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제3후보' 케네디 주니어, 美 대선판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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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제3후보' 케네디 주니어, 美 대선판도 바꿀 수 있을까
  • 권영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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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칼럼니스트
권영일 칼럼니스트

[권영일 칼럼니스트] 삼고초려(三顧草廬)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후한 말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몸소 그의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찾아가는 장면이다.

여기서 제갈 공명은 유비에게 ‘천하 3분지계’를 건의한다. 삼국지는 이후 조조, 유비, 손권 등 3인의 영웅이 경쟁과 협력을 벌이며 전개된다. 한 고조 유방과 초패왕 항우가 패권을 다투는 열국지보다 더 흥미를 끄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미국 2024년 대선이 최근 삼각구도로 방향키를 잡는 모습이다. 공화-민주당이란 강력한 양당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크게 일탈한 모습이다.  

물론 내년 대선은 상황변화가 없는 한 분명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파전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들의 리턴 매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양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가 민주당과 공화당 입장에서도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우선 여당인 민주당의 상황을 살펴보자. 

뉴욕타임스(NYT)가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발표한 2024년 미국 대선 경합주(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이 트럼프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후보 교체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이다. 

이전에도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교체 여론이 있었다. 지난 9월 초 CNN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67%가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현직 대통령이 강력하게 재선 도전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섣불리 후보 교체를 요구할 수 없다.  ‘당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바이든의 전격적 불출마 결단 없이는 사실상 후보 교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와 현지 언론에서는 미셸 오바마를 비롯, 대안 후보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내에서 트럼프 대세론이 주류를 이루지만, 리스크가 크다. NYT 여론조사 결과에 마냥 즐거워할 수만 없는 실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양자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8%로, 44%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밖인 4%포인트나 앞섰다. 

공화당은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여론조사 지지율은 크게 앞선 바 있다. 이로 인해 선거에서 낙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하원에서 겨우 과반수를 넘었으며, 상원에서는 오히려 한 석을 더 잃어 다수당의 지위를 민주당에게 내어줬다.

특히 트럼프가 밀었던 트럼프 키즈들이 대거 낙선했다. 그만큼 트럼프 거부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트럼프 사법리스크가 진행 중이어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화당은 최근 낙태 문제가 쟁점이었던 주민투표와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해 빨간 불이 켜졌다.  민주당이 낙태문제를 대선에서도 계속 이슈화할 경우 공화당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사진=연합뉴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사진=연합뉴스

케네디 주니어 캐스팅 보트 쥘까?

이런 가운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며, 오랫동안 환경 변호사로 일해왔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달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주목받는 주된 이유는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누군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미국 대선에서 제3의 후보가 등장,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경쟁했을 당시, 로스 페로가 제3의 후보로 등장해 예상을 깨고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많은 공화당 지지층이 로스 페로 쪽으로 이탈한 것이 부시의 재선 실패 원인이었다고 선거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00년 선거에서도 제3 후보가 승패의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민주당 후보는 앨 고어 부통령이었다. 환경운동가 랠프 네이더는 제3 후보로 나서 300만 표 이상을 획득했다. 결국 그가 민주당 표를 끌어간 것이 고어의 패인으로 작용했다.  

케네디 후보의 출연은 현재로선 바이든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는 양자 대결보다 다자 대결에서 트럼프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케네디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반대 운동의 선두에서 활동해 백신 회의론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반대해 공화당 지지자들의 구미에도 어느 정도 어울린다. 케네디 후보는 이에 따라 민주당의 오른쪽과 공화당의 왼쪽 지지자들을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당제에 환멸을 느끼거나,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에게 투표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나이에서도 상대적으로 젊다(만 69세).

과연 케네디 주니어는 얼마나 많은 중도 지지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의 선전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의 희비는 엇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진부한 후보들의 재출연으로 식상하던 차기대선이 주연급 조연의 등장으로 흥행노선을 탈지 주목된다. 

● 권영일 칼럼니스트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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