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달 내 9개 계열사 CEO 임기 만료...중복조직 합쳐 군살 빼기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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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이달 내 9개 계열사 CEO 임기 만료...중복조직 합쳐 군살 빼기 나설까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08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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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5개 계열사 중 9개사 CEO 임기 만료
전체 계열사 사업구조 3개 분야로 재편 전망
진옥동 회장, 재무적·비재무적 항목 모두 평가
신한금융그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신한금융그룹의 슬림화가 예고된다. 비대한 계열사 규모를 줄여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사업구조는 단순화하고 중복된 업무는 통폐합하는 식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부터 '내실 다지기'를 최우선 목표로 꼽고 있다. 재무적 성과 등 외형 성장보다 고객 인정을 우선으로 내세웠다.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건 일등 신한보다는 일류 신한이다. 실적이 주춤해도 인내하며 정도 경영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진 회장은 내달부터 2년차에 돌입한다. 금융사 회장들이 안정 대신 변화와 개편을 추구하는 시기다. 신한금융의 계열사 15곳 중 9곳의 수장은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자료=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자료=신한금융지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7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가동하고 첫회의를 열었다.

올해 말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는 신한투자증권(김상태 대표), 신한캐피탈(정운진 대표), 신한자산운용(조재민·김희송 대표), 신한리츠운용(김지욱 대표), 신한저축은행(이희수 대표), 신한DS(조경선 대표), 신한펀드파트너스(정지호 대표), 신한AI(배진수 대표), 신한벤처투자(이동현 대표)다.

이 중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이 좋은 곳은 신한캐피탈·리츠운용·DS·펀드파트너스 네 곳 뿐이다.

신한캐피탈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2824억원에서 올해 2929억원으로 104억원(3.7%) 늘었다. ▲신한리츠운용은 23억원에서 64억원으로 40억원(173.4%) 증가 ▲신한DS와 신한펀드파트너스 합쳐 137억원에서 162억원으로 25억원(18.2%) 증가했다.

실적이 악화한 다섯 곳은 신한투자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벤처투자·AI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5704억원에서 올해 2234억원으로 3470억원(60.8%) 줄었다. ▲신한자산운용은 409억원에서 195억원으로 214억원(52.4%) 감소 ▲신한저축은행은 311억원에서 270억원으로 41억원(13.2%) 감소 ▲신한벤처투자는 42억원에서 32억원으로 10억원(23.4%) 감소했다.

신한AI는 지난해 3분기까지 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같은 기간 24억원 순손실로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신한AI는 올해 청산 예정인만큼 배진수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AI의 인력들은 은행 디지털부문과 증권사 등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월에 신한대체투자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을 합병한 바 있다. 자산운용 계열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운용자산과 인력 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해 업계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신한신용정보를 신한카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연체된 대출금을 받아내는 신용정보사가 리볼빙, 카드론 등의 연체율이 크게 불어난 카드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번 인사 개편에서도 신한자산운용에 신한리츠운용을 편입하거나 신한펀드파트너스를 손자회사로 만드는 식이 거론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CEO 강연 중인 진옥동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CEO 강연 중인 진옥동 회장. 사진=연합뉴스

간단명료한 체계를 추구하는 진 회장의 성향 역시 계열사 간 합병·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조직·인력·업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취임 100일차에는 본점 직원 100여명을 영업점으로 내려보냈고 2021년에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다.

디지털 금융혁신을 가속화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은행 판매상품까지 줄였다. 그가 은행장 시절부터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건 신한금융 계열사 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슈퍼앱의 출시였다.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후에도 간결성은 유지됐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은 10여년 간 운영해온 지주와 은행·비은행 계열사간 겸직 체제를 없앴다. 겸직 임원들을 대거 정리하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15개 계열사 전체 사업구조를 리테일·투자은행(IB)·보험 등 3개 분야로 재편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등 리테일 계열사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등 IB 계열사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운용, 신한자산신탁, 신한리츠운용, 신한EZ손해보험 등을 보험 계열사로 엮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다.

여러 계열사에 중복돼 있는 영업조직을 합쳐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진 회장은 재무적 실적과 비재무적 실적을 함께 고려해 CEO들을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회장 후보였을 당시 "재무적인 부분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같은 무게와 크기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적과 연동해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항목 뿐 아니라 친환경금융 실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진 성과,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 비재무적인 항목까지 평가대상이다.

이에 따르는 약간의 실적 부진은 감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조3000억원에서 올해 3조8000억원으로 5000억원(11%) 줄었다.

그는 지난 9월 직원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정도 경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실적을 내기 위해 초조해하지 않고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면 비록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정도를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신한컬쳐위크 CEO 특강에서는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고 말했다.

그의 조직 재편과 정도 경영이 이달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지, 신한금융을 어느 미래로 이끌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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