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미국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최근 여론조사, 젊은층서 바이든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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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미국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최근 여론조사, 젊은층서 바이든 앞서
  • 애틀랜타(미국)=권영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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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칼럼니스트
권영일 칼럼니스트

[애틀랜타(미국)=권영일 칼럼니스트] “니키 헤일리는 좋은 대통령 후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더 미국을 잘 이끌 수 있습니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한 공화당 유권자의 말이다. 

아이오아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난 이유를 한마디로 잘 설명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는 초반 두 경선에서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세론’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사법적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트럼프에 열광하는가?

우선 현지 언론들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꼽고 있다. 예로부터 대선이나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는 경제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실물경기는 새해벽두부터 급속하게 추락하고 있다.

이를 일찍 감지한 빅테크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인력감축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소상공인들은 매서운 날씨만큼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제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 아이오와의 한 트럼프 지지자는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은) 꼭 정치인에 의해 운영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지 아는 사람이 최고의 후보자라고 생각해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불법 차단 이민자 정책, 유권자에게 호소력

이보다 더 결정적인 요인은 양당의 이민자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이민자들에 의해 건국되었고, 이민자들에 의해 번영하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정당도 결코 쇄국정책을 강령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국가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화당은 합법적인 이민자만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불법이민자도 용인하자는 논리를 편다. 인권보호가 주된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DACA(미성년 입국자 추방유예)와 국경장벽건설 등을 둘러싼 양당 지지자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에 다소 기울어진 현지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전대통령의 과격한 발언을 종종 문제삼고 있지만, 오히려 ‘불법을 차단하자’는 그의 공약이 미국 유권자에게는 더 호소력 있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지 CBS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그의 발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당이 주 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낙태론’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 유권자들의 지지도 트럼프에게 우호적이다. 뉴욕타임즈와 시에나 칼리지가 지난해 12월 중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18-29세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쪽보다 무려 6%p 더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2020년과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당시 해당 연령대 유권자 가운데 바이든 지지자가 24%p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젊은층들은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처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너무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트럼프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에 열광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 연설하는 방식에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트럼프가 연출하는 ‘스스로 믿는 가치에 대해 물러서지 않으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트럼프, 뒤집기의 명수

그렇다고 트럼프가 순풍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는 무려 4차례의 형사 기소를 당한 상태이다. 올해도 출석해야 할 재판이 여러 건이다.

게다가 여러 주에서 3년 전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가담자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불리한 법정 소송 사태를 오히려 유리하게 뒤집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희생자라고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기소된 것이 아니라 박해당하는 것이며, 이는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기소될 때마다 그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콜로라도와 메인주에서 대선 경선 자격이 박탈되었음에도 그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기까지는 니키 헤일리라는 마지막 장벽이 남아 있다. 그녀는 끝까지 경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이 아니라 다음 대선을 노린 포석이라면 더더욱 포기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헤일리는 오는 2월 24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역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주지사를 역임한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일리가 기대이상의 압승을 거두지 않는 한 기울어진 판세를 되돌리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권영일 칼럼니스트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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