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희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높은 온도에 습기까지 가득한 날씨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속도 내지 않고 걷는다면 별문제가 없으리라...
서울 마천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성불사 앞을 지나 산길에 들어섰다. 산길에는 나무가 많아 햇볕을 가려주었다. 걷다 보면 지열이 한 번씩 뿜어져 올라와 덥다는 소리를 자동 발사하는 날씨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려 산길에는 군데군데 작은 계곡 여러 개를 볼 수 있었다. 인공 연못인지 자연 연못인지 산길에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을 지나니 고마리가 자라고 있는 습지가 나왔다.
작은 연못과 습지가 나와 이번 남한산성 산행에서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습지 주변에는 고마리 세상이라 고마리의 작고 귀여운 꽃이 피면 꽃밭을 이루겠다. 고마리 꽃은 작아서 서서 보는 것보다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쁨에 빠져들어간다.
▶일시: 2023년 7월 22일(토)
▶산행코스: 성불사~표말삼거리~연주봉 옹성~(북문)~남문~수어장대~서문~서문전망대~1222개 계단으로 하산
능선 길에 올라서니 산길이 좋았다. 바람도 불어와 땀 흘리며 산을 올라야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함이 있었다. 소나무들이 멋지게 나열되어 있고, 참나무의 잎들이 햇볕을 가려주는 길이었다.


능선 길에는 누리장나무가 줄지어 있었다. 부지런한 녀석은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길 때는 붉은 잎으로 싸인 진한 푸른색의 사파이어 보석이 달리는 나무이다. 이 나무 근처에서 누린내가 나서 우리나라는 누리장나무라 한다. 중국에서는 냄새오동, 일본은 냄새나무라고 직설적으로 부른다.

꽃이 피기전까지는 이 나무 근처에서 누린내가 나기도 하지만 넓은 초록 잎은 더운 여름 산행에 시원함을 준다. 꽃이 피면 꽃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향기에 반하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가을에 또 한 번 반하게 되는 반전 있는 나무이다. 능선 길에 줄지어있는 누리장나무에 꽃이 활짝 피면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와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겠다.

산행을 하면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면 신발에 갇혀있던 발이 해방감으로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부드러운 흙길은 아니어서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은 조금 아프겠다.
능선을 지나니 옹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연주봉 옹성이다.

옹성은 일반적으로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한 겹의 성벽을 둘러쌓은 이중의 성벽을 말한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옹성은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3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고, 요충지에 대한 거점 확보를 위해 성벽에 덧대어 설치한 시설물로 다른 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 산성에는 모두 5개의 옹성이 있는데, 이 옹성은 북서쪽의 요충지인 연주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연주봉에서 바라보면 아차산 북쪽과 남양주 일대의 한강이 조망되고, 아차산성과 하남시 춘궁동 일대가 특히 잘 보이며, 성 내부의 지역도 관측되는 중요한 요충지이다.

근래의 발굴조사 결과 옹성 끝에서 포대로 추정되는 유구가 확인되어 고증을 통하여 포대를 복원하였다. 연주봉 옹성은 둘레는 315m이고, 전투 시에 성내로 출입할 수 있도록 옹성과 본성 성벽이 만나는 위치에 암문을 설치하였다.

군포는 성을 지키기 위한 초소 건물로 기록에 남한산성 내에 125개소의 군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한 군데도 남아 있지 않고 빈터만 군포지였다고 알리고 있다.
남문에서는 성벽을 따라 올랐다. 길은 풀들이 정리가 되어있었고, 성벽 밖으로는 성남시가 보였다.

풀밭에는 가는 줄기에 작은 꽃을 피워 잘 보이지는 않는 파리풀과 존재감을 나타내는 꽃층층이가 피여있었다.

성벽을 따라 소나무들은 예술작품처럼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쪽동백나무가 많이 보였다. 꽃은 지고 작은 방울 모양의 열매를 달고 있었다. 꽃이 피는 5~6월에 이곳을 지날 때는 쪽동백나무 꽃향기를 덤으로 맡으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 되겠다.
성벽을 따라 걸어보면 바깥쪽은 경사가 매우 급한데 비해 안쪽은 경사가 완만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점이 방어에 유리하면서도 적의 접근은 어려웠다고 한다.
장대란 지휘와 관측을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누각 건물로 남한산성에는 5개의 장대가 있었다.

수어장대는 남한산성의 서쪽에 있어 본래 '서장대'라고 불렸다. 병자호란 당시에는 단충 누각이었고, 영조 27년에 복층으로 중건하고, '수어장대'라는 편액을 달았다. 남한산성 수어장대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로 관리되어오다 2021년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됐다.
이 수어장대는 인조 14(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친히 수성군을 지휘하면서 청나라 태종의 12만 대군과 대치하며 45일간 항전으로 버티던 곳이다. 항전 45일 만에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을 한 아픔이 있다.

서문을 통과하여 서문전망대부터는 나무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송파구에서 설치한 등산로로 1222개의 계단으로 총 길이는 2.7km라 한다. 계단 덕분에 급경사 길을 안전하게 내려왔지만, 계속되는 계단이 눈을 어질어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산할아버지라는 흉상이 있다. 산할아버지는 이곳에 길과 다리, 층계를 만드신 분이라 한다. 산길에 많은 벚꽃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을 심고 가꾸어 정원 같은 등산로를 만드시다 고인이 되신 분이라 한다.‘

2006년 4월 5일에 이 골짜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곳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고자 이 상을 세웠다고 한다.

이번에는 트레킹이 목적이라 남한산성 내에 있는 여러 유적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남한산성은 자연스럽게 역사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야생화도 볼 수 있는 곳이라 6월까지는 어느 정도 다양한 야생화를 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피어있는 종류는 적지만, 더운 열기를 거름 삼아 피고 있는 꽃들과 참나리를 보면서 이들과 함께한 트레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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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날 꼭 가봐야 겠네요.