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켜진 카드빚, 리볼빙 잔액 7조원대...'사상 최대규모'
상태바
경고등켜진 카드빚, 리볼빙 잔액 7조원대...'사상 최대규모'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3.11.27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국내 8개 전업카드사 리볼빙 잔액 7.4조원...평균 수수료율 16.65%
중저금리 대출로 일시 상환 후 대책 마련
약정결제비율·최소결제비율 등 조절할 필요
"최우선적으로 소비 습관과 패턴부터 바꿔야"
카드 리볼빙 이용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이달 결제 금액 중 일부를 다음달로 넘기는 카드 리볼빙 이용 잔액이 늘고 있다.

당장의 카드 연체를 피하기 위해 갚을 돈을 훗날로 미루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 미루면 리볼빙이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전문가들은 최우선적으로 본인 소득에 맞는 소비 습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출을 받아 일시에 원리금을 상환해도 소비 패턴은 그대로라면 또 다른 빚만 추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정이 안되는 리볼빙 이용자들은 약정결제비율과 최소결제비율이라도 조정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현대·롯데·비씨카드)의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7조4696억원이다. 지난해 1월 6조2269억원에서 지난 1월 7조3666억원으로 1조1397억원이 넘게 늘었다. 지난 9월에는 7조6126억원으로 잔액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균 수수료율은 지난 6월 16.03%에서 지난달 10월 16.65%로 4개월 새 0.6%포인트 올랐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평균 수수료는 지난달 18.61%였다. 전체 리볼빙 회원 10명 중 3명(35.65%)은 법정 최고금리 수준인 18~20%의 수수료를 적용 받았다.

신용·담보대출보다 훨씬 높은 금리에도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카드론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많아진 탓이다.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규제를 받지 않는 리볼빙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작용했다.

리볼빙은 한 번 갚지 못했을 때 기존 카드값과 연체 수수료율이 중복으로 적용돼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이미 리볼빙의 늪에 빠진 사람이라면 최우선적으로는 소비 지출부터 줄인 후 대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후 중저금리 대출을 받아서 높은 이자의 리볼빙 원리금부터 갚는 것이 권장된다. 빚을 은행 대출로 한 곳에 모으고 신용점수가 가장 많이 깎이는 카드사 현금서비스, 리볼빙 순을 우선순위로 갚는 것이다.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차주는 햇살론·새희망홀씨 대출 등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햇살론은 신용점수 하위 20%, 연소득이 4500만원 이하이거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이다. 햇살론유스는 19~34세,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차주에게 최대 1200만원을 연 3.5% 금리로 최대 15년간 빌려준다.

근로자햇살론은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에게 연 11.5% 이하 금리로 2000만원까지 생계자금을 대출해준다. 햇살론 15는 신용점수 하위 20%까지 최대 700만원, 금리는 연 15.9%에 대출을 제공한다.

새희망홀씨 대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인 차주에게 연 10.5%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예적금을 보유한 리볼빙 이용자라면 목돈을 깨기 전에 예금담보대출을 알아보는 편이 권장된다. 담보로 진행되는 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대출이 불가능한 리볼빙 이용자라면 약정결제비율·최소결제비율 등을 조절하며 대처해야 한다. 이용 한도를 축소해 의무적으로 갚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라는 뜻이다.

약정결제비율은 카드값 중에서 매달 결제하기로 약속한 비율로 10~100% 사이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약정비율이 높을수록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은 많아지지만 이월되는 금액은 적어져 빚이 불어나는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출 수 있다.

반대로 최소결제비율은 높여서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추천된다. 이달 결제해야 할 금액이 100만원일 때 최소결제비율이 10%라면 90만원이 다음달로 이월되지만 20%로 높아진다면 이월 금액이 80만원으로 줄고, 그만큼 붙는 이자도 감소한다.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미납 걱정 없이 결제'·'최소 결제'·'일부만 결제' 등으로 리볼빙을 광고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리볼빙 이용자가 돼 있을 수도 있다. 카드 명세서에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이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최우선적으로 소비 습관과 패턴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본인 벌이를 초과하는 지출을 유지하거나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리볼빙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하며 "리볼빙을 해결하기 위해 중저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일시 상환하더라도 기본적인 소비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리볼빙에 손이 가고, 이는 결국 빚진 곳을 두 군데로 늘리는 결과만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든 카드사든 중저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는 리볼빙 이용 허들을 높이는 규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