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9개 계열사 CEO 임기 임박...변화냐 안정이냐 신임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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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9개 계열사 CEO 임기 임박...변화냐 안정이냐 신임 회장의 선택은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2.0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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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11곳 중 9곳 수장 임기 만료 예정
2년 임기에 1년 연장 방식...5년 넘게 재임하기도
양종희 신임회장, 재임기간·실적 두루 평가할듯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KB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KB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이달 안에 KB금융지주 계열사 11곳 중 9곳 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의 관건은 재임기간과 실적 그리고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다.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에 통상 2년 임기, 1년 연장 방식을 택해왔다. KB증권,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의 CEO(최고경영자)는 현재 3년 이상 재임 중이다.

김기환 KB손보 사장, 서남종 KB부동산신탁 사장은 3년씩,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과 황수남 KB캐피탈 사장은 5년씩,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과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6년씩 재임중이다.

계열사 실적은 CEO들의 연임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다.

지난달 30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이재근 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는 "취임 이후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다"고 연임 결정 사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지난달 21일에 갓 취임한 양 회장이 변화와 안정 중 어느 쪽을 추구할지가 주효하다. 그의 인사 방향에 따라 향후 KB금융의 미래가 점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자료=각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 중순 대추위를 열고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KB금융은 통상 은행장 인사를 먼저 발표하고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해 왔다.

이재근 은행장은 우수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년의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진 첫 CEO 인사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KB손보 대표 출신인 양 회장이 은행장을 지낸 적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9년 2조5908억원에서 이 행장 취임 후인 2022년 2조9960억원으로 15.6%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506억원에서 2조8554억원으로 늘었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KB손해보험은 3년차 수장이 이끌고 있다. 김기환 KB손보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취임해 지난해 12월 한 차례 연임 후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 회장으로부터 KB손보 대표직 바통을 이어받은 직속 후임이다.

지난 2020년 1539억원이었던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813억원, 2022년 5686억원, 올 3분기 누적 6803억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3분기 기준 KB손보가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45%다. 올해 3분기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3451억원 중 1551억원(44.9%)이 KB손보에서 나왔다. 1년 전 5358억원 중 1737억원(32.4%)을 기여했던 것 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현재 보험업계가 IFRS17, 킥스(K-ICS) 등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변화의 시기에 있는 만큼 경영 능력을 입증해온 인물을 양 회장이 택할 가능성도 있다. 양 회장 역시 KB손보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변수는 최근 보험업계에 불고 있는 CEO 교체 바람이다. 지난달 메리츠화재는 8년 간 회사를 이끌었던 김용범 부회장 대신 40대 김중현 대표를 CEO에 앉혔고 미래에셋생명은 4년간 회사를 이끌던 변재상 대표 대신 김재식 대표를 CEO 자리에 앉힌 바 있다.

KB증권 당기순이익 추이. 자료 제공=KB증권

KB금융 매출비중 3위인 KB증권은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바뀔 가능성과 신임 대표를 맞이할 여지가 혼재돼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박정림 대표가 지난달 30일 지주사 총괄부문장, 자본시장부문장을 자진 사임하면서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김성현 대표가 KB증권을 홀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는 기업금융(IB) 전문가로 현재 홀세일, 리서치센터, 글로벌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당분간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담당하던 자산관리(WM) 부문까지 전담하게 됐다. 박정림 대표 대안으로 최재영 WM부문장(부사장)이 언급되기도 한다.

김성현·박정림 공동대표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KB증권을 맡아 5년 간 호흡을 맞춰 왔다.

지난 2019년 2580억원이었던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4260억원, 2021년 5940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0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4분기 1160억원의 손실을 내며 1880억원 순익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1억원(18.9%) 늘었다.

김성현 대표 단독 체제가 결정되면 KB증권 역사상 최초 사례로 자리잡는다. KB증권은 지난 2016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 이후 2018년까지는 윤경은·전병조, 2019년부터는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였다.

박정림 공동대표의 대체자를 찾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김성현 공동대표까지 교체하는 건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양 회장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진=KB금융그룹
사진=KB금융그룹

KB국민카드의 수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한 2년차 이창권 대표다. 통상 2년에 1년 추가를 보장해주는만큼 연임 가능성이 있지만 실적이 걸림돌이다.

지난 2021년 4189억원이었던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지난해 3786억원으로 403억원 줄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27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3523억원에 못 미친다.

다만 카드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건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했고 연체율 상승으로 충당금 압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530억원에서 2749억원(11.7%)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경쟁사 대비 인지도나 매출이 밀리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카드는 애플페이를 출시한 현대카드에 개인 신용카드 실적을 추월당해 업계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전체 이용 회원 수에서도 역전을 허용했다.

현대카드는 3월 9조6224억원, 4월 9조5273억원, 5월 10조1582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KB국민카드는 3월 8조6866억원, 4월 8조4966억원, 5월 8조7385억원이었다. 매출액 차이는 3월 9358억원에서 5월 1조4197억원으로 늘었다.

5월 기준 KB국민카드의 올해 누적 전체 회원 수는 1172만명, 현대카드는 1173만명이다.

올 상반기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1941억원, 현대카드는 1572억원이다.

이창권 대표에 대한 양 회장의 신임은 두텁다. 지난 2011년부터 KB국민카드 물적분할, 현대증권 인수, 푸르덴셜생명 인수, KB라이프생명 통합 등 그룹 내 굵직한 인수합병들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서다.

지난 2015년에는 KB금융지주에서 양종희 당시 전략총괄 부사장과 함께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도 마쳤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지난달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 회장은 회장 취임 첫날 출근길에서 "아직 인사 방향에 대해 준비가 안 됐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같은 날 취임식에서는 "신명나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일한만큼 확실하게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의 직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경영을 하겠다"며 "그룹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영업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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