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차이나리스크' 불확실성의 시대 환율 향배는
상태바
'킹달러'·'차이나리스크' 불확실성의 시대 환율 향배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8.20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 '킹달러' 지속
'차이나리스크' 확대…'D의 공포' 확산
달러·원 환율이 한달 새 80원 넘게 급등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달러·원이 심상치 않다. 한달 사이 무려 80원 넘게 급등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는 주요국 중 가장 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원화의 수난시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하락한 1338.3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하락세로 마감한 건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이달들어 환율은 요동쳤다. 이달 초만해도 1280원 수준이던 환율은 1340원대까지 빠르게 오르며 연고점 돌파 시도를 했다. 

이달만 놓고 보면 원화 약세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두드러졌다. 최근 한달간 원화 가치 하락폭은 -6.6%로 유럽연합의 유로(-3.5%), 영국 파운드(-3.1%), 중국 위안(-1.7%), 일본 엔화(-5.5%) 등과 비교해 낙폭이 크다. 특히 엔화의 경우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화의 가치 하락폭이 더 뼈 아프게 다가온다.

불확실성 증대…여전한 '킹달러'

최근 한 달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기지표에 따라 원화 가치는 낙폭을 거듭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미국의 고용지표가 공개됐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주 연속 둔화됐고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연준의 긴축 경계감을 자극하는 재료가 됐다. 99선에서 박스권을 그리던 달러인덱스는 100선을 돌파했고, 미국채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당초 7월 금리 인상을 끝으로 금리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뒤집고 시장에선 연준의 긴축정책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위를 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낮췄다.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는 향후 예상되는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을 강등 이유로 꼽았다. 미 국채금리와 달러인덱스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에만 35원 넘게 올랐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또한 미국 지방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계속됐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험 신호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고 달러는 다시금 '킹달러' 지위를 회복하며 원화 가치를 끌어 내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주 환율 전망에 대해 "주 후반 잭슨홀 미팅과 한국 금통위 통화정책회의 등 정책 이벤트 대기하고 있다"며 "'경제 복원력과 지속가능성' 주제로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고물가 불안을 해소 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우려가 중국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의 공포' 확산…中 리스크까지

미국발 악재로 휘청이던 원화의 가치는 '차이나리스크'로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상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0.3%, 4.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양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선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월 중국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4.5%나 줄었다.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소매판매는 2.5%, 산업생산은 3.7%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4.5%, 4.4%)를 밑돌았다. 7월 실업률 역시 6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한 마디로 중국 경제가 수출, 소비, 생산, 고용 등에서 모두 악화된 성적표를 거뒀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쐐기를 박은 건 부동산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다. 지난 14일 중국 최대 규모 부동산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의 역내채권 11종의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6일 만기된 채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 상환에 실패하며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해당 기간 내 이자를 갚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된다. 

컨트리가든은 중국 내 약 3000건의 건설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다. 2021년 파산위기에 몰렸던 헝다그룹의 4배에 달한다. 사실상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0%을 차지하는 부동산 업계 전반의 연쇄 디폴트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미·중 갈등 심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對)중국 외국인 투자 감소 등 위안화 약세 요인은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위안화 추가 약세가 이뤄진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로 중국 및 세계 경제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 경제권에 속한 한국 또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하 수석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금융 부실화 노이즈 계속되며 시스템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2008년 미국과 달리 낮은 대외부채 익스포저 및 파생상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시스템 위험 확산보다 간헐적 금융 불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