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50년 주담대', 고민끝 신청하러갔더니..."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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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50년 주담대', 고민끝 신청하러갔더니..."중단했습니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2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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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50년 주담대 가계대출 증가 이끌어"
연령 제한이 가계부채 막기 어렵단 지적도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앞다퉈 출시한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출시 한 달여 만에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50년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중단 및 나이 제한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최근 6일 간(영업일기준) 1조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고, 은행권은 50년 만기 주담대 축소 및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6일 새 1조 급증한 50년 만기 주담대

23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4945억원이다. 50년 주담대는 지난달 5일 NH농협을 시작으로 우리은행(8월14일)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지난 10일 1조2379억원(우리은행 제외)에서 6일(영업일 기준)만에 1조2566억원 급증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윤석열 정부가 청년층 주거대책의 일환으로 꺼낸 카드다. 실제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새정부 가계대출 관리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의 후속 조처로 만 34세 이하(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하지만 50년 만기 주담대는 올해 은행권까지 출시에 동참하면서 연령 제한이 풀어졌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이 있다. 

정부는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이긴 하지만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지난달 31일까지 31조1285억원의 유효신청액을 기록해 가계대출 재증가를 부추긴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 발표 후 NH농협은 2조원 한도가 소진돼 간다며 이달 말까지만 신규 대출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연령 제한을 도입하겠다는 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이후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단기간에 대출규모가 급증했다. 

주요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중단 및 나이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이·판매 제한 나선 은행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은 오는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연령대별 사용 목적을 분석하고 나이 제한을 검토한 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재개 시기는 미정이다. 

SH수협은행 또한 이달 중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가입 연령을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이 만 34세 이하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관계자는 "정책모기지 상품과 동일하게 나이를 낮추어 판매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 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연령 제한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방은행과 인터넷뱅크 역시 나이 제한 등 다양한 부분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거나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은행권 최초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판매한 NH농협은행도 내부적으로 설정한 2조원의 한도가 이달 중 소진 될 것으로 보고 판매를 중단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효성 논란 직면한 50년 주담대 중단·축소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돼 차주(돈 빌린 사람)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원금을 갚는 기간이 50년으로 늘어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출 한도가 늘고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 다만 월 상환액이 줄더라도 상환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자 규모는 훨씬 더 불어난다. 이자수익이 늘어나자 은행들은 앞다퉈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았고, 차주들은 DSR 규제 아래에서 대출 우회 통로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적극 활용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은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DSR 산정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까지 은행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가입 연령 제한 등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발표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제시하는 시선들이 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도입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정부의 지적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주택을 찾는 수요에 따라 증감을 보인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발맞춘 것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가 가계 빚 증가를 견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통상 차주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아도 만기까지 해당 대출을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집값이 오르면 기존 주택을 팔고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둔 것도 기존 40년, 30년 만기 주담대와 형평성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만기까지 끌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만 34세로 나이 제한을 둔다고 해서 가계부채가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주택시장과 연동하는 주담대 특성을 감안해 근본적인 대책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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