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일 칼럼] 적의 적은 내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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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 적의 적은 내 편이 '아니다' 
  • 전형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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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니스트(명리학자/철학박사)
전형일 칼럼니스트(명리학자/철학박사)

[전형일 칼럼니스트] ‘적(敵)의 적(敵)은 내 편인가’ 

'이이제이(以夷制夷).' 과연 그럴까? 

KBS TV 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인임(李仁任)은 이런 말을 한다. 

“이 사람의 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감의 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상대 진영과 반대되거나 우리 쪽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서 모두 내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에 따른 것일 수 있고, 소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저 현시욕(顯示欲)이 강한 통제 불능의 럭비공인 경우도 있다.  

- 유진룡 

유진룡 당시 문화관광부 차관은 2006년 1월에 취임했으나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산하 기관 인사 등과 관련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려던 아리랑TV 부사장,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사를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양정철 당시 청와대 홍보 기획비서관이 재차 부탁했으나 유 차관은 “차라리 나를 자르라”며 끝끝내 거절했고, 갈등이 계속되자 양 비서관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노무현 정부에서 불명예 퇴진한 유 전 차관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된다. ‘노 정부의 미운털’이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이다.  

그러나 유 장관은 2014년 7월 해외 출장 중 외교 전문을 통해 전격 경질되는 수모를 당한다. 러시아에서 열린 한국 관광 주간 행사에 참석 중에 대사관으로부터 ‘장관에서 해임됐다’는 통보를 받고 하루 만에 짐을 싸야 했다. 현직 장관이 후임자 없이 그것도 선임 1차관도 없는 상태에서 ‘면직’된 것이다. 그는 이임식도 없이 장관실을 비웠다.  

그는 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낙하산 근절’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다음 날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니윤(본명 윤종승)을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라며 ‘낙하산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해경 해체를 선언하기 전 “내각의 국무위원들과 한번 상의도 안 하고 혼자서 결정했다”라고 밝히며,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이 ‘그러면 내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며 굉장히 화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장·차관 모두에서 면직된 매우 드문 사례의 공직자다. 정무직 공무원은 ‘정치적 성향’이 많이 좌우된다. 특히 장관은 여러 문제와 이해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인 지위’다. 그럼에도 그는 진보와 보수 정부에서 비슷한 이유로 면직됐다. 아마도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처럼 좌우를 스스로 거부했을 수도 있다. 

진보정권에 대들다 찍힌 인사는 보수 편이라는 단순한 생각이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더구나 그는 그간의 과정을 모두 언론에 공개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 이언주 

이언주 전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 인재 영입으로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경기 광명을에서 재선한 정치인이다. 

그녀의 ‘화려한 변신’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다. 민주통합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무소속→미래통합당→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힘 탈당으로, 현재는 무소속이다. 

그녀는 당을 옮길 때마다 항상 ‘불협화음’을 냈다.  

처음 민주통합당을 탈당하면서 ‘친문재인계 패권’을 비판하며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 대해 “운동권 세력에 염증을 느꼈다”고 하거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행정 경험도 없는 최순실보다 못하다”고 비난했다. 

2017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합류할 때는 감격스럽다고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해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는 철학이 명확하지 않다. 그의 새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국민의당 당대표 선거에 나오면서 입당 4개월 만에 안 전 대표를 비난한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에서 그녀는 보수 통합을 주장하며, 당시 손학규 대표에게 ‘찌질이’, ‘벽창호’ 등 막말을 퍼부었다. 손 대표는 그가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광명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도움을 준 인물이다. 부모 연배의 자당 대표 그것도 정치적 은인에 대한 해당(害黨)은 물론 패륜 행위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그녀는 여권으로 옮겨 내부에서 ‘반 문재인 연대론’을 내세우며 여권의 운동권 출신 세력들에게 “이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다시 여당인 민주당을 탈당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하는가 하면 “노골적이고 걸신들린 하이에나 같다”고 비난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계속했다. 2019년 조국 장관 임명 때는 삭발까지 하며 극렬히 반대했다.  

이어 국민의 힘으로 옮기면서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던 입장을 바꿔 “당시 탄핵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반성(?)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김건희당, 검찰당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며 국민의힘마저도 탈당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전체주의’라고 몰아붙인다. 더욱이 그녀는 국민의힘을 탈당하기 전부터 유튜브 방송 등에서 그 누구보다도 신랄하게 윤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이같이 다양한 행보를 보이던 이 전 의원은 최근에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전에 이재명 대표에게는 ‘연산군’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또 그 전 민주당을 탈당한 뒤에는 난민과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겨냥한 극우적 공세에 앞장서 왔고,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앞에 ‘조리사는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하는 등 반노동적 인식을 드러내 왔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노동자 보호’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강령에도 배치되는 철학인 셈이다. 따라서 그녀의 정치적인 신념이나 선악(善惡)에 대한 기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을 오랜 시간 여러 번 보여줬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우선 ‘싸움꾼’으로 인식된다. 그녀는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는 ‘모두 깍기’의 특징을 보인다. 먼저 자기편을 세게 공격하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사고 인정을 받는다. 상대 진영으로 옮겨서는 전 직장(?)과 동료들을 더욱 거세게 비난한다. 이후 다시 몸담은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반목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화제를 모으고 인지도를 높인다. ‘행동 대장’역을 마다하지 않으며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악역’을 자처하는 그녀가 ‘전향’과 ‘변절’을 반복하는데도 각 진영은 이번에는 ‘혹시나’를 기대하며 영입한다. 

특히 그녀는 ‘철새’와 ‘메뚜기’라는 조롱과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는 담대함도 가졌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020년 7월16일 열린 21대 국회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020년 7월16일 열린 21대 국회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패작(?)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고 당시 윤석열 검사가 수사팀장을 맡아 박근혜 정부와 충돌했다. 윤 검사는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던 도중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상징이 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이 사건 후 더불어민주당은 좌천한 이 정의로운 검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문 정권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윤 검사를 ‘자기편’으로 생각하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 김경율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전임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도 똑같은 인사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 지도부에서 ‘김건희 리스크’라는 발언을 처음 한 사람은 김경율 비대위원이다. 그는 ‘명품백 수수 사과 요구’,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을 증폭시켰다. 

그는 회계사로서 21년간 참여연대 활동과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역임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활동가 출신이다. 그는 2020년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2021년 6월 당시 윤석열 야권 대선주자는 김 회계사를 서초동 자택으로 초청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조국 흑서’를 통해 좌파 진영의 위선과 민낯을 폭로하는 데 앞장서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대장동 비리를 파헤친 김 회계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자리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 걸음 나아가 ‘적의 적’인 그를 비대위원으로 모셨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도 윤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TV 대담에 “아쉽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제는 사과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해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용산과 여당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야당에 대한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내부에서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등 오히려 ‘적(敵)’의 역할을 하며 용산과 여당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로써 그는 총선 후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적의 적은 내 편이 아니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사람의 타고난 성격을 크게 열 가지로 구분한다. 그중 하나가 ‘상관(傷官)’이다. 

관(官)은 체제, 법, 규범, 권위, 기득권, 직업 등으로 순응과 복종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관은 ‘관(官)에 대항하고 심지어 깨려는(傷) 성질’을 말한다. 

사주(四柱)에 상관이 강하면 기본적으로 반골(反骨) 기질이다. 비판적이고 반항적이다. 직언을 잘하며 하극상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유불리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실행한다. 언변은 좋으나 마음의 말을 참지 못해 말실수가 잦다. 선민의식으로 독선적인 면이 강하고 때로는 교만하며 무례하다. 남을 잘 인정하지 않고 즉흥적인 면이 많다.

사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나이 들어서는 더욱 그렇다. 

성경에도 “구스인이 그의 피부를, 표범이 그의 반점을 변하게 할 수 있느냐‧‧‧”고 타고난 것은 바꿀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주로 경제부에서 근무했다. 원광대학교에서 '동중서의 음양론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학 등에서 명리학(命理學)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일보에 ‘전형일의 사주이야기’ 칼럼을 3년간 연재했다. 현재도 ‘세상 이치’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리 인문학'과 '사주팔자 30문 30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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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제왕 2024-02-16 22:10:30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마지막 문구도 참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