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의 가을 트레킹] 설악산 '흘림골'에서 천혜의 비경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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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의 가을 트레킹] 설악산 '흘림골'에서 천혜의 비경에 홀리다
  •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27 12:50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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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가을이 주는 자연의 화려함에 홀려서인지 이달 초 대청봉을 다녀오고 또다시 설악산을 찾았다. 산과 들에 일주일 전보다 더 다양해진 색채를 보니 시간의 빠른 흐름도 함께 느껴졌다. 

흘림골은 사전탐방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예약 시간에 도착하여 예약 시 보내준 QR 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흘림골이 첫 번째로 반겨준 것은 계단이었다. 대청봉을 올라갈 때 수많은 계단에 기가 눌려 계단을 보면 피하고 싶었다. 단단히 마음가짐을 하고 오르다 보니 계단과 계단 사이가 높지 않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쾌청한 맑은 하늘과 깨끗한 작은 흰 구름이 어우러지고, 기온은 약간 쌀쌀하여 최상의 날씨였다. 

몇 년 전부터 이상 기후 때문인지 나뭇잎들이 물들기 전에 말라 버리고, 떨어져 버리고, 깨끗하지도 않아 단풍으로 유명한 곳도 좋지 않았다. 단풍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설악산에서 단풍으로 유명한 흘림골이라 기대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 

흘림골 탐방센터 입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탐방센터 입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가는길 입구부터 나오는 계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가는길 입구부터 나오는 계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반적으로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어 절정이 지났나 했다. 여기도 이상 기후는 피하지 못한 거 같다. 

10월 하순으로 접어든 설악산은 이미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10월 하순으로 접어든 설악산은 이미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로 오르며 마주한 칠형제봉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로 오르며 마주한 칠형제봉 전경.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하지만 몇몇 물들어 있는 단풍은 빛을 받아 환상의 모습을 보여주니 입구서부터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초반부터 보이는 칠형제봉의 멋진 풍광은 단풍을 압도하기도 하였다. 빛을 받은 칠형제봉이 하얀 분칠로 빛을 발하니 멋진 모델을 놓칠세라 걸음들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열중이었다. 

등선대 가는길 뒤돌아본 풍광.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가는길 뒤돌아본 풍광.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가는길 뒤돌아본 풍광.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가는길 뒤돌아본 풍광.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가는길에 만나는 여심폭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가는길에 만나는 여심폭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고 나면 잠시 편한 길도 있고, 등선대까지 짧지만 경사가 가파른 고개를 올라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뒤돌면 멋진 설악의 풍광이 들어온다. 오르막길에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닮았다는 여심폭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여심폭포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숨을 고르고 잠시 쉬었다가 등선대 입구에 올랐다. 

■ 설악산 흘림길
▶ 트레킹 일자 : 2023년 10월20일(금)
▶ 코    스 :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십이폭포~주전폭포 ~용소삼거리~용소폭포~주전골~성국사               ~오색약수입구~오색주차장 (약 6.5km)

등선대를 올려다보니 수직에 가깝다. 등선대는 흘림골의 최고 전망대이고 입구에서 왕복 200m 정도의 거리이다. 

등선대로 올라가는 길은 위험하지는 않으나 폭이 좁다. 많은 탐방객이 몰리면 짧은 거리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다. 

등선대를 오르는 중간쯤 맞은편 설악산 자락에 있는 한계령 휴게소가 보였다. 그 위로 귀때기청봉이 1,576m의 해발을 자랑하듯 솟아 있다. 등선대를 거의 다 올라가면 귀때기청봉과 이어져 멀리 있는 끝청과 대청봉까지 막힘없이 보인다. 

등선대 정상에는 조그만 공간이 있고 제일 높은 바위는 올라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설치해 놓았다. 

등선대. 왼쪽 봉우리가 등선대이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왼쪽 봉우리가 등선대이다.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전망대에서 보는 흘림골의 봉우리들은 지금까지 설악산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뾰족한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겹겹이 위용을 떨치고 있어 사진으로 본 외국의 유명한 산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골이 깊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바위들의 군상과 봉우리들, 맞은편에 보이는 귀때기청봉에서 끝청과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흘림골 최고의 전망대였다. 

등선대 정상.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대 정상.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은 등선대에서 오르기의 정점을 찍고, 대부분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에 빛을 받은 단풍과 봉우리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어울림에 발목이 잡혔다. 1km를 진행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흘림골이 보여주는 천혜의 비경에 홀려버렸다. 

한꺼번에 쏟아내는 단풍은 아니었으나 밀당하듯 보여주는 흘림골의 단풍은 도도한 우아함과 품위가 있었다. 

흘림골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단풍.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낙석사고가 있었던 구간은 낙석으로부터 보호하는 철망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낙석보호터널로도 가려지지 않는 계속된 비경에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탄성을 들으며 등선폭포에 닿았다. 

흘림골 낙석보호 터널.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낙석보호 터널.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신선이 하늘로 오르기 전에 이곳에서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신선이 되기 위해 등선대에 올랐다 하여 등선폭포라고 한다. 

폭포의 높이는 30m의 낙차를 보이며 물줄기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곳에서 시작되어 굽이굽이 흘러 이곳에서 폭포로 위용을 자랑한다. 비가 온 후 이 폭포를 보면 마치 하늘을 오르는 신선이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등선폭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등선폭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비가 적게 내리는 계절 때문인지 폭포의 물줄기는 겨우 물 흐름만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다리들이 계곡과 계곡을 이어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비경에 심취하다가 다리에서 넘어지는 탐방객이 있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안전은 잘 지켜야 하겠다. 

빛이 반사돼 에메럴드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빛이 반사돼 에메럴드 물빛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계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폭은 좁으나 바위가 깔린 물길을 따라 맑고 투명한 물줄기가 가을의 향연을 즐기는 듯 끝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계곡물이 흐르는 바닥은 붉은색이다. 오색 약수터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광물질이 섞인 것은 아닐까?  

꽤 길이가 긴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바로 십이폭포였다. 

주전골 계곡.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주전골 계곡.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특이하게 다리 위에서 내려다봐야 하는 주전폭포 등 내려올수록 폭포들이 많았다. 작은 폭포가 떨어진 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청아한 에메랄드 물빛을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등선대에서 골을 타고 내려가는 내내 흘림골은 천혜의 비경을 보여주었고, 십이폭포가 나타나면서부터는 계곡과 솟아 있는 봉우리들과의 조화로 또 다른 비경이 연출됐다. 

용소삼거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용소삼거리.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용소삼거리에 도착하니 주전골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합해져 북적거렸다. 용소삼거리에서 용소폭포는 거리도 가깝고 걷기 편한 길이다. 용소폭포도 수량이 많지 않아 폭포로서 장엄한 모습은 아니었으나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과 계곡이 아름다웠다. 

오색에서 주전골로 들어오면 용소삼거리가 끝이고, 더 이상 진행을 할 수가 없다. 용소폭포를 구경하고 되돌아가야 한다. 

용소삼거리부터 시작되는 주전골은 단풍 구경 오신 분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단풍나무 아래에서 사진 찍기 바쁘신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재미도 있었다. 젊은 연인들은 사진 찍기 좋은 단풍나무 아래를 독점하고 나오질 않아 기다리는 이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천불동계곡의 축소판이란 주전골은 굵고 짧아서 좋았다. 넓은 계곡과 흘림골부터 이어지는 설악의 웅장한 바위 봉우리들, 걷기 편한 길이 남녀노소가 가볍게 가을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주전골 계곡과 독바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주전골 계곡과 독바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주전골 입구 단풍은 이날 절정이 아니라서 10월 마지막 날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겠다. 

흘림골은 2015년 8월에 낙석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7년간 통제된 곳이었다. 통제기간 동안 취약지점에 대해 위험구간 우회, 낙석방지 터널 설치 등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하였다. 국립공원공단은 전문기관의 안정성 평가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22년 9월에 재개방되었다. 

흘림골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3.1km 구간으로 흘림골탐방센터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일방통행이다. 

흘림골 탐방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탐방로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가능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 시간 단위 예약 입장이고, 1인당 10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10월 가을 성수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장이다. 한 시간당 1,000명씩 하루 5,000명 예약을 받으니 마감되어 못 가는 경우는 없을 거 같다. 오전에 탐방인원 많아 북적거림이 싫다면 탐방 예약이 가능한 시간 중 늦은 시간으로 선택하면 인파가 덜하여 좋을 것 같고, 대신 걷는 속도는 빨라야 하겠다. 

설악산 흘림골 주전골 트레킹 지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설악산 흘림골 주전골 트레킹 지도. 사진=박경희 칼럼니스트

흘림골 코스는 주전골과 오색약수로 연결되고, 흘림골 시작점이 해발 700m이며 등선대는 해발 1022m이다. 흘림골 출발부터 오색 약수터 입구 도착까지 보통 4시간 정도 소요되나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가감은 있겠다. 

오색약수와 탄산 온천까지 즐길 수 있어 서울 기준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루를 즐기며 왕복할 수 있는 곳이다. 오색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택시를 타면 흘림골탐방센터까지 15,000원이다. 오색 주차장 주차비는 최대 만 원이 넘지 않고, 서울에서 대중교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흘림골이란 이름은 숲이 짙고 깊어서 골에 들면 늘 날씨가 흐린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고로 7년 동안 통제되었다가 재개방되어 두 번의 가을을 맞이한 흘림골이다. 계절마다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싶어 다시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박경희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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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웃음 2023-10-30 21:55:06
자세한 설명과 다채로운 사진이 너무 이뻐요!! 나중에 저도 친구들과 함께 가고싶네요

혜원스 2023-10-30 20:17:55
흘림골 정보 감사합니다. 꼭 가보고 싶네요. 이렇게나마 가을을 느껴 봅니다.

이나경 2023-10-30 17:41:34
상세한 설명과 아름다운 사진 덕분에
잠시나마 마음이 설악에 가 있어
기분 전환 되네요^^
언젠가는 직접 가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선오 2023-10-30 15:45:24
마치 제가 흘림골에 다녀온듯 한 느낌이에요

님이 2023-10-30 14:56:25
좋은칼럼 감사합니다. 늘 구독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