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는 美 신용등급 하향했지만…"국내는 여전히 테마 위주 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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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는 美 신용등급 하향했지만…"국내는 여전히 테마 위주 장세"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3.08.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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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피치, 미국 국가신용등급 'AAA'에서 'AA+'로 강등
2011년 S&P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12년만
시장 여건 달라 패닉 재연 가능성 낮아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인프라, 성장주 기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특정 테마에만 수급이 쏠리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때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패닉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피치의 강등 여파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피치는 전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에 코스피(-1.9%), 코스닥(-3.2%), 다우(-1.0%), S&P500(-1.4%), 나스닥(-2.2%) 등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의회의 분열과 재정적자 확대, 정부부채 증가를 짚었다. 미국 의회가 중기 재정 가이던스를 세워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의 감세와 민주당의 재정지출 확장 정책이 더해지며 정부부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AAA 등급을 받는 국가들의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 5일 미국 장 마감 후 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이번 피치의 강등은 S&P 이후 12년만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2011년 8월 8일 당시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도 일제히 매도세를 보였다. 2011년 8월 5일부터 9월 25일까지 한 달 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약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전날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는 85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선물에서는 2조2000억원을 순매도하며 2012년 6월 22일 이후 최대 선물 순매도세를 경신했다.

2011 패닉 재연될 가능성 낮아…차익실현 수준 조정만 예상

시장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시장에 패닉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1년에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당시와 현재는 경기 및 이익여건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유미·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1년도는 전세계 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취약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모멘텀 자체가 둔화된 시기였으며, 한국 수출과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도 20~30%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빠르게 위축되던 시기"라며 "하지만 현재는 2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이익 전망이 감소폭을 축소해가는 시기이자 수출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3가지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피치는 지난해 5월 미국 국가신용등급(AAA)을 유지하며 향후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며 "그 조건으로는 GDP 대비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 거시경제 악화, 거버넌스 악화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3가지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미국 경제 상황과 부채한도 협상 타결, 부채비율 급증 제한 등이 일어나고 있어 향후 피치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견조한 내수 여건과 경기 반등 기대, 양호한 금융 환경, 급격한 재정지출 감소 제한 등으로 단기 충격이 제한될 전망"이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확장 재정 강도만큼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등 신흥국에서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직접 충격은 제한될 전망"이라며 "다만 신흥국 자산은 위험자산으로 인식돼 금융시장 유동성 위축 등으로 인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3분기 중 제조업 경기 저점 통과가 뒤로 지연되는 등 펀더멘탈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 입장에서 여전히 증시는 상승 사이클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가 가시화됐고, 미국 경기가 완만한 침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수출과 이익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시 상승 추세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2011년과 비교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사이클"이라며 "경기사이클 상승기에는 매크로 쇼크가 발생해도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통 -5% 내외이고, 클 때도 -10%를 많이 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상승기에는 기업실적과 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가 싸지면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이 나타난다"며 "반대로 하락기에는 매크로 쇼크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2011년에는 하락기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에 차익실현 압력을 가하면서 단기적인 조정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며 "이번 사태가 초래할 단기 가격 조정 혹은 주가 변동성을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유효한 반도체,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와 맞물린 인프라, 방산 등에 대한 진입 기회로 노려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차전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으로 인해 소외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인터넷, 바이오 등 성장주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테마 위주로 쏠린 국내 증시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 조정을 맞이한 가운데 헬스케어와 에너지화학 분야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헬스케어 종목이 상승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종가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2.21% 오른 1만5240원에 장을 마쳤다. 휴마시스(26.28%), 씨젠(13.51%)도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날 22% 넘게 상승 마감하며 헬스케어 업종 상승세를 이끌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날 22% 넘게 상승 마감하며 헬스케어 업종 상승세를 이끌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에코프로(7.96%)와 SK이노베이션(5.25%)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테마 수급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달 초부터 초전도체 테마가 뜨기 시작하면서 관련주인 서남(29.94%)도 상한가로 마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쏠림이 해소되고 향후 실적 반등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되는 구간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연초 이후 급격하게 올랐던 2차전지 업종 내 종목들이 적정한 주가 레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이 흘러갈 대안이 별로 없어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2분기 GDP에서 수입 감소에 의한 순수출을 제외하면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까지 둔화됐는데, 반도체 재고 싸이클 개선이 쏠림 현상을 완화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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