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신희 특파원]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11일 폐막한다. 올해 양회에선 5%안팎의 경제성장 목표가 발표됐고, 중국 정부의 2024년 청사진이 하나 둘 발표되면서 국내외 언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언론 뿐 아니라 어느 때 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중국인들도 2024년 양회에 대해 다양한 관심사를 표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연인원 약 615만명이 참여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의법치국'(依法治國)과 '취업(就业)', '농촌 진흥(乡村振兴)‘, '의료(医疗)’, '고품질 발전(高品质发展)', '양로'(养老), '교육강국(教育强国)', '지역사회 거버넌스'(社区治理),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中华优秀传统文化)', '국가안보교육(国家安全教育)’ 등이 중국인이 2024년 양회에 바라는 주요 키워드라고 발표했다.

양회의 주요 키워드는 민심과 민의를 반영한 것으로 양회가 진행되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2024년 양회 키워드를 통해 중국인의 관심사항과 민심 그리고 중국 정부의 추진 방향을 살펴봤다.

의법치국(依法治國)

인민일보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중국인들의 양회를 향한 민심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이다. 의법치국에 대한 민심은 중국 네티즌들이 공정한 사법과 인민을 위한 사법에 비교적 높은 기대를 갖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보이스 피싱과 같은 통신망 사기나 인터넷 대출 등 사이버 범죄 단속의 실효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인들은 대중의 중요한 이익과 관련된 핵심 분야에서 법 집행이 강화되는 것을 바라고 있으며 설문 조사 결과 '여성, 아동, 노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노동권익 보호 및 새로운 고용형태 근로자 보호 강화',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 '다중 분쟁 해결 및 원스톱 소송 서비스 시스템의 포괄적인 효율성 향상' 등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반(反)부패와 관련한 법 집행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반(反)간첩법과 최근 개정 작업이 끝난 국가기밀보호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간첩법과 국가기밀보호법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의 우려는 반간첩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며 불법과 합법 행위 경계를 명확히 해 외국 기업과 외국인의 중국 투자와 업무, 생활에 확실성과 안전감을 늘린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취업(就业)'

취업문제는 중국 사회 주요 이슈다. 청년실업률과 질 높은 일자리 부족은 중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 관련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언론 대변인 류제이는 지난 2023년 고용과 창업을 위해 중국 각급 정부가 3,000억 위안 이상을 직접 지원했고 대졸자 및 기타 청년 고용 및 도시와 농촌 지역 구직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취업 대책으로 연간 1,200만 명 이상의 신규 고용이 도시에 창출되었으며 2024년에도 고용 안정 및 확대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일련의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닝샤공상연합회 회장인 허샤오융은 대졸자의 취업 경로를 확대하고 이주노동자 및 기타 그룹의 고용 보장을 강화하며 정보 기술 서비스 산업, 부동산, 금융 기관, 교육 및 의료 및 기타 도시에서 더 많은 신규 고용을 위한 정책 및 재정 지원을 늘리고 사회와 기업의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중국인들의 고용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올해 양회에서 신규 취업 1천200만명 이상을 목표로 삼고 도시 실업률 목표는 작년과 같은 5.5%로 유지했다.

농촌 진흥(乡村振兴)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중앙농촌공작회의, 올해 중앙문서 1호는 2024년 '3농' 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와 농촌간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1호 문건을 통해 농촌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로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실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인들은 농촌 진흥을 위해서 '농촌 레저 관광 부티크 프로젝트 실시', '농촌의 새로운 서비스 산업 발전' 및 '농촌 전자 상거래 발전 촉진'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 농촌은 전자 상거래 소비와 같은 다양한 판로가 열리면서 농촌 산업의 전체 가치 사슬 업그레이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농촌 진흥에 대한 중국인의 요구에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전국에 총 180개의 실력 있고 특색 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건설했으며 전체 산업 체인의 생산량이 46,000억 위안을 넘어섰고 1000만 명 이상의 농민이 그 혜택을 보았으며 올해도 농촌 진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医疗)

중국인들은 중국 의료시스템이 낙후돼 있다고 느낀다. 대도시 위주로 집중되어 있는 의료시스템과 부족한 의료 자원은 간단한 병원 치료를 위해서도 몇 시간씩 줄을 서게 만든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중국인들은 중국의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이 때문에 올해 양회에서는 의료 관련 혁신 제안들이 다수 제기됐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중일우호병원 당위원회 서기인 송슈리는 병원 검진결과 상호인정 및 상호통보 권고를 제안했고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저장대 의대 부속 제일병원 당위원회 서기인 량팅보는 의료보험 의료 공공데이터 교환 및 공유 강화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양회 기간 스마트병원 전문 정보화 시스템 구축 가속화, 베이징-톈진-허베이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풀뿌리 중심 보건서비스 역량강화, AI 기반 의료의 새로운 응용 촉진 등의 제안들이 제기됐다. 

고품질 발전(高品质发展)

리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고품질 발전을 25번이나 언급했다. 고품질 발전은 지난 해 중국 경제 및 사회 발전과 미래 중국 경제 및 사회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 키워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혁신에 의존하여 산업 업그레이드를 주도하고 도시 및 농촌 지역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강화했다고 밝히면서 국가 전략 과학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주요 과학 기술 프로젝트의 실행도 가속화해왔다고 덧붙였다. 

양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고품질 발전에 위배되는 정책 및 규정의 정리 및 폐지를 제안하면서 구체적으로 제조업 핵심 산업 체인의 고품질 발전 조치를 시행하고 디지털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고품질 교육 시스템 구축을 강화하며 고품질 발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표준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고 고품질 발전을 위한 재정, 조세 및 재정 지원을 늘리고 고품질 발전에 적합한 정부 부채 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보완적이고 고품질 발전의 지역 경제 패턴 구축을 가속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양로(养老)

중국의 고령화는 빠른 속도록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양로 정책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양회 대표들이 제안한 것들 중에서 양로 분야에서는 노인 관련 법률 및 규정의 제정, 농민 소득 증대, 연금 인상, 노인 외톨이 노인 돌봄 문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푸젠의과대학 부속 허허병원 학장인 천춘은 '독거 가정을 위한 노후 보장 시스템 구축이 시급히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춘은 “독거 가족은 큰 심리적 상처를 겪기 때문에 심리 상담과 정신적 위안이 더 필요하다”면서 “사회의 전반적인 지원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고 정신 건강 문제, 특히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며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교육강국(教育强国)

교육 문제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가장 치열한 논쟁 이슈 중에 하나다.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 때문에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은 반면 중국 정부가 사교육 금지 등으로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육 시스템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교육강국 방침은 부모들의 관심사인 대학입시 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교육 방침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사상 교육 강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도 양회 위원들의 교육강국 방침은 중국 공산당의 교육 방침의 효율적 추진에 맞춰졌다. 톈진시 허베이구 교육국 당위원회 서기인 단야루이 국장은 “초중등학교 사상정치교육의 통합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덕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기본과제를 관철하기 위한 핵심조치”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거버넌스(社区治理)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회발전에 주목하면서 사회 거버넌스 기조 아래 지역 사회조직 등 기층 조직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강화해 왔다. 

올해 양회를 통해 중국 정부는 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전략적 배치를 구현함으로써 인민 중심의 사회 발전 사상을 견지하며 풀뿌리 사회 거버넌스를 통해 인민을 위한 보다 견고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리창 총리는 양회 기간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 인민생활 보장 및 거버넌스 효율성 향상을 추진하기 위해서 사회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혁신할 것과 도시와 농촌 지역 사회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 조직, 인도적 지원, 자원 봉사, 공익 및 자선 등의 건전한 작업 수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中华优秀传统文化)

중국 정부의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또한 중국 전통문화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예술과 전통문화 관련 대표들이 다수 선출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며 허베이 취양딩야오(曲阳定窑)협회 회장인 팡융후이는 "중국의 문화 콘텐츠가 진정으로 국제 시장에 진출하려면 우리 자신의 예술적, 문화적 특성을 보존하는 것 외에도 현지인의 생활 습관과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문화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통합, 새로운 개념 및 새로운 사고 방식을 보여주며 더 깊은 문화적 자신감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루저우라오자오주 전통 양조 기술 계승자인 청나는 "중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하고, 박물관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여 무형유산 전시 및 대화형 경험을 잘 수행하고 강화하며, 홍보 역량을 높이고 문화적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특별 홍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며 문화재 보호 강화, 문화재 입법 보호 및 정책 지원 개선 등을 제안했다.

국가안보교육(国家安全教育)

중국 당국은 자국 내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보안법을 2021년 9월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7월 반(反)간첩법을 개정해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밀 범위를 확장하고 규정 준수를 더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국가기밀보호법도 수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후 ‘신시대 초·중·고교 정치사상 과목 건설 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는 등 일선 학교에서 ‘시진핑 사상’ 등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는 지난 4일부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시작으로 5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11일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