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혼돈에 빠진 워싱턴 정가 ··· 앞으로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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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혼돈에 빠진 워싱턴 정가 ··· 앞으로 행보는?
  • 권영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0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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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칼럼니스트] 워싱턴 정가는 당분간 심하게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의 해임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짧게는 임시 예산안 시한인 다음달 17일, 길게는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당초 하원의원 불신임안은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하원의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이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을 때만해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겼다. 실제 공식적으로 매카시 의장을 해임하는데 찬성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 수가 채 10명에 불과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하원은 3일(현지시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고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준 협상파에 대해 민주당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꼴이 됐다. 아닌 게 아니라 상황이 급변한 것은 민주당이 해임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면서다.

매카시 의장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를 추진한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흠집내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가 하원의장 공석에 따른 공화당 내 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하원의장이 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해임 결의안이 가결된 뒤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하원의장이 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해임 결의안이 가결된 뒤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 앞으로 워싱턴 정가는 어떻게 흘러갈까?

해임안 가결로 일단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하원 의장대리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임시 의장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행정 처리만 할 수 있을 뿐, 법안 통과 같은 업무는 할 수 없다.

새로운 하원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하원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는 하원 의장이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반란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공화당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거나, 이번 해임안 처리 때처럼 민주당과 공화당 강경파가 동시에 지지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공화당 하원의장 경선에는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이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57)도 동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하원의장 도전에 나섰다.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조던 위원장은 당내에서 거론되는 후보 가운데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배적인 평가이다.

특히 이번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였던 조던 위원장은 연초 하원의장 선거 때도 매카시 전 의장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하원 의장 선거는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하루 전인 10일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장은 과반 득표로 결정되며, 이 때문에 다수당의 몫이다.

스컬리스나 조던, 모두 맥카시보다 더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양당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혼란이 계속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사실 셧다운이 된다고 해도 충격은 생각보다 적다. 

가까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멕시코 장벽 포함 예산안 투표 연기를 둘러싸고 2018년 12월 22일부터 다음해 01월 25일까지 34일간 행정업무가 일시 마비된 사례가 있다.

문제는 세계의 관심사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예산의 삭감이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특히 EU국가들은 미국의 하원의장 불신임 사태를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강경파가 주도한 매카시 하원의장 추출사건을 통해 공화당과 민주당, 나아가 트럼프와 바이든 가운데 누가 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인 가에 미국민들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내년 대선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아닌 게 아니라 4선의 연방하원인 게이츠 의원(41)은 ‘프리덤 코커스’로 대표되는 당내 강경 우파 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정계 진출 초기부터 지지했던 열렬한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매카시가 후보로 나선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에서는 하원의원이 아닌 ‘일반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푸 투표하기도 했다.

다수의 언론들은 게이츠 의원이 오랜 시간 매카시 전 의장과 반목하면서, 그에 대한 개인적 반감이 이번 불신임안 추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이츠 의원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1995∼1999년 하원의장을 지냈던 공화당 원로 뉴트 깅그리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 기고에서 “게이츠는 보수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파괴하는 반(反) 공화당원”이라며,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단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생물이다. 워싱턴 정가도 지금 이해관계에 따라 덧셈과 뺄셈이 한창이다. 

● 권영일 칼럼니스트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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