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부동산 시장 공포 재연···3대륙 은행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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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부동산 시장 공포 재연···3대륙 은행 강타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4.02.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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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조라 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이는 15년 만에 첫 연간 손실이 될 전망이다. 회사의 대표는 4월 1일 자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아오조라 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이는 15년 만에 첫 연간 손실이 될 전망이다. 회사의 대표는 4월 1일 자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상업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 아시아, 유럽에 은행들이 각각 관련 손실로 타격을 입었다고 밝히면서 개별 은행에 국한된 이슈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하루 만에 3개 대륙의 금융기관들이 상업 부동산 관련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2명의 경영진이 관련 손실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지역 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는 전날 깜짝 손실을 공개하고 상업 부동산 부문에 부실로 순상각액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의 주가는 전날 30% 이상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10% 이상 하락 중이다.

전날에는 일본 아오조라 은행이 미국 상업 부동산 부문의 부실 대출로 이번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소식에 회사의 주가는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20% 이상 폭락했다.

아오조라 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이는 15년 만에 첫 연간 손실이 될 전망이다. 회사의 대표는 4월 1일 자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민간 은행인 줄리어스 베어의 필립 리켄베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오스트리아 부동산 그룹인 시그나 그룹에 대출해준 7억달러가량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발표한 직후에 일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에 상업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이 1억23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00만유로의 4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부동산 개발업자나 부동산 소유주에 대출을 내줬으나 상업 부동산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업 부동산 대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은행들에 집중돼 있고 이 때문에 최근 불거진 이슈로 미국의 지역 은행주들이 동반 급락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업체 트렙에 따르면 2027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미국의 상업 부동산 대출 규모는 2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많은 은행이 지난 2년간 만기 도래한 대출을 단기 연장으로 돌려 디폴트를 면해오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점차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고 있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앤 왈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오피스 부문의 상업 부동산 시장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소 은행들이 앞으로 24개월 동안 재대출을 해줘야 하는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안고 있다며 이를 침체를 계속 연장해나가는 '순차 침체'에 비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상업 부동산 시장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잠재적으로 긴축적인 자금 조달 환경, 부동산 가치 하락, 은행 손실 등이 거시금융 안정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오조라 은행은 자산 규모 550억달러의 중견 은행으로 미국내 자산 규모 40위권 정도와 맞먹는 규모의 은행이다. 이 때문에 해당 은행의 파산이 체계적 위험을 야기하진 않겠지만, 미국 상업 부동산 대출에 얽혀 있는 은행이 비단 이 은행만이 아닌 게 문제다.

이번에 줄리어스 베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한 오스트리아 시그나 그룹은 유럽은 물론, 맨해튼의 크라이슬러 빌딩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시그나가 소유한 기업들과 프로젝트들은 신규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10여개 은행들과 보험사들에 신용 손실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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