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동치는 시장 가격 밑에서 도도히 흐르고 있는 서사적 흐름이다. 비트코인의 미래 가격을 묻기에 앞서, 왜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게 됐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때다. 인간은 자신의 부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고, 늘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트코인ETF로 수십조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금처럼) 국제적 자산(International asset)이다”고 왜 말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