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정의 다양성과 미래]④ 정치든 경영이든 성공을 원한다면...'생산적 마찰'을 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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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의 다양성과 미래]④ 정치든 경영이든 성공을 원한다면...'생산적 마찰'을 일으켜라
  •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 승인 2023.10.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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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만 있는 정치권력의 끝은 독선과 오만일 뿐
변화는 반대편을 끌어안았을 때 이뤄져
조직의 성공은 반대편과 소통에서 부터 시작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실장] 예전엔 혈액형이었다. 사람들은 A형인지 B형인지를 확인하고 “그럴 줄 알았다”며 깔깔거렸다. 과학적 근거가 없기에 대화에 소소한 재미를 주는 정도의 소재였다.

요즘에는 심리학 연구에 기반한 MBTI 검사가 자기 정체성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MBTI 검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조합에 따라 16가지의 각기 다른 성격 유형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혈액형보다 훨씬 높은 신뢰를 받으며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MBTI에 열광할까? 인간관계가 훨씬 복잡해진 사회 속에서 좀 더 수월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의 필요를 충족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유행가 가사에서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고 호소하던 그 답답한 마음을 MBTI가 해결해 주는 셈이다. 

MBTI 인기는 상호이해 요구가 커진 사회 반영 

개인적인 관계뿐 아니라 최근에는 조직에서도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하게 조직을 이끌것인지가 중요한 경영의 화두가 됐다. 조직내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잘 관리하는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오며 다양성은 윤리적 문제를 넘어서 그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가 개발한 ‘비즈니스 케미스트리(Business Chemistry)’는 사람들이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네 가지로 유형으로 구분한 프레임워크다. 네 가지 유형은 개척자(Pioneer), 가디언(Guardian), 드라이버(Driver), 통합자(Integrator)로 나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개척자는 팀에 창의력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다. 직감은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요소다. 반면 가디언은 안정성을 중시한다. 결정을 내리기 전 경험과 객관적 데이터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드라이버는 팀의 추진력을 담당한다. 도전 과제를 해결해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한다. 통합자는 조직 내의 관계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팀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다른 유형의 구성원을 잘 이끄는 것이 조직 성공의 핵심  

유형이 다른 구성원이 모인 팀은 자칫하면 소수의 그룹이 주도하거나 일부 그룹이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서로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아 삐걱거릴 수도 있다. 다양성이 오히려 독이 되는 케이스다.

회의실을 상상해보자. 먼저 드라이버가 강하게 업무 추진 방향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통합자는 그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입을 다물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가디언이 먼저 회의를 이끌어가기 시작한다면 드라이버는 일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며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가디언들이 공들여 조사해 온 각종 데이터들을 보며 개척자들 역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딜로이트는 리더가 팀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조직원들을 잘 활용하려면 리더는 우선 팀원들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인식하도록 도와야 한다. 동시에 권한이나 역할을 부여할 때도 모든 유형의 시각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유형의 조직원으로만 팀이 구성되어 있을 때 소통이 잘 된다고 만족스러워해서는 안 된다. 그 때가 위기의 순간이다. 리더는 서로 반대되는 유형을 끌어들여 생산적인 마찰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여야로 나눠진 국회에 정쟁만 있다면 민생문제해결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여야로 나눠진 국회에 정쟁만 있다면 민생문제해결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내 편만 있는 정치권력, 독선과 오만으로 치달아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생산적 마찰이 실종된 듯 하다. 양당 사이의 파괴적 마찰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권선거 결과는 일방통행식 정치 권력에 대한 민심의 심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던 중도층과 청년층, 중산층이 대거 이탈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권은 180석의 거대의석과 확고한 지지층을 등에 업고도 정권을 내줘야 했다.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로 국민을 가르고 지지층만 의식한 강성정치를 펴면서 내로남불의 오만한 모습을 보인데 실망한 국민들이 돌아섰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 힘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그 같은 진영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정권을 잡고 나서는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친윤파와 영남 일색으로 꾸려진 국민의힘에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정권의 실패 사례를 똑똑히 보고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한국 정치 상황이 볼수록 아이러니하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끌어안을 때 환골탈태 가능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한국에서 평생 선교와 의료 봉사를 해 오며 존경을 받아온 의료인이 이제 당을 개혁하기 위해 메스를 잡았다.

그는 위원장직을 왜 수락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며 “사람의 생각은 달라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는 (의미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동안 정당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명명가를 영입해 혁신위를 꾸리곤 했지만 시작만 요란할 뿐 흐지부지 사라진 사례가 허다하다. 당내 기득권의 거센 반발을 깨며 강력한 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당의 상황을 모르지 않을 인 위원장은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수준으로는 환골탈태를 기대하기 어렵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그들의 다른 관점과 의견에 귀기울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 최원정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디지털플랫폼 실장은 경영학 박사이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조직과 거버넌스의 변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민간 싱크탱크에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참여형 정책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주도하고 있으며, DAO 운영 등 다양한 웹3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클라우드 국가가 온다(공저)’, ‘코로나 시대 한국의 미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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