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정의 다양성과 미래] ⑤ ‘포용성’의 그릇이 중심 국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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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의 다양성과 미래] ⑤ ‘포용성’의 그릇이 중심 국가를 만든다 
  •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 승인 2024.01.26 13: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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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지난 연말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하강이냐, 도약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2040년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8대 과제를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13년 한국 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보고서의 후속판인데, 10년간 냄비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으니 이제는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야 할 때라는 것이 맥킨지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이 정체된 주요 원인 세 가지 중 첫째로 노동 부문을 꼽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 불균형은 가속화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의 낮은 효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복 방안으로 맥킨지는 첨단 산업 분야의 핵심 인력을 키워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전문 인력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확대할 것을 주문한다. 

글로벌 인재 유치 없이는 경제 도약 어려워 

맥킨지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인재 유치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미래 성장을 위한 처방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졸업하면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동북아 허브 국가’ 구상을 발표했고 더불어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다양한 계획들도 쏟아졌다. 이후로도 한국의 저성장 기조를 돌파할 방안으로 글로벌 인재 유치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는데 경쟁국들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

유네스코(UNESCO)의 2019년 조사를 보면 한국의 해외 고등교육자 유입률은 2.8%로 OECD 국가 중 33위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유입률이 낮은 국가는 터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다. 외국 출생 인구비율(2020년 기준)도 한국은 2.4%로 OECD 국가 (평균 14.1%) 중 34위다. 

자료=한국통계청 

일본, 정주여건 개선으로 외국인력 활용 높아져   

겉으로는 글로벌 인력 유치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경험했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본격적인 외국인 유치 정책을 편지 10년만에 외국인 근로자는 140.5%, 외국인 전문인력은 197.5% 증가했다. 외국 연구자에게 영주권 최득을 쉽게 해주는 그린카드를 도입하는 등 효과적인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다. 

인구감소 위기에 외국인력 유치 정책 쏟아져   

한국도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로 인구 감소 위기가 눈앞에 닥치자 전문 인력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일할 외국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들을 부랴부랴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여성가족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나눠졌던 외국인력 관련 정책들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민청 설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각종 정책들에 보기 좋은 꽃장식마냥 얹혀져 있던 외국인력 유치 계획들이 이제는 사활을 걸고 성공시켜야 할 무게감 있는 정책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자체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 맥킨지는 한국이 2040년 세계7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8대과제를 제시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인력’ 이전에 ‘인간’으로 바라봐야 

다만 이 같은 정책들이 노동시장 수급이라는 관점에 매몰된다면 기대하는만큼의 인력 유치를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제기됐던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둘러싼 논의를 보면 도입 효과나 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뿐 자녀 양육의 가치나 인권 등 우리 삶의 근본을 이루는 철학적 질문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고급 인재 역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은 미흡하다. 비숙련 노동자이든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든 핵심은 그들이 한국에서 성공을 경험할 수 있고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을 한 지역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동등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끌어안으려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이들이 한국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유치가 국가의 성패 좌우 

최근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패권경쟁의 패러다임이 지정학(地政學) 시대에서 기정학(技政學)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의 보유 여부가 국가 안보나 동맹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의 핵심은 사람이다. 이미 치열한 세계 각 국의 첨단 인력 유치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인재들은 한국에서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 정착하기를 포기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력 유치를 위한 시작점은 그들의 입장에서 던져보는 질문이 돼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 공간의 제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원격근무를 통해 세계의 기술 인재들은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일하는 시대다. 한국인과 외지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폐쇄적 사고를 깨고 누구나 성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영토의 크기나 인구 규모가 중심 국가의 핵심 조건이라고 할 수 없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성의 그릇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디지털플랫폼 실장은 경영학 박사이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조직과 거버넌스의 변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민간 싱크탱크에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참여형 정책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주도하고 있으며, DAO 운영 등 다양한 웹3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클라우드 국가가 온다(공저)’, ‘코로나 시대 한국의 미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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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1-26 14:44:39
멋진글 감사합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