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여니 별 거 없네"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감에 저PBR주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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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여니 별 거 없네"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감에 저PBR주 와르르
  • 이예한 기자
  • 승인 2024.02.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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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이예한 기자]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드디어 베일을 걷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금투업계, 상장 기업 및 학계 등과 함께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정책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에 주가 오름세를 보였던 저PBR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적인 저PBR 수혜 종목이었던 현대차와 기아도 26일 동반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2.05%(5000원) 내린 23만 9000원에, 기아는 3.21%(3800원) 내린 11만 4600원에 거래됐다.

금융·보험·증권주도 큰 하락폭을 보였다. KB금융은 5.02%(3300원) 떨어진 6만 2500원에, 신한지주는 4.50%(1950원) 내린 4만 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우리금융지주(-1.94%), 하나금융지주(-5.94%), 미래에셋증권(-3.02%), 삼성증권(-3.95%), 대신증권(-2.63%), 흥국화재(-11.93%), 한화손해보험(-11.17%), 키움증권(-3.56%), 삼성생명(-3.56%) 등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는 시장이 전망했던 강제성을 띤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이 하방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기업가치 제고 공시 가이드라인 제시 ▲기업 밸류업 표창 등 혜택 부여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제고 노력을 기관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 등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일본의 사례처럼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상장폐지 등 패널티를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제성 보다는 인센티브로 참여 유도

정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방침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 지원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려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감안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또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우등생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개발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돼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하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상장사들과의 소통 강화 계획도 발표했다.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고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홈페이지가 개설될 예정이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 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공시 의무화 조치 등 강제성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며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 "단기적으로는 후폭풍 , 중장기적으로 봐야"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앞서간 시장의 기대와 이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에서 기대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시적인 세부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더라도 정책이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대보다 느릴 수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증시는 다시 반응할 것이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소진됐다"면서도 "후속 대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높아질대로 높아졌던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아직까지 세부적인 사항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오늘 발표 내용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큰 그림에 해당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단기 모멘텀은 일단 인단락됐고 이제는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서 지켜봐야할 시기"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1차 세미나를 통해 환기된 관심과 전문가 의견을 모으고 5월 중 기업 의견을 수렴하는 2차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6월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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