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직접 매수 허용한 금융당국 "ETF 투자는 안돼"...투자자보호냐 낡은 규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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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직접 매수 허용한 금융당국 "ETF 투자는 안돼"...투자자보호냐 낡은 규제냐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1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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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국내 증권사 비트코인 ETF 중개 불허
6년 전 기조 지속..."변동성 커 투자자 보호 필요"
투자자들 "과거 시스템으로 신 자본시장 규제"
전문가 "시기상 허가 맞지만 시장 과열 감안해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 중개를 사실상 불허했다.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자 손실이 우려되고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은 과거의 법에 얽매여 신자본시장을 옥죄는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세상 관련 거래를 허가하는 게 맞다면서도 과열된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ETF 11종목의 거래소 상장을 승인했다. 가상자산 전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사지 않아도 간접투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키움증권은 11일 오후 홈페이지에 비트코인 현물ETF 11종목을 신규상장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상품을 해외주식처럼 중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 중개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대응 기조를 정한 지난 2017년 입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는 투자자 보호, 시장에 미치는 영향, 우리 기업의 자금조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당장 당국 입장이 바뀌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ETF 중개가 자본시장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상품만 팔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이 상품 범주에 포함돼있지 않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거래를 증권사가 중개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키움증권은 30여분만에 공지를 삭제하며 거래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KB·키움·신한·토스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 제한 공지를 잇달아 게재했다.

지난 11일 키움증권이 삭제한 비트코인 ETF 매매 공지. 사진=키움증권 홈페이지 캡쳐
지난 11일 키움증권이 삭제한 비트코인 ETF 매매 공지. 사진=키움증권 홈페이지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세상 변화에 어두워 선진금융에 뒤처지고 있다"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으로 선진 자본시장을 규제하려 든다", "비트코인 실물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으면서 ETF는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세금은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매매차익의 22%를 과세할 예정이다. 세목은 주식에 적용하는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기본공제는 5000만원이 아닌 250만원으로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언젠간 허용이 되겠지만 국내 시장의 과열 상황, 법적 제도 미비 등으로 금융당국이 일단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전문위원은 "추세적으로 봤을 때는 거래를 허용하는 게 맞는 방향이지만 정책 당국이 약간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당장 허용하는 데 제동을 건 듯하다"며 "우리나라 가상·암호화폐는 이전에 한번 큰 소동이 있었고 김치프리미엄 등 가격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과열양상도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치프리미엄은 한국에서 가상통화가 해외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으로 코인별로 기본 5~6%, 심하면 100%를 넘기기도 한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해외보다 유난히 과열돼 거품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거래된 비트코인의 원화 비율은 40%를 훌쩍 넘었다. 전 세계 비트코인의 절반을 한국인이 거래한 셈이다.

지난 2022년 5월에는 거품 붕괴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도 있었다. 개당 10만원에 달하던 코인이 한순간에 개당 1원도 되지 않는 수준(마이너스 99.99999%)까지 극단적으로 붕괴된 사례다. 미 SEC는 지난해 2월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보고 해당 코인의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박상현 전문위원은 "미국에서 가상·암호화폐의 개념을 일정부분 인정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당국도 인정해야 할지 판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과세 문제 등도 걸려 있어 일단은 법적, 제도적 정비가 마련된 후 거래나 ETF 승인 등을 함께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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