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감춰진 서울 남산 숲길을 걷다...'남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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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희의 겨울 트레킹] 감춰진 서울 남산 숲길을 걷다...'남산의 재발견'
  •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24 12:0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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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서울 남산! 서울의 상징이다. 자주 가보았고, 잘 알고 있는 곳이다. 가까운 곳에서 끝나가는 가을을 가볍게 즐기고자 남산길을 갔다.

약수역 5번 출구로 나와 매봉산부터 걷기 시작했다. 매봉산이란 이름은 서울에 여러 군데가 있다. 이 가운데 중구 신당동, 성동구 옥수동, 용산구 한남동에 걸쳐있는 173m 높이의 매봉산이 남산과 연계하여 걸을 수 있다.

매봉이란 임금이 사냥할 때 이곳에서 매를 놓아 꿩을 잡았다고 유래된 이름이다. 매봉산은 매를 뜻하는 한자인 응봉산과 뜻은 같다.

단풍나무는 많았으나 가을이 끝나가는데도 초록 잎을 무성히 달고 있었다. 복자기나무만 곱게 물들어 단풍 계절의 체면을 조금 유지하고 있었다. 

기후가 전반적으로 이상해진 영향일 것이다. 늦게라도 고운 옷으로 갈아입을지, 기온이 더 내려가면 그대로 얼어 말라버릴지 모르겠다.

약수역 5번출구에서 이어지는 매봉산 입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약수역 5번출구에서 이어지는 매봉산 입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복자기 나무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복자기 나무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트레킹 일시 : 2023년 11월 11일 (토)
▶트레킹 장소 : 매봉산, 남산
▶트레킹 코스 : 약수역 5번출구~매봉산 8각정~남산둘레길~소월길~남산숲길~남산 한양도성 외성~남산타워~남산 둘레길 북측길~국립극장~반얀트리~한양도성 내성길~장충체육관

매봉산에서 ‘서울숲 남산길(남산)’ 방향으로 가면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에 올라가면 한강과 한강다리, 잠실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멋진 전망이 나온다. 이곳은 서울 야경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엄청 많은 곳이라 한다.

매봉산 팔각정.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매봉산 팔각정.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팔각정을 지나 멋진 오솔길을 조금 걸어가면 한남대로와 장충단로로 가는 자동차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건너 ‘남산 둘레길과 남산서울타워’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가면서 남산구간이 시작된다.

매봉산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한강과 서울 동쪽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매봉산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한강과 서울 동쪽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으로 가는 도로를 건너보니 걸어왔던 매봉산이 옛날에는 남산에서 이어지는 한 갈래의 산줄기임을 알 수 있었다. 서울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도로가 생겨 이어졌던 산줄기가 끊어진 것이다. 인간의 편리로 끊어놓은 산줄기를 걸으면서 이어보는 날이었다.

남산 숲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숲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으로 들어가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가꾸어진 화려한 남산길이 아니었다. 산길에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바위도 여러 곳에 있고, 숲은 깊은 산중처럼 보였다. 사람의 간섭이 덜한 자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처음 만나보는 남산길을 계속 신기해하면서 걸었다.

남산 팔도소나무 숲.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팔도소나무 숲.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걷다 보면 인간의 간섭이 많은 길도 걷게 된다. ‘팔도소나무길’에 있는 소나무들은 전국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선별하여 심어놓은 곳이다. 소나무 숲은 잘 조성되어 있는데 소나무들이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많은 소나무 중에서 ‘정이품소나무 맏아들’이란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어리고 보통 소나무로 보여 부모처럼 멋진 소나무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야생화를 모아 심은 화단도 있고, 연못 근처는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길을 덮어 가을의 운치를 조금은 즐길 수 있었다.

남산둘레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둘레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연못을 지나 ‘서울타워’쪽으로 가다가 ‘남산둘레길(사색의 공간입구)’라는 이정표 방향으로 편한 멋진 길을 걷는다. 걷다가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넓적한 돌을 깔아 놓은 길 끝에 아담한 원두막이 반긴다. 이 길도 계속 가면 예쁘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도 있고, 또다시 깊은 산속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남산 숲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숲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숲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소나무 잎.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숲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소나무 잎.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소나무잎들이 이불처럼 따뜻하게 바닥을 덮고 있는 것 같아 포근해 보였다. 단풍나무와 참나무 종류도 있으나 소나무가 많아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가사가 와닿는다. 지금은 심어놓은 소나무도 많겠지만, 원래 남산에 소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정신을 빼앗기 위해 남산의 소나무를 베어버리고 아카시나무 등 잡목을 심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도 무질서한 개발로 많이 훼손되었으나 개발제한구역 설정과 남산을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지금과 같은 사계절 아름다운 남산이 될 수 있었다,

남산 성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성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성벽 앞 소나무와 맥문동.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성벽 앞 소나무와 맥문동.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성벽이 나오면서 남산의 분위기는 또다시 반전되었다. 성벽에서 뒤돌아보니 남산타워가 가까이 있었다. 이어진 성벽 앞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있고, 소나무 밑에는 맥문동의 진초록 잎이 초록의 소나무잎과 이어지고 있었다.

남산 성벽을 지나면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 성벽을 지나면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성벽을 따라 남측 ‘포토아일랜드전망대’ 방향으로 걷다가 국립극장으로 내려왔다. 국립극장 앞에서 도로를 건너 반얀트리 호텔로 들어가 한양도성 내성길로 접어들었다.

한양도성 내성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한양도성 내성길.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반얀트리 호텔 앞 도로는 자동차를 타고 무수히 지나다녔지만, 반얀트리에서 신라호텔을 지나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내성길은 처음으로 걸어보았다. 성벽을 따라 걷는 내내 서울의 도심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많아 가까운 도로의 자동차 소음도 들리지 않은 멋진 길이었다.

남산에서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남산에서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이날 걸었던 남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으로 만난 길이었다. 그동안 남산을 다녔어도 남산타워나 겉에서 보이는 성곽길과 순환도로만 다녔던 거 같다. 남산의 가보지 않은 숲길은 제대로 만끽하면서 걸었던 날이었다.

해발 265m의 남산! 높이는 낮아도 품은 넉넉한 거인이었다.

박경희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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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2024-03-19 10:38:16
늘 보던 남산에 이런 모습이 있었군요..... 멋집니다.

산중 2023-11-26 18:04:02
가까이에 멋진 산이 있어도 먼 곳부터 챙기고 있었네요

PPP 2023-11-26 14:39:41
더 추워지기 전에 남산에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꾸꾸꺄까 2023-11-25 17:07:39
와 진짜 멋있어요! 종종 다니는 길인데 이렇게 작품같은 사진과 글로보니 새롭고 감동입니다! 잘 봤습니다

신영철 2023-11-25 16:55:06
역시 멋지네요. 매번 새로운 글을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