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눈 덮힌 '함백산~만항재~운탄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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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눈 덮힌 '함백산~만항재~운탄고도'
  •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9 12: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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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에 걸쳐 있는 해발 1572.9m의 함백산과 운탄고도가 신년 첫 트레킹 장소였다. 출발 3~4일 전에 눈이 제법 내렸다.

도심에 내린 눈은 쌓이지 못하고 쉽게 녹았지만, 함백산은 해발이 높고 추운 곳이라 눈꽃 설산을 기대하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이날은 야외로 나가기 좋은 날 이었는지 새벽부터 대중교통은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았다.

목적지에 함께가는 일행들과 만나는 장소에도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들이 차량이 줄을 잇고 있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보니 그동안 눈은 내렸어도 기온이 그다지 낮지 않았는지 들이나 산에는 쌓인 눈이 별로 없었다. 순간 눈꽃이 핀 설산의 기대가 사라져 버린 듯했다. 

걷기를 시작하는 함백산 등산로 주차장에도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눈 쌓인 겨울 산의 필수인 털모자, 고글, 얼굴까지 가리는 넥워머로 무장을 하니 많은 사람 사이에서 일행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등산로의 북적거림을 피하려고 임도와 등산로 갈림길에서는 길이 넓은 임도를 선택했다.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임도로 가면서 풍력발전의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하얀 눈 위에 줄지어 있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에 눈꽃은 없었지만, 바닥은 두꺼운 하얀 눈 이불을 덮고 있어 설산의 맛은 살아있었다.

함백산 정상으로 가면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력발전 시설 모습.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 정상으로 가면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력발전 시설 모습.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은 기온이 낮은 가운데 맑은 하늘과 바람이 없었고, 따스한 햇살이 있어 산을 오르기에는 최상의 날씨였다. 임도로 올라오다 정상 조금 아래쪽에선 함백산을 더욱 빛내주는 멋진 주목을 볼 수 있다.

함백산의 주목.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의 주목.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임도로 조금은 쉽게 함백산 정상에 닿았다. 예전에 힘들게 올라와서 맞이했던 함백산 정상이 쉽게 눈앞에 보이니 조금은 얼떨떨하였다. 정상 주변은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었고, 정상석과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임도를 통해 올라가니 어느새 함백산 정상이 나타났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임도를 통해 올라가니 생각했던것보다 빨리 함백산 정상이 나타났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 정상석.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함백산 정상석.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정상에서 풍광을 즐긴 후 하산할 때 만난 갈림길에선 예전에 선택을 포기했던 등산로를 택했다. 정상 아래 등산로는 긴 거리가 아니지만 급경사 부분이 있었다. 한낮의 햇볕으로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곳도 있어 미끄럼에 주의를 하면서 내려와야 했다.

잎이 다 떨어진 낙엽송이 정상부에서는 키가 작더니 밑으로 내려올수록 키가 훤칠해졌다. 하얀 수피가 돋보이는 사스레나무와 초록 잎을 달고 있는 전나무들이 참나무들 사이에서 겨울 산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눈 위로 드러난 산죽의 잎은 흰 눈과 대비돼 초록이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돌계단의 가파른 길을 지나니 눈이 쌓여있는 안전한 경사진 길이 나왔다. 눈썰매를 타기 위해 준비한 두꺼운 비닐봉지를 이용해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썰매를 탈 수 있는 구간이 짧아 아쉽기만 했다.

만항재로 가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만항재로 가는 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출발했던 함백산 등산로 주차장 앞 도로를 건너 만항재로 진행했다. 걷는 길 도중에 있는 기원단에 잠시 머물러 올해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건강과 안전을 소망했다. 눈 쌓인 숲길을 걸어 자동차가 올라올 수 있는 가장 높은 만항재에 도착했다. 야생화가 없는 겨울에도 만항재는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만항재와 함백산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만항재와 함백산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만항재에서 하이원 cc 방향으로 운탄고도 5길을 연결해 걸었다. 산길에서보다 하이원 cc로 가는 운탄고도 5길은 작은 나무에 눈이 쌓여있어 눈꽃의 분위기가 있었다. 얼음꽃이 피어있는 일부 나뭇가지는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석처럼 보였다.

운탄고도5길에서 본 나뭇가지위에 핀 얼음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운탄고도5길에서 본 나뭇가지위에 핀 얼음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비박을 하기 위해 운탄고도 5길로 들어가는 차량들과 눈썰매에 짐을 싣고 끌고 가는 이들이 있었다. 경사가 있는 곳에서 짐을 실은 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운탄고도5길의 눈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운탄고도5길의 눈꽃.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산길보다는 경사가 완만하니 비닐 썰매는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실망스럽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텐트를 설치 해놓은 곳이 보였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눈썰매를 타며 겨울을 즐기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였다.

눈으로 덮힌 운탄고도 길 주변 평평한 지역에선 텐트촌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눈으로 덮힌 운탄고도 길 주변 평평한 지역에선 텐트촌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하이원CC로 가는 운탄고도5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하이원CC로 가는 운탄고도5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걷다 보니 서쪽 산으로 해넘이가 시작됐다. 주황빛 금가루를 주변에 뿌리면서 사라져가는 해님이 아름다워 걸음이 멈춰졌다.

운탄고도5길에서 본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운탄고도5길에서 본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아이젠을 하고 긴 거리를 걸어오니 발바닥부터 다리로 고통이 올라오기 시작할 때 아름다운 일몰로 보상을 받는 기쁨이 컸다. 기대했던 눈꽃은 없었으나 시작부터 끝까지 뽀드득거리는 눈 밟는 소리와 함께 눈길을 원 없이 걸었던 하루였다. 

*트레킹 여정
▶일시 : 2024년 01월 13일 (토)
▶장소 : 함백산, 만항재, 운탄고도
▶코스 : 함백산 등산로 주차장 ~ 함백산 정상 ~ 등산로 ~ 기원단 ~ 창옥봉 ~ 소공원 주차장 ~ 만항재 ~ 혜선사 삼거리 ~ 하이원 cc (운탄고도 1330 5길 일부)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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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2024-03-19 10:36:57
24년의 겨울이 오면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군요.....

김병영 2024-01-25 09:07:15
저는 트레킹을 좋아하는데 소개한 곳은 꼭 한번 가겠습니다

새로이 2024-01-21 16:54:23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휴일에 멀리 떠나서 힐링하고 싶네요~

구름 2024-01-21 08:38:19
올해는 설산 구경을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올해도 아쉽지만 사진과 글로 대신 다녀오네요. 그래도 생생한 글 덕분에 마치 직접 다녀온 듯 합니다.

희나리 2024-01-20 10:37:54
올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리긴 하는거 같은데.
바로 녹아버려 쌓여있을 시간이 없네요.
산은 못가도 앞 산의 눈꽃을기다리고 있는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