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짜오! 베트남] 호치민 식당가, 음주운전 단속 강화로 매출 감소에 시름
상태바
[씬짜오! 베트남] 호치민 식당가, 음주운전 단속 강화로 매출 감소에 시름
  • 호치민=강태윤 통신원
  • 승인 2023.12.12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윤 통신원
강태윤 통신원

[호치민=강태윤 통신원] 베트남 호치민시가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시내 주요 식당들이 방문객수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식당에선 방문객수가 예년에 비해  최대 80% 까지 급감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호치민의 식당 및 주점 밀집지역인 호앙 사(Hoang Sa)에 있는 한 유명 식당은 보통 하루 평균 최대 800명의 고객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약 100-200명 정도만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40세의 식당 사장인 드엉 빈(Duong Binh)은 "요즘 식당이 꽉 차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으며, 수익도 절반으로 줄었다”, "일부 손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엄격해져서 방문을 꺼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음주운전에 대한 법률을 강화한 이후 빈 사장은 "방문객 수가 점차 감소하는 것을 체감했으며, 최근에는 음주운전 단속을 위해 순찰하는 경찰의 수가 증가하면서 식당 사업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역시 식당 및 주점이 밀집한 호치민 시티 내 4군 지역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30세 꾸옥 안(Quoc Anh)씨는 밤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던 자신의 식당에서 고객 수가 절반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손님들이 지금 거리에 단속 경찰이 많아서 음주운전이 적발될까 두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경찰관. 사진=유튜브 캡처
베트남 호치민에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달 호치민 시는 바, 클럽, 레스토랑이 밀집된 거리에, 평소보다 더 많은 경찰관을 동원해 베트남에선 최대 규모의 음주 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베트남은 오랜 기간동안 느슨한 음주단속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 또 음주운전에 적발돼도 운전자들은 경찰에게 금전을 주고 무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로인해 경제중심도시인 호치민 시에선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계속 증가해 왔다. 

자동차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운행되고 있는 호치민에서 음주상태로 오토바이 운전은 지극히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던게 현실이다.  

베트남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20년부터 음주 운전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 신체에서 알코올이 발견된 모든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전에는 음주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운전자에게 벌금이 부과됐었다.

현재 음주운전 적발시 가장 높은 처벌은 4000만 베트남동(약 2백만원)의 벌금과 24개월 면허 정지다. 4000만 베트남동은 일반 노동자의 약 4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호치민 시티 경찰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26% 줄었고 사망자 수는 50% 감소했다. 베트남 교통경찰국 응우옌 꽝 녓(Nguyen Quang Nhat) 대령은 엄격한 음주운전 단속 법률이 운전자의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이제 운전자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운전하는 대신 새로운 이동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 주인들은 많은 손님들이 식당에서 전혀 술을 마시지 않기 시작했고 이것이 식당운영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호치민 시티에서 4개의 음식 및 맥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꽁 빈(Cong Vinh)은 많은 경쟁업체가 10년 동안 사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았으며, 자신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부 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씨는 "매출이 한 달에 7억 베트남동(약 3500만원)에서 3억 베트남동(약 1500만원) 줄었으며, 일부 점포에서는 한 달에 7000만 베트남동(약 35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음주 운전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법규 마련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손실이 커지자 정부도 대리운전 사업을 활성화 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오진 않고 있다. 

●강태윤 베트남 통신원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후 LG상사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2년부터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현재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