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비트코인, 과열이냐 고공행진이냐
상태바
'파죽지세' 비트코인, 과열이냐 고공행진이냐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3.04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일 9000만원 터치...2년 3개월만 신고점
美 현물ETF 승인과 반감기 도래 영향
최고가 이후 급락 전례...FOMC도 변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억원 선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50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계기로 자금이 대규모 유입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오는 4월 도래하는 반감기 역시 상방 압력을 더했다. 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와 일시적 과열 상태일 뿐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4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8800만원 중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 29일 3시 47분에는 9000만원(6만4000달러)을 기록하며 원화 가격으로는 최고점을 찍었다. 기존 최고치였던 2021년 11월 9일의 8270만원(6만8982달러) 이후 2년 3개월만의 신고점이다.

4일 오후 4시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거래된 대금만 6187억원이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658조6000억원(1조2468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현물 ETF 승인을 꼽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ETF 자금 유입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지난 1월 11일 이후 일 평균 약 2억달러 가량의 자금 유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이후 이달 20일까지 ETF 10개에는 50억2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다음 달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감기는 약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그간 채굴로 비트코인 1개를 받았다면 반감기에는 0.5개밖에 받을 수가 없다.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듦에 따라 공급도 줄지만 ETF로 수요는 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2년 11월, 2016년 7월, 2020년 5월 세 차례 반감기를 맞은 바 있다. 2012년 반감기 이후 5개월 사이 2330% 상승, 2016년 반감기 이후 5개월 사이 2876% 상승, 2020년 반감기 이후 11개월 동안 611% 상승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인 ‘크립토 윈터’ 역시 벗어났다는 분위기다. 

영국계 대형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암호화폐 연구 책임자 제프리 켄드릭은 거시적 지표들이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랠리를 가리킨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감기 전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고 반감기로 인해 공급이 더욱 줄면서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과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암호화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비트코인에는 긍정적이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최근 비트코인과의 공생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타운홀 이벤트에서 "나는 항상 단일 통화를 선호해왔으며 달러를 강력히 지지한다. 비트코인이 독자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아마도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할 것이다. 비트코인의 성장을 흥미롭게 보고 있으며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원하는 것을 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비트코인과 공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국 C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 가상대결에서 바이든은 48%, 트럼프는 52%의 지지를 얻었다.

현재 시장에서 예측하고 있는 비트코인 최고점은 오는 2028년 30만달러(약 4억원)다. 지난해 7월 모건크릭캐피탈매니지먼트의 마크 유스코 최고경영자는 “금은 휴대할 수도 나눌 수도 없지만 비트코인은 이 2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똑같이 희소하다”며 “금의 가치를 비트코인이 대체하면 약 30만달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에 달하면서 단기 과열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2021년 11월 9일 827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은 다음 달부터 하락전환했다. 이후 1년 만인 2022년 12월 30일 2070만원까지 4분의 1토막났다.

이달 19~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거시 경제 이벤트를 앞둔만큼 조정장이 올 수도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겠다고 시사한다면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돼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 투자가 줄 수 있다.

실제 지난 1월 31일 FOMC가 미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한 후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3월은 첫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시기가 아니다"라며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 가까이 급락하면서 4만3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쏟아낼 물량 역시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운트곡스는 채권자들에게 총 14만2000개의 비트코인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 총 공급량 2100만개 중 0.6%에 달하는 물량으로 채권자들이 이를 대거 매도해 단기간 시장에 푼다면 비트코인 가격에는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증권가는 일단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홍성욱 연구원은 "지금으로서는 사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자금유입 기대가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주 목·금요일처럼 자금유입이 더뎌지면 시장이 실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고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어렵기 때문에 만일 투자를 앞두고 있다면 일정 비중을 정해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