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일출보다 멋졌던 12월31일 강화도 일몰 - 강화 나들길 20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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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일출보다 멋졌던 12월31일 강화도 일몰 - 강화 나들길 20코스  
  •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28 11:1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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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연말이 되고 새해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첫 출발이란 의미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 일출을 보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일출을 잘 볼 수 있는 동쪽 바다로 미리 떠나거나, 새해 첫날 이른 새벽에 움직인다.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고 바다와 산으로 여러 번 가기도 했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많고 도로도 막혀 새해맞이를 차분히 하기가 어려웠다.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다가 생각을 전환했다. 새해 첫날의 일출 대신 2022년 12월 31일 한 해 마지막 날에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출을 보려고 떠나는 동쪽 도로는 붐비겠지만, 일몰을 보려고 가는 서쪽 도로 상황은 양호했다.​​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으나 찾아간 곳은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 나들길 20코스였다. 걷다가 장화리 일몰 전망대에서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려고 하였다.

▶찾아간 날 : 2022. 12. 31 (토)
▶찾아간 곳 :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 송곶돈대 ~ 북일곶돈대 ~ 장화리 일몰 전망대  (강화 나들길 20코스 일부)

일몰을 보는 걷기이니 이른 아침 시간부터 서둘지 않아 좋았다. 점심을 먹고 동막해수욕장부터 걷기 시작했다. 시커먼 진흙 갯벌이 많은 강화도 바닷가에 모래가 섞여 있는 동막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바로 옆은 분오리돈대가 있어 자연 풍광이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해수욕장 주변에 음식점과 카페도 많다.

한해의 마지막날 일몰을 보기 위해 강화 나들길 부터 걷기 시작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한해의 마지막날 일몰을 보기 위해 강화 나들길 부터 걷기 시작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 강화 나들길. 작은 포구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강화 나들길. 작은 포구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좁은 국토이니 사람이 모이는 곳에 온갖 상점들이 들어서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자연풍광이 영업을 위해 들어선 많은 상점으로 압도당하는 듯한 분위기다.

걷기를 시작할 때는 구름과 미세먼지가 있어 해님과 이 해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걷다 보니 다행히 날씨가 좋아져 해님은 둥글둥글한 얼굴을 보여줬다. 

갯벌에 형성된 갯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갯벌에 형성된 갯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목적은 일몰을 보는 것이지만 강화 나들길은 걸으면서 돈대와 갯골이 수놓은 아름다운 갯벌과 갈대밭, 그리고 운이 좋으면 철새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도 볼 수 있는 곳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한가로이 갯벌 위를 노니는 갈매기떼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한가로이 갯벌 위를 노니는 갈매기떼도 만날 수 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돈대는 조선시대 숙종 때 집중적으로 적들이 침입하기 쉬운 해안 요충지에 감시초소 역할을 위해 축조한 군사시설물이다. 돈대 외부는 성곽으로 축조됐고, 내부에는 군사 시설이 들어서서 포를 쏘거나 사방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강화도에서 그동안은 관리가 잘 되어있는 돈대를 만났었다. 

눈 덮힌 송곶돈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눈 덮힌 송곶돈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나들길 20코스는 송곶돈대 앞을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바위가 있는 언덕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곳이 송곶돈대라하여 되돌아가야 했다.

송곶돈대는 마을의 한 주택 뒤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복원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인지, 오랜 시간의 흐름으로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에 있는 것인지 갑곶돈대의 모습에서 씁쓸한 세월이 읽혀졌다.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송곶돈대는 분오리돈대와 함께 축조된 시기가 비슷하고(숙종 5년,1679), 조선시대 바다 방위를 목적으로 조직된 진영무에서 관할했을 정도로 중요한 돈대였다. 하지만 지금의 위상은 분오리돈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동막해수욕장 옆의 분오리돈대는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잘 관리받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송곶돈대는 비지정 문화재라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송곶돈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위에서 내려다 본 송곶돈대.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강화 나들길 20코스를 따라 송곶돈대 앞을 지나가면서도 모르고 지나쳐 갔다가 되돌아가서 봤을 정도로 안내도 허술하였다. 

송곶돈대로 되돌아가기 위해 개인 집 마당을 지나가게 됐다. 마당에 계셨던 어르신께서 돈대는 다 허물어져 볼 것이 없단 말씀을 하셨다. 마당을 지나 집 뒤로 가니 돈대가 있었다.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해서 죄송하였는데, 오히려 돈대의 상태를 알려주시니 감사했다.

겉에서는 언덕처럼 보이는 곳에 올라가 보니 꽤 넓은 공터가 있고, 둘레를 보아도 규모가 있는 돈대였음을 알 수 있었다. 바닷가 쪽으로 허물어져 가는 성벽이 축대처럼 남아 있었다. 송곶돈대는 지나온 시간을 걸머진 채로 붉어지는 태양 빛을 받으며 쓸쓸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북일곶돈대옆에서 본 강화도의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북일곶돈대옆에서 본 강화도의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걷는 속도가 느렸는지 일몰을 보는 장소로 유명한 ​장화리 일몰 전망대에 다다르지 못하였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북일곶돈대 옆 전망이 트인 곳에 앉아 사라져가고 있는 붉은 해님을 보면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였다.

12월31일 한 해를 돌아보며 바라 본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12월31일 한 해를 돌아보며 바라 본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해님이 발산하는 붉은빛으로 바다와 갯벌도 붉어져 갔다. 마지막 힘을 모아 토해내는 붉은 기운이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짧은 시간 동안 눈이 부시게 열정을 쏟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화도의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강화도의 일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해님도 매일 뜨고 지고했던 한 해를 보내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지 둥근 얼굴은 유난히 붉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잠시 쉬어가나 싶더니 재빨리 수평선 아래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북일곶돈대에서 본 일몰뒤 붉은 여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북일곶돈대에서 본 일몰뒤 붉은 여운.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해님은 사라졌어도 붉은 여운은 지속되고 있었다. 북일곶돈대에서 마지막 열정의 붉은 기운을 끝까지 보면서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새해 맞이전 일몰이 끝난 후 태양은 붉은 여운으로 세상을 물들였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새해 맞이전 태양은 붉은 여운을 남기며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첫날 일출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접어버리고, 한 해를 정리하면서 차분하게 해님을 배웅하는 여운을 느껴 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은 언제나 비슷하겠으나, 한 해 마지막 날 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내일의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좋았다.

올해도 마지막 날 걸으면서 해님에게 한 해를 잘 보냈노라 작별 인사를 하고, 새해 첫날을 맞이하려고 한다. 

박경희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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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2024-03-19 10:37:30
물 흐르듯 읽었습니다.

노재권 2024-01-09 07:59:19
글 잘 쓰시네요. 정감 있는 글과 멋진 사진이 잘 어울려요

푸르미 2024-01-01 18:30:43
일몰이 일출보다 더 여운이 남아 저도 좋아해요. 멋진 송년 일몰이야기 잘 앍었습니다.^^

겨울나기 2023-12-28 17:28:29
같은 장소여도 겨울이 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네요.

신영철 2023-12-28 15:14:53
인상깊은 칼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