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민자 문제' 선거향방 갈라···우익성향 민심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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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자 문제' 선거향방 갈라···우익성향 민심우위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10.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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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주지만 주거비 증가와 범죄율 상승 등이 뒤따르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 판도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유럽국가 선거에서 우익 성향 정파가 민심 우위를 점하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마무리되고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급증세를 보이는 이민자 문제로 유럽 각국이 고심 중인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주지만 주거비 증가와 범죄율 상승 등이 뒤따르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 판도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 등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발표한 총선 예측 조사 결과에서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득표율 29.0%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직전인 2019년 총선 대비 3.4% 포인트나 득표율을 끌어올려 제1당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스위스국민당은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정책 노선을 선거 내내 내세웠다. 반면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은 2019년 총선 때의 기세를 살려 기후변화 대응을 총선 화두로 내걸었다.

스웨덴도 작년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다. 당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민주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한 군소 정당에 불과했으나 반 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 치안 중시 등의 기조를 앞세워 빠르게 세력을 확장, 주류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이달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구성했다. 연정 구성이 마무리되자마자 핀란드인당이 요구해온 강경한 이민정책 발표가 나왔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서 우파 연합이 총선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6월 그리스 총선 때 중도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지난 7월 네덜란드에서 연립정권이 이민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해체되는 일이 생겼다.

지난 2010년 총리직에 올라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로 재임 중이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불행히도 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사임했다. 올해 11월 이후 다시 총선을 치를 예정인 네덜란드에서는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아프리카 곳곳의 내전과 정치 불안, 홍수·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이주민들이 유럽 곳곳에 물밀듯이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 긴축 속에 경제여건이 팍팍해졌다고 느끼는 유럽인들의 여론은 이민 문제 등을 피부로 느끼며 보수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위스국민당의 토마스 아쉬 연방 하원의원은 AFP 통신에 이번 선거를 전후한 여론 변화와 관련해 "대규모 이민자들이 들어오고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커진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은 사회 안전망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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